당신이 뿌리는 돈이 군인들의 압제비용으로 쓰인다면?… 가더라도 이것만은 알고 가자
“미얀마로 갈 것인가 버마로 갈 것인가.”
<한겨레21> 독자들 가운데 이번 휴가를 이용해 ‘버마’ 혹은 ‘미얀마’로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운 분이 있는지. 또는 주변 동료나 친지들 가운데 그런 분이?
자, 그렇다면 어떤 여행사로부터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올린다. 미얀마라는 나라는 예의바른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소문나 있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보물 같은 땅이다. 더 중요한 건 아직도 그 보물들이 때가 타지 않았다는 사실.
‘미얀마 방문의 해’ 거부하지만…
그렇다면 버마라는 나라는 어떤가. 버마는 군부독재자들이 세계 최고의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땅이다. 역시 세계 최악의 감옥으로 소문난 여러 형무소에는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들이 고초를 겪고 있으며,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아웅산 수지 여사는 최근까지 가택연금을 당했고,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평등을 외치며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혹시 당신은 최근에 만난 버마인들의 미소를 기억하는지…. 만약 당신이 조금만 주의깊었다면, 그 버마 친구의 미소가 즐거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또는 억압을 피하기 위한 반사적인 감정의 배설이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까닭으로, 군부독재를 몰아내고자 하는 버마민주운동단체들이나 국제인권단체들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1996년부터 추진해온 ‘미얀마 방문의 해’ 거부운동을 벌여왔다.
여행의 자유라는 본연의 권리를 놓고 왈가왈부한다는 게 슬픈 일이지만, 관광객이 뿌리는 돈이 버마 시민을 억압하는 군인들의 압제비용으로 쓰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억압받고 있는 버마 시민이라면 관광객을 바라보는 당신의 기분은 어떨는지?
현재 버마군사정부는 연간 총예산의 45%를 군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그 돈은 민주화와 민족해방을 염원하는 시민들을 죽이는 총알이 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붕괴로 바닥난 군사정부의 유일한 현금원이 관광수익이라는 데 그 심각함이 숨어 있다. 이런 형편을 모른 체하고 미얀마로 가더라도 여행객에게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원칙적으로 군사정부는 외국 관광객의 자유로운 대민접촉이나 방문을 금지해왔고, 심지어 젊은 여행객의 단골메뉴인 대학 방문도 허락하지 않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세인감옥이 있는 지역 근처에는 얼씬거릴 수도 없고, 아웅산 수지 여사가 살고 있는 대학로 주변에는 지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이 모두는 불손분자의 책동을 막겠다는 뜻인데, 이건 외국 관광객을 이미 불손분자로 보고 있다는 뜻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결국 여행객은 어디를 가든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모든 동선이 보고되는 정보대상자가 되어버렸다.
쉐다곤 파고다, 파간, 앙팔리해변…
외국인들의 방문이 허용된 곳도 매우 제한적이다. 쉐다곤 파고다나 파간의 불교유적지 그리고 앙팔리해변과 인레호수 정도가 전부다. 자, 이래도 미얀마로 여행을 떠나겠다면 당신에겐 적어도 민주시민으로서 변명이 필요함! 여기 여행자들이 써왔던 그 변명의 힌트를 올린다. 크게 두 가지 정도로.
하나는 관광객이 뿌리는 돈이 경제붕괴로 고통받는 현지인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논리와 다른 하나는 닫힌 사회에 국제적인 기운과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두개의 변명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전자든 후자든 미얀마의 현실- 현지인들이 관광수익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군사정부의 철저한 외환관리체계와 관광정책 그리고 대민접촉 불능이라는- 에서 통용될 수 없는 논리라는 말이다.
어쨌든 1988년 민주화투쟁 이후 미얀마 군사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버마의 관광객은 늘어나지 않는 실정이다. 그 배경을 전문가들은 낙후된 관광시설이나 제한된 관광지 탓보다 민주·인권운동단체들의 미얀마 방문 반대운동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즐거운 휴가철, 유쾌한 여행계획에 속시끄러운 정치이야기를 늘어놓아 재뿌리는 기분이긴 하지만 적어도 우리 <한겨레21> 독자들만은 사정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 글을 올린다. 좋다. 이제 여행을 떠나기로 하자. 단, 몇몇 군인들이 독점한 미얀마가 아닌 민중의 나라 버마로 여행을 떠나자.
나잉옹(Naing Aung)/ 버마민주개발네트워크 의장·전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사진/ 불교유적지인 파간. 11~13세기에 걸쳐 지어진 2500여개의 불탑과 사원. 수도원이 남아 있다.

사진/ 버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 표면이 모두 금으로 뒤덮여 있으며 내부엔 부처의 유품이 들어 있다.
| 88년 버마군사정권은 유혈시위진압을 통해 정권을 잡은 뒤 ‘미얀마’로 국호를 바꿨지만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버마 민주화세력과 양식있는 국제시민들은 ‘버마’를 고집하고 있다(편집자). |
나잉옹(Naing Aung)/ 버마민주개발네트워크 의장·전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