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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어머니의 이름을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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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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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인권이냐, 자식의 권리냐… 태어나면서 입양된 ‘수직스’들 “출산자료를 공개하라”

사진/ 어머니날 하루 전에 열린 시위에서 붉은 카네이션을 꽂고 있는 수직스태생들. 출생자료 공개는 가능할까.(SYGMA)
지난 5월26일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 (인류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인권광장이기도 함)에는 수십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어머니날인 5월27일(프랑스의 어머니날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을 하루 앞두고, “그늘 속의 어머니, 그들을 축하한다”는 피켓을 든 그 시위행렬은 화려함이나 규모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에펠탑의 장대함을 누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매년 이날이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연은 그보다 더 엄청난 아픔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들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신분을 숨긴 채 출산해, 양부모에게서 양육된 이들로, 프랑스어로 수직스(sous X: 신분이 없다는 뜻에서 X를 붙임)태생이라고 하며 부모를 잃거나, 부모가 키우는 도중 버려진 고아들과는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500∼700여건(1999년 통계에 따르면 560건)의 수직스출산이 이루어지며, 현재 40만여명의 수직스태생이 생부모들을 간절히 찾고 있지만, 그 결과는 거의 절망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 살갗에 찍힌 X의 낙인”


사진/ 수직스 시위대의 퍼포먼스. 버려진 자의 아픔을 표현했다.(SYGMA)
“엄마는 바로 그날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 내 살갗에 그 엄청난 X를 낙인 찍어놓을 것을 결정했지. 엄마 이름은 니콜마리, 결혼한 상태였지만, 이혼을 앞두고 있었지… 엄마와 엄마의 남자는 어느 어린이집에선가 일하고 있었다지!… 하지만 이조차 진실인지 아닌지 되묻곤 해… 물론 엄마 문제였을 테지. 하지만 내 것이기도 해, 그렇잖아… 그래서 나는 가끔씩 엄마 생각을 하지, 아주 오래 전부터… 아주 먼 곳에서 늙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얼마나 씁쓸한지.… 죽기 전에 날 한번 만났으면 하는 마음은 없어? 단지 내 눈동자가 엄마를 닮아 파란지 아니면 그의 눈동자를 닮았는지라도 보고 싶지 않아?… 어쨌든 난 엄마가 궁금해. 참, 알아둬야 할 것은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나는 행복했고,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이야. 아마도 이 사실이 엄만 늘 궁금했을 거야, 그렇지?… 그랬는데도 이상하게 나는 엄마가 늘 그리웠어- 도미니크로부터.”

이 내용은 그 40만명 중 한명인 도미니크가 생모에게 보내는 개인 메시지다. ‘엄마에게 던진 메시지를 담은 병’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메시지를 담은 병을 바다에 띄우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찾고 있는 엄마가 그 넓고 암담한 바다와 다름 아님을 상징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징적인 행위와 이 짧은 글 속의 단어 하나하나는 수직스출산과 출생이 파생시키는 드라마틱한 삶과 심리상태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비밀로 하려는 산모가 수직스출산, 즉 신분을 숨기고 출산할 권리’를 법적으로 제공하는 프랑스 민법은 1941년 프랑스 국회에서 통과되어 오늘에 이르는 오래된 법이다. 수직스출산에 따른 이행절차는 출생한 뒤 1년 안에 행해질 수 있다. 일단 생모의 의지가 서류화되고 나면, 그 비용이나 아이의 양육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한다. 수직스태생 아이들이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도 생부모, 국가, 양부모로 이어지는 이러한 절차에 연유하고 있다. 또한 수직스출산은 법이 보호하는 관계로, 부모의 신분을 둘러싼 서류는 철저히 불문에 부치는 것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소자·빈곤층이 비밀출산

사진/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시위 참가자. 현재 프랑스에는 약 40만명의 수직스태생들이 생부모를 찾고 있다.(SYGMA)
이 법이 왜 만들어졌고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채택될 당시 전쟁상황이었고, 게다가 이후 대두된 여성운동의 기세나 여성인권보호의 기류는 비밀출산이 불가피한 산모를 보호하자는 주장의 이론적인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과 더불어 수직스출산의 사회학적 면모에도 변화는 있었다. 최근 사회학자 나딘 르포쉐르(Nadine Lefaucheur)의 책 <수직스출산과 그늘 속의 어머니>(2001년, PUF출간)에 의하면, 수직스출산을 강요한 환경이 20∼30년 전 가톨릭문화에 기반한 부르주아집안의 가문보호차원에서, 지금은 연소자층과 빈곤층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부딪치는 장애를 피하기 위한 형태가 주류라고 한다.

수직스산모들 중 2/3가 25살 미만이고, 4/5가 독신이며, 1/2이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하여, 물질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인가 하면, 10∼12%는 커플이지만 가정불화 등으로 생모가 출산시 유산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꽤나 되는 것으로 이 보고서는 명기하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29살 반이다.

비밀출산할 권리가 법적으로 반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규약’의 출현이다. 1989년 11월 유엔서 통과된 이 규약은 어린이들의 보호, 안전, 후생의 권리를 상세히 명기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 권리(7항과 8항)가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프랑스는 그들이 승인한 국제규약의 실행을 방해하는 국내법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89년 이후 프랑스 국회는 여성인권의 자유와 보호를 제창하면서 동시에 어린이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수직스출산문제는 그러고도 10년이라는 세월을 큰 개정없이 버텨왔다. 그동안 다양한 인권단체들의 협조로 수직스출생자들이 끊임없이 출생비밀공개를 호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수직스출산이 프랑스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1년 남짓밖에 안된다. 가족·어린이·장애자 담당 국가기관부처 장관 르와얄(Segolene ROYAL)이 출생자들의 권리를 보충할 의지를 보이면서부터다. 일명 ‘르와얄법’이라고 칭해지는 이 법안은 기존의 수직스출산보호법이 규정한 산모의 인권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출생자의 신분과 관련한 자료들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기관(CNAOP)을 만들어, 출생자가 원하고 생부모가 동의할 경우, 그에 관한 내용을 투명하고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료공개 법안 통과 눈앞에

이 법안은 지난 5월31일 국회에 상정된 뒤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제 이 법안은 올 가을 상원의회 낭독과 통과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으로도 수직스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출생문제는 국가가 관리하는 서류의 공개문제이기에 앞서 개인의 존재문제임을 감안하면 법제화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5월26일 트로카데로 광장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격려하는 양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길러준 사랑도 태생의 ‘뿌리’를 알지 못하는 공허감을 완전히 감싸줄 수는 없는 듯 보였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진 설움을 위안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아 내 아름다운 거울아
내가 누구인지 말해다오
이 검은 머리카락과 흙빛 눈동자가
어디서 왔는지?

거울아 내 아름다운 거울아
내가 어디서 왔는지 말해다오
내가 모르는 내 얘기와
내가 무엇을 이렇듯 힘들게 찾아헤매는지

-중략-

거울아 내 아름다운 거울아
이 모습이 누구 것인지?
거울아 내 아름다운 거울아
너의 비밀을 내게 알려다오

-수직스출생 어린이 권리보호협회의 시 <수직스로 태어나>


파리=이선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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