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넴, 신혼의 악몽?
등록 : 2001-06-20 00:00 수정 :
사진/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메넴 전 대통령과 부인 볼로코.(GAMMA)
헌법을 고쳐 세 차례 연속 재임을 하려다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대통령직을 내놓은 카를로스 메넴(70)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그는 사임 뒤 1년 반이 지난 최근 두주 사이에 다시 국내외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자기보다 34살이나 아래인 미스유니버스 출신의 칠레 TV 스타, 세실리아 볼로코와 결혼식을 올린 메넴은 무기 판매 스캔들에 연루돼 신혼여행도 못 떠나고 집안에 가택 연금되는 신세가 됐다. 신혼여행을 가족들이 있는 시리아로 가려고 했지만 결혼식 직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TV방송사에서는 연일 메넴 전 대통령의 전 부인 줄레마가 나타나서 바람둥이인 그에게는 벌써 숨겨둔 여자가 있노라고 폭로하고 있었다.
메넴 전 대통령과 그의 재임시절 각료들 여러 명은 당시 전쟁중이었던 이 나라들에 무기를 판매하지 말도록 하자는 국제조약을 어기고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에 무기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메넴 전 대통령 본인과 그의 전 처남이었던 당시 국방장관 마르틴 발자 외에 아르헨티나 경제개방을 지휘했던 도밍고 카바죠 재무장관이 무기판매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초부터 위기에 위기를 거듭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로서는 메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각료들이 연루된 이번 스캔들이 무척 부담스러운 과제다. 페르난도 델 라 루아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서 국제금융계를 대상으로 땅에 떨어진 아르헨티나 정부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무기밀매 스캔들을 밝혀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 터진 무기판매사건말고도 메넴 정권 각료들이 연루된 부패사건은 열 손가락을 꼽아도 부족하다. 퇴임 뒤 지금까지 아직 문제가 불거져나오지 않았던 것은 국회의 다수를 점령하고 있는 페론주의자들과 중앙노조단체의 지지, 10년 집권기간 동안 든든하게 다져놓은 사법부의 친메넴 세력들 덕택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연방법원의 12명 대법관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지금 메넴 전 대통령의 변호사 중 3명이 전직 대법관 출신이다. 원래 5명이었던 대법원 판사도 메넴의 친구 4명을 더 앉히기 위해 9명으로 늘렸었다.
도밍고 카바죠 전 재무장관이 남아메리카 역사상 전례없이 빠른 시일 안에 경제개방과 민영화를 단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막강한 정부의 힘이 뒷받침돼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메넴 정권의 협조자들과 고위각료, 친인척들은 순식간에 거액의 재산을 손에 넣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온 전직 대통령의 갈 길은 험하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65%가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자신이 뒤가 구린 데가 많은 사법부의 고위 법관들은 자기에게 떨어질 혐의를 피하기 위해 메넴 정부 부정부패 척결의 대열에 열렬히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 일간지 <암비토 피난세이로>의 정치평론이 현 상황을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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