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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막의 평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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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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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계/ <이집트, 내 마음의 조국>

<이집트, 내 마음의 조국>(필리포티스출판사)은 그리스의 시인인 올림피아 카라요르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이집트를 26년 뒤 다시 방문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이집트인들과의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서 쓴 책이다. 저자는 그리스인의 혈통으로, 그리스인으로 교육받고 성장했지만 자신의 출생지인 이집트에 대한 조국애를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아주 적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1956년 나세르의 혁명 이후 수년에 걸쳐 이집트에 거주하던 약 30만명의 그리스인들과 수십만명의 외국인들은 이집트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 당시 약 6만명의 이집트 태생 그리스인들도 그리스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나머지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등지로 흩어진다. 올림피아도 이집트 태생의 그리스인으로 그리스에 정착한 뒤 긴 세월이 지나서야 다시 이집트 땅을 밟게 된다. 그는 책에서 수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이집트의 그리스사회가 막을 내림을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감정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모습을 과거 자신이 살던 때와 비교하면서 발전된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자신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는 뿌리가 뽑히는 뼈아픈 역사적 고통이었지만 이집트인들에게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었고, 변화의 시작이란 점으로 작가는 당시의 혁명적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저자는 외국인들이 지배하던 당시 이집트인들의 삶과 현재의 삶은 눈에 보이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나 그들의 정신은 완전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는 이집트인이라는 긍지와 자신감이 바로 나세르 혁명의 가장 큰 기여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각계각층의 이집트인 아홉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집트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집트의 혁명시인인 리팟 살람은 “서구사회로부터 닥치는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인간성의 위기”라고 대답하고 있다. 리팟은 나일강과 사막이라는 환경이 지금도 이집트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은 자연 속의 작은 존재”라는 느낌은 문명화된 서구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막의 평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어느 이집트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손전등을 들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둘러앉은 화로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이어서 모두 ‘살람 알레쿰’(평화가 함께하기를)이란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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