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숨쉬는 교육
등록 : 2001-07-11 00:00 수정 :
사회운동을 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군부 독재 시절인 70, 80년대를 거쳐왔던 세대들이라면 이른바 ‘빨간책’이라 불리는 금서를 몰래 읽었던 경험이 있다. 체 게바라의 오랜 벗이면서 지금도 살아서 파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과 솔 알린스키의 <대중조직화>는 사회민주화 운동의 영원한 고전이다. 그리고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는 ‘의식화 교육’의 필독서였다.
90년대 ‘시민운동시대’를 거치면서 몰래 읽었던 금서들이 주는 교훈들은 낡은 이야기처럼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오늘의 시민운동을 일으켰던 미국의 마일즈 홀튼의 ‘하이랜더’를 소개한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흑백 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미국사회에 하이랜더라는 대중교육단체를 세우고 마틴 루터 킹 등 수많은 대중지도자를 길렀던 홀튼과 1970년대 의식화 교육의 파울로 프레이리가 만나서 3년간 대화를 기록한 책이 있다. <걸어서 만드는 길>(We Make the Road by Walking>(Temple Univ 펴냄, 1990)을 처음 기획했던 프레이리는 동구권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시작했던 80년대 후반 홀튼과의 대화에서 교육을 통한 사회변혁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요한 주제는 ‘교육과 사회변화’라 할 수 있다.
시민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홀튼의 하이랜더 그룹은 사회체제의 변화에 앞서 교육을 통한 사람의 변화를 위한 실천적인 교육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홀튼이 일찌감치 현장에서 교육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꿔왔던 것과 달리 브라질의 대도시 출신인 프레이리는 학교에서 교육을 통한 의식화이론을 체계화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만남 자체가 하나의 큰 사건이라 할 정도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미국 테네시주 산마을에 자리한 하이랜더에서 시작되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수많은 토론을 거쳐서 시작된 이들의 대화는 어린 시절의 교육제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홀튼과 달리 프레이리는 책을 통한 의식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대중 스스로에게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잘 표현하도록 도와줘야 할 교육이 오히려 체제에 길들이도록 강제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데 둘은 공통점이 있다. 어떻게 하면 교육이 다시 대중으로부터 희망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의 난제를 풀어내는 데 좋은 안내를 해주고 있다. 1990년 1월19일 홀튼이 죽기 3일 전까지 병상을 지켰던 프레이리는 대중과 호흡하는 교육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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