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만큼 스트레스 받는다… 브라질 방송사의 설문조사를 통해 본 달라진 풍속도
여덟살과 열살짜리 두 자녀를 둔 브라질 주부 마리아 알리시는 평소 자기 아이들이 좀 지나치게 조숙한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유명메이커 제품 옷만 입고 싶어하고 어른들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려는가 하면 엄마, 아빠의 월급이 얼마냐고 관심을 갖고 캐묻기도 했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과 이런 이야기를 몇번 나눠보고야 ‘요즘 애들은 다 그런다’는 걸 알았다.
‘거식증’ 걸린 아이들
아동 대상 케이블TV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에서 브라질,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에 걸쳐 주시청자인 6∼11살 사이의 어린이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요즘 아이들이 한 세대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이 연령층의 어린이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 응답결과에 따르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장난감(33%)과 비디오게임기(10%)를 능가해서 옷(46%)이었고 용돈을 모아 사고 싶은 것도 역시 옷이었다. 가장 원하는 것의 순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학교공부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 것이라는 대답(96%)이 첫 번째로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잘생긴 용모(86%)였다.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라는 질문보다는 자신에게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드러났는데 얼굴이 못생겨서라든가, 코가 커서, 살이 쪄서 불만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상파울루 가톨릭대학의 한 아동심리학자는 “이 나이의 어린이들은 같은 또래 그룹과 비슷한 옷차림을 해야 소속감을 통해 안정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령집단에서 통용되는 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치료를 찾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른들에게나 나타나는 정신질환인 ‘거식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살을 빼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며칠을 새모이만큼 먹고 버티다가 결국 한끼의 즐거운 식사의 유혹에 넘어가고 난 다음에 느끼는 어린이들의 죄책감과 좌절감이 어른들의 상상 이상으로 크다. 심지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에 좌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10살이 안 된 어린 여자아이들도 이제는 꽃무늬나 동물만화 그림이 그려진 옷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쇼핑센터의 어린이 옷코너를 한번만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젊은 여성층에서 깃털이 달린 수놓은 청바지에 목이 긴 가죽구두 같은 ‘뉴 히피 차림’이 유행할 때면 아이들도 그렇게 입고 싶어한다. 요즘에는 어린이용으로 만든 가짜 루이비통 핸드백도 잘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 줌피, 켄조, 죠제 같은 브라질의 성인 의류 유명메이커들이 어린이 옷시장을 부지런히 넘보고 있다. 브라질 어린이 열명 중 여섯명이 자기가 입을 옷은 자기가 고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접하는 패션 정보도 많아서 엄마 손을 잡고 쇼핑센터에 갈 때면 무슨 옷을 사고 싶은지 목적의식이 뚜렷하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서 가족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91%가 엄마, 아빠를 제일 좋아한다고 답했고 98%가 부모의 훈계에 잘 따른다고 응답했으며 83%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란 모여 앉아 텔레비전 시청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브라질 어린이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도 드라마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단연 아동용 만화(92%)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응답이 드라마 시청이었다. 6∼8살 사이 어린이 중 63%가 매일 연속극을 시청한다고 답했고 9∼11살 사이에서는 73%(여자아이들 중에서는 83%)가 하루도 빠짐없이 연속극을 본다고 답했다. 그래서 요즘 어린이들의 꿈은 자기 몫의 텔레비전을 갖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TV 채널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부모 직장 잃을까봐 스트레스
가족 다음으로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좋은 성적을 얻는 것(96%)이며 그 다음은 좋은 용모(86%)와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83%)이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대답도 79%나 나왔다. 또한 87%가 학교가는 것이 즐겁다고 대답했다. 학교의 급우들과 잘 어울리고 인기있는 아이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대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인기있는 아이’란 “모든 급우들의 집에 자주 초대받고, 잘생기고, 약간 반항적으로 행동하며, 새로운 소식들을 잘 알고 있고, 어른들의 유행어를 가장 먼저 들여오는” 아이들이다.
브라질 어린이들의 이성에 대한 관심도 옆 나라인 아르헨티나나 멕시코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9%가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이 연령층에서 여자 어린이들의 성숙이 더 빠르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조금 다르게, 연애하고 싶다는 남자아동이(77%) 여자아동보다(39%)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요즘 어린이들은 돈과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실업자가 될까봐 무섭다는 걱정이 전 소득계층에 걸쳐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부유한 가정의 어린이들도 방학 때마다 놀러가는 미국의 디즈니랜드 나들이를 더이상 못 가게 되고 집에서 일하는 운전수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나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생활 비용을 줄여야 할 때, 소비수준이 조금이라도 내려갈 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심리학자 하임 그런스펀은 “습관과 가치관이 조금 변하기는 했어도 요즘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은 예전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세상인 가정과 학교의 생활이 즐겁고 안정되길 바라고 그 안에서 사랑과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특히 부모로부터 영원히 아낌없는 보살핌과 애정을 누리기 위해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인기도 좋은 아이가 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부모의 사랑을 얻고 주위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세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스타의 꿈을 향해 질주하다
장래의 희망에 있어서도 요즘 아이들은 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직장과 안정된 수입,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가정, 자녀, 자기 집과 자동차….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에는 이런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나 엔지니어, 고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게 정답이었지만 요즘은 TV 탤런트, 영화배우, 축구선수 같은 비디오시대의 스타가 되어 명성과 부를 손에 넣고 싶은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에 브라질의 거대 공중파 방송채널의 하나인 에서 멕시코 텔레비전과 손잡고 만든 어린이용 드라마 <치키티타>는 높은 시청률보다도 아역배우 공모에 몰린 열기 때문에 전국을 놀라게 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의 방송사마다 1만5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든 것이다. 이에 기겁한 방송사는 부랴부랴 카메라 테스트를 취소하고 우편접수로만 응모를 받아야 했다. 인형처럼 예쁘게 화장을 시킨 어린 아들, 딸의 손을 잡은 어른들이 접수증을 받기 위해 몇km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요즘 부모들이 화려한 스타로의 신분상승을 꿈꾸는 자녀들을 적극 협조해주는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이 연령층의 어린이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 응답결과에 따르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장난감(33%)과 비디오게임기(10%)를 능가해서 옷(46%)이었고 용돈을 모아 사고 싶은 것도 역시 옷이었다. 가장 원하는 것의 순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학교공부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 것이라는 대답(96%)이 첫 번째로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잘생긴 용모(86%)였다.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라는 질문보다는 자신에게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드러났는데 얼굴이 못생겨서라든가, 코가 커서, 살이 쪄서 불만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상파울루 가톨릭대학의 한 아동심리학자는 “이 나이의 어린이들은 같은 또래 그룹과 비슷한 옷차림을 해야 소속감을 통해 안정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령집단에서 통용되는 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치료를 찾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른들에게나 나타나는 정신질환인 ‘거식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살을 빼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며칠을 새모이만큼 먹고 버티다가 결국 한끼의 즐거운 식사의 유혹에 넘어가고 난 다음에 느끼는 어린이들의 죄책감과 좌절감이 어른들의 상상 이상으로 크다. 심지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에 좌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10살이 안 된 어린 여자아이들도 이제는 꽃무늬나 동물만화 그림이 그려진 옷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쇼핑센터의 어린이 옷코너를 한번만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젊은 여성층에서 깃털이 달린 수놓은 청바지에 목이 긴 가죽구두 같은 ‘뉴 히피 차림’이 유행할 때면 아이들도 그렇게 입고 싶어한다. 요즘에는 어린이용으로 만든 가짜 루이비통 핸드백도 잘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 줌피, 켄조, 죠제 같은 브라질의 성인 의류 유명메이커들이 어린이 옷시장을 부지런히 넘보고 있다. 브라질 어린이 열명 중 여섯명이 자기가 입을 옷은 자기가 고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접하는 패션 정보도 많아서 엄마 손을 잡고 쇼핑센터에 갈 때면 무슨 옷을 사고 싶은지 목적의식이 뚜렷하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서 가족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91%가 엄마, 아빠를 제일 좋아한다고 답했고 98%가 부모의 훈계에 잘 따른다고 응답했으며 83%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란 모여 앉아 텔레비전 시청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브라질 어린이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도 드라마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단연 아동용 만화(92%)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응답이 드라마 시청이었다. 6∼8살 사이 어린이 중 63%가 매일 연속극을 시청한다고 답했고 9∼11살 사이에서는 73%(여자아이들 중에서는 83%)가 하루도 빠짐없이 연속극을 본다고 답했다. 그래서 요즘 어린이들의 꿈은 자기 몫의 텔레비전을 갖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TV 채널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부모 직장 잃을까봐 스트레스

사진/ 브라질 어린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옷으로 나타났다. 성인 의류 메이커들이 어린이 옷시장을 넘보고 있을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