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는 독일 동부 콧버스 외곽의 야엔슈발데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12월2일 거대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REUTERS/ PAWEL KOPCZYNSKI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선진개발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갈린 인류는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자국 경제엔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중국·인도 등엔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정서 비준조차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정서가 발효된 것은 합의한 지 7년여 만인 2005년 2월의 일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지구촌 차원의 첫 행동강령인 교토의정서는 2012년으로 효력 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당사국회의에서 회원국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를 담아 ‘발리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14차 당사국회의는 논란 속에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12월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15)에 지구촌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다. 기금 마련은 어렵지 않아 코펜하겐 회의는 지금까지 열린 당사국 회의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12월1일 현재까지 1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98개국에서 국가수반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회의 조직위에 등록한 세계 각국의 취재진만도 5천 명을 넘어섰단다. 주최국인 덴마크 외교부는 “각국 대표단과 정부 간 단체, 비정부 단체의 참가 신청이 몰리면서 1만5천 명 규모의 회의장 수용 인원을 이미 초과했다”고 밝혔다. 성과도 ‘최대 규모’로 낼 수 있을까? ‘포스트 교토’ 체제를 준비해온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는 선진개발국에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25~40%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는 80~95%까지 줄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내놓은 감축안은 단 4%에 그친다. 간극이 너무 크다. 개발도상국 쪽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중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수단 등은 지난 11월 말 베이징에서 별도의 회의를 열어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개발국이 기술과 자본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구촌을 뒤흔든 경제위기도 코펜하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데다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되면서, 이른바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대한 각국 기업의 투자가 눈에 띄게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래저래 ‘코펜하겐 의정서’를 도출해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법적 효력을 갖춘 의정서 채택은 내년으로 미루고, 올해는 우선 각국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은 정치적 합의라도 이뤄내자”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코펜하겐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최소한’은 무엇일까? UNFCCC 쪽에선 크게 네 가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선진개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중국과 인도 등 주요 개발도상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것인지에도 합의해야 한다. 셋째,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그 자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기금 마련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UNFCCC 쪽은 “선진개발국이 오는 2012년까지 적어도 한 해 100억달러씩은 종잣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도 이에 협조적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11월28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13억달러를 출연할 것”이라며 “다른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도 같은 조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련된 자금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가 운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핵심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문제가 핵심이다. 뉴스 신디케이트 <매클래치>는 12월2일 이보 드 보어 UNFCCC 사무총장의 말을 따 “(회의 개막에 앞서) 선진개발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제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의 주최국인 덴마크 정부가 내놓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절반까지 줄이자’는 제안(이른바 ‘50/50’)에 개발도상국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앨프 윌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협상 대표는 12월2일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선진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절반씩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는 더디게 바뀐다. 가시적인 변화를 감지했을 즈음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다.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후변화가 몰고 올 파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동의 위협에 직면한 인류는 코펜하겐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잠시라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