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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회보장제도를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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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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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제 개악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파업 일으킨 그리스 국민들 “재정 파탄? 국방비 줄여라”

사진/ 시위에 참가한 정교회 신부들. 이번 시위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가하여 전 국민적인 항거를 방불케 했다.
다시 한번 그리스 전국이 파업의 물결에 휩싸였다. 지난 4월26일에 이은 5월17일의 제2차 국민총파업은 그리스 전국을 마비시키면서 사회주의 정부가 제기했던 사회보장제도의 개악안을 철회시켰다. 이날 많은 아테네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한 시간씩 그리스노동총연맹본부 건물까지 걸어와서 집회와 가두시위에 참가하는 열성을 보였다. 시민들은 사회주의 정부의 반노동자적인 사회보장제도 개악안에 대한 분노를 시위를 통해 표출하면서 의회건물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날의 파업은 4월26일 있었던 1차 총파업보다 더 조직적으로 전개됐으며 더 많은 부문에서 파업에 동참해 전국을 완전히 마비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1차 총파업 때보다 줄어들었다. 1차 총파업 당시엔 거의 10만명에 가까운 시위인파가 몰려서 아테네 거리를 완전히 메웠으나 2차 총파업에선 약 5만명의 시위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파업에 참가한 국민들의 요구는 한목소리로 뭉쳐졌는데 바로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개악하지 말라는 것과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하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 4월20일 현재 그리스의 사회보장제도를 뒷받침할 기금이 거의 고갈된 상태이고 올림픽이 시작되는 2004년경에는 사회보장제도가 파탄날 것이라면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리란 발표를 한 바 있다. 정부가 제기한 주요내용은 퇴직연금지급을 만 65살로 상향하는 것과 퇴직연금액 지급을 삭감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연금제도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리스노동총연맹에서는 지난해부터 사회보장정책의 개선안을 위해 정부와 협상해오면서 정부에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을 위한 예산을 요구해왔다. 35년간(여성은 34년)의 노동 이후 퇴직연금을 보장하고 실업시에 기본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방안을 위해 정부와 협상해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정부가 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으므로 현재의 제도조차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엄청난 지지에 노동총연맹도 놀라


사진/ 그리스노동총연맹간부들의 시위 모습.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에 노동총연맹 간부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던 그리스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충격 중의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곧바로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이들의 반응은 사회주의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배신감이었다. 혁명시인 바르날리스의 시를 들고 시위에 참가했던 교사와 어린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 알려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너/ 나는 민중이어라/ 나 없이 넌 존재하지 않으리/ 기생충들, 나 없이, 힘겨워하는 동물 없이/ 넌 누구의 피를 마시겠는가.” 또한 헬멧을 쓰고 소방복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던 소방대원들과 명목상으로 공무원의 신분인 그리스정교회 신부들까지 시위에 참가했다. 모든 야당들과 사회단체들이 하나같이 집권당의 정책발표에 반발하여 시위에 참가했고 집권당의 정책에 반발한 사회주의당(PASOK) 소속의 몇몇 의원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어린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많은 가족들부터 머리띠를 맨 노동자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여 전 국민적인 항거를 방불케 했다.

아테네 시내에 10만명 이상이 집결한 4월26일의 시위는 그리스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시위 중 하나로 기록된다. 4월26일의 시위에 놀란 그리스 정부는 그날 바로 노동부 장관의 특별담화를 통해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철회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노동계와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우면서 국민들의 또다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4월26일의 파업투쟁에 놀란 것은 그리스노동총연맹쪽이었다. 뚜렷한 준비없이 갑자기 호소한 총파업에 엄청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은 연맹쪽은 정부의 협상정책에 강력하게 맞섰다. 연맹쪽은 정부가 발표한 제안들을 완전히 철회한다는 것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밝혀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리란 것을 예고했다. 이후 정부는 5월17일의 2차 총파업 이후 제안했던 사회보장개혁안을 완전히 동결시킨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의 총파업투쟁 이후 정부의 신임도가 20년 집권역사상 최하를 기록할 만큼 많은 국민들이 사회주의 정부를 이탈해나갔다.

반노동자정책은 유럽연합의 압력 때문

사진/ 4월26일 시위에는 혁명시인 바르날리스의 시를 들고 시위에 참가했던 교사와 어린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조그만 개인회사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타르롤라 부드나(29)의 경우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많은 햇수를 비정규직으로 일해왔다. 정규직사무원으로 일하게 된 지는 몇달밖에 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생활 자체에 많은 여유가 생겼다. 그 전에 비정규직으로 일할 땐 일거리가 있다가 없다가 해서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병원에 가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고. 그러나 지금은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한시름 놓는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생기더라도 사회보장기금에서 실업수당(현재는 기본급의 60%)을 탈 수 있어서 최소한 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35년을 더 일하면서 보험을 붓게 되면 퇴직 뒤 연금도 탈 수 있는데 이것은 차후의 문제고 의료문제와 실업문제가 해결돼 삶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월급의 25%가 사회보험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언제나 빠듯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밤에 파트타임으로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부드나는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개악은 현재도 엄청나게 벌어진 빈부격차를 더욱 벌여놓을 뿐만 아니라 없는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짓밟아놓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른바 ‘사회주의당’이라는 그리스 정부가 반노동자적인 사회보장정책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유럽연합의 압력이 많이 작용했다. 지난 12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럽연합정상회담에서 각 정상들은 “미래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제도의 확보를 위해 만들어질 전략들에 계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동의하고 유럽연합 내에 사회보호위원회를 창설했다. 지난 4월26일 사회보호위원회에서 발행된 자료는 연금제도를 단지 생존을 지원하는 제도로 정의하면서 연금생활자들에 대한 지출축소와 연령의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 정부가 영국의 연금제도에 대한 개혁을 연구하는 회사인 GAD에 용역을 주어 나온 연구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도 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주장의 또다른 배경이 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1.5명의 노동자들이 한명의 연금생활자를 떠맡게 되어 1명의 연금생활자를 3명의 노동자들이 떠맡는 현재의 구조가 변화되면서 연금제도의 유지 자체가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연금제도의 개혁 없이는 아무리 고성장과 저실업률이 뒷바침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이에 반해 그리스노동총연맹쪽은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연금제도에 재정파탄이 온다면 그것은 정부의 탓이지 노동자들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노동총연맹 사무총장인 야니스 마놀리스는 <아테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정부는 연금기금을 가장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게 만들어놓고 이 기금을 정부의 개발정책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연금기금의 순탄한 유지를 위해 10% 이상의 연금기금을 정부에서 부담할 것을 촉구했다. 그 방법으로 군비축소, 지하경제에 대한 적발과 징세, 고도의 경제성장, 실업률의 하락, 부자들에 대한 징세 등을 제시했다.

유럽연합의 공통적인 화두

사회보장정책은 사회구제와 사회보험의 두 가지를 축으로 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받치는 힘은 노동자들의 노동에서 나온다. 노동하면서 월급에서 15∼30%를 사회보험에 들어서 자신들의 삶을 보장받는 제도이다. 또한 퇴직한 노동자들의 삶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운용은 노동자들의 기부금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나서서 사회보장제도를 운용해나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정부의 의무이자 존재이유이다. 노사의 평화를 위해서도 이것은 절대적이다. 그리스가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터키와의 평화공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총생산의 4.5%를 국방비로 쓰는 상황, 그리고 해마다 국방예산이 증가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사회보장기금의 재정 파탄 운운하면서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연합이 처한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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