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NG리포트
바퀴벌레 득실대는 루마니아 병원에서 처음으로 ‘배를 째고’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다
루마니아와 내가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0년째로 접어들었고, 여러 가지 ‘첫 경험’의 사건들이 루마니아에서 일어났다. 먼저 부푼 꿈을 안고 처음으로 해외 구경을 한 곳도 루마니아요, 첫 번째로 내 몸에 칼을 댄 곳도 루마니아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큰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변기커버 없는 화장실…
1995년 루마니아로 출발하기 전, 먼저 ‘고생길’에 나섰던 선배들이 조언하기를 “물이 안 좋으니” 미리 맹장을 떼어놓고 오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터였고, 수술하는 것도 무섭고 해서 아무 일도 없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소감은 지루함이었고, 장거리 여행은 아직도 지겹기 그지없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항에 도착할 무렵 기내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아랫배가 아파왔다. 화장실을 가려다 착륙을 한다는 방송에 꾹 참고 다시 앉았다. 공항에 내려 생전 처음으로 방문한 외국의 첫인상을 감상할 순간도 없이 화장실만 찾았다. 너무나 급해 어눌한 루마니아어로 화장실을 찾으니 입국심사를 하는 곳을 지나서 하나 있단다. 벌겋게 상기된 내 얼굴을 본 세관원은 여권심사를 나중으로 미루어주었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니까 첫 해외방문은 불법입국이 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벌건 얼굴이 이번에는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국제공항의 화장실에 변기 커버가 있는 화장실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이었다. 그뒤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시내의 공공화장실에도 모두 변기 커버가 없었는데, 가난한 루마니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화장실 수리를 위해 몰래 가져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루마니아 생활이 서너 개월 지났을 무렵 어느 저녁 때의 일이다. 또 다시 아랫배가 아파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장실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었다. 아는 병원도 없고 해서 콜택시를 불러 택시기사에게 알고 있는 아무 병원이고 가자고 했다. 그는 제법 규모가 큰 병원에 나를 내려놓았다. 어렵게 진찰실을 찾아 들어간 나는 다시 한번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건 아예 병원이 아니라 시골식당의 주방 같은 분위기였다. 넓은 방에 지저분한 침대 하나와 낡은 캐비닛 하나에 의사는 담배를 입에 물고 청진기를 내 아랫배에 갖다 댔다. 그리고는 맹장이라 지금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정말로 그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대형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담배 피우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다 수술실로 가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병원을 빠져나와 다시 택시를 탔다. 이번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기로 했다. 1시간여를 찾아 헤매었을까. 외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소규모라 진찰과 간단한 치료만 한다고 한다. 더이상의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고 처음 갔던 병원으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나를 진찰했던 의사는 보자마자 어디 갔다 이제 왔냐며 빨리 수술하자고 나를 수술실로 이끌었다. 수술실에 나를 눕히고, 의사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취상태였기 때문에 그 의사가 수술하면서 담배를 몇대나 더 피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뒤 마취가 풀리면서 이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당 의사는 며칠 입원해야 하며 동양인 수술은 처음이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문을 나갔다. 입원실은 약간 지저분했지만 아픈 몸이라 어쩔 수 없이 며칠 있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그날 밤 입원실에 돌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들을 발견하고는 다시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아프지 않기를 기원하며…. 부쿠레슈티=황정남 통신원 jungnam@hotmail.com

1995년 루마니아로 출발하기 전, 먼저 ‘고생길’에 나섰던 선배들이 조언하기를 “물이 안 좋으니” 미리 맹장을 떼어놓고 오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터였고, 수술하는 것도 무섭고 해서 아무 일도 없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소감은 지루함이었고, 장거리 여행은 아직도 지겹기 그지없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항에 도착할 무렵 기내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아랫배가 아파왔다. 화장실을 가려다 착륙을 한다는 방송에 꾹 참고 다시 앉았다. 공항에 내려 생전 처음으로 방문한 외국의 첫인상을 감상할 순간도 없이 화장실만 찾았다. 너무나 급해 어눌한 루마니아어로 화장실을 찾으니 입국심사를 하는 곳을 지나서 하나 있단다. 벌겋게 상기된 내 얼굴을 본 세관원은 여권심사를 나중으로 미루어주었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니까 첫 해외방문은 불법입국이 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벌건 얼굴이 이번에는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국제공항의 화장실에 변기 커버가 있는 화장실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이었다. 그뒤의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시내의 공공화장실에도 모두 변기 커버가 없었는데, 가난한 루마니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화장실 수리를 위해 몰래 가져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루마니아 생활이 서너 개월 지났을 무렵 어느 저녁 때의 일이다. 또 다시 아랫배가 아파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장실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었다. 아는 병원도 없고 해서 콜택시를 불러 택시기사에게 알고 있는 아무 병원이고 가자고 했다. 그는 제법 규모가 큰 병원에 나를 내려놓았다. 어렵게 진찰실을 찾아 들어간 나는 다시 한번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건 아예 병원이 아니라 시골식당의 주방 같은 분위기였다. 넓은 방에 지저분한 침대 하나와 낡은 캐비닛 하나에 의사는 담배를 입에 물고 청진기를 내 아랫배에 갖다 댔다. 그리고는 맹장이라 지금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정말로 그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대형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담배 피우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다 수술실로 가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병원을 빠져나와 다시 택시를 탔다. 이번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기로 했다. 1시간여를 찾아 헤매었을까. 외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소규모라 진찰과 간단한 치료만 한다고 한다. 더이상의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고 처음 갔던 병원으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나를 진찰했던 의사는 보자마자 어디 갔다 이제 왔냐며 빨리 수술하자고 나를 수술실로 이끌었다. 수술실에 나를 눕히고, 의사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취상태였기 때문에 그 의사가 수술하면서 담배를 몇대나 더 피웠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뒤 마취가 풀리면서 이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당 의사는 며칠 입원해야 하며 동양인 수술은 처음이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문을 나갔다. 입원실은 약간 지저분했지만 아픈 몸이라 어쩔 수 없이 며칠 있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그날 밤 입원실에 돌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들을 발견하고는 다시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아프지 않기를 기원하며…. 부쿠레슈티=황정남 통신원 jungnam@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