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방검찰, 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벤츠사 노동자 납치사건 수사 착수
독일 다국적기업과 과거 남미 군사정권 사이의 검은 거래가 뒤늦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독일 뉘른베르크 지방검찰은 70년대 중반 벤츠사의 아르헨티나 현지법인 대표를 지낸 독일 국적의 후안 타셀크라우트에 대한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에 자행된 현지 노동자 불법납치, 폭행, 살해사건에 깊이 개입했다는 게 검찰쪽이 밝힌 그의 혐의내용이다.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20여년이 훨씬 지난 과거의 한 사건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타셀크라우트 사례가 곧 과거 남미 군사정권과 서구 다국적기업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검은 커넥션’을 밝혀줄 구체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타셀크라우트가 블랙리스트를 흘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지방법원에는 당시 아르헨티나 현지법인의 대표였던 후안 타셀크라우트 이외에도 벤츠 아르헨티나 현지법인 및 독일 본사에 있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관리책임자들에 대한 피해자 유가족들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번 검찰수사의 시발점이 된 고소장에 명시된 구체적인 사건은 77년 8월13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곤잘레스 카탕 벤츠공장에선 모두 20명의 현지 노동자들이 군당국에 불법연행되었다. 하지만 연행된 이후 현지 노동자들의 행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현지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연행, 납치, 고문 및 살해행위가 단순히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단독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과거자료에 대한 일차적인 검토를 끝낸 검찰당국은 타셀크라우트가 연행된 노동자들의 신원에 대해 사전에 관계당국에 모종의 정보를 제공했으며, 사실상 불법행위를 관계당국과 사전공모한 구체적인 물증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고소장이 처음으로 접수된 이후 골치아픈 사건을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승강이를 벌이던 검찰당국이 최근 수사에 서둘러 착수하게 된 데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과거 남미 군사정권과 서구 다국적기업이 모종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76년 3월24일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아르헨티나 새 군부세력은 73∼76년 시기 동안 반정부세력의 중심으로 성장했던 노동운동세력을 억누르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특히 포드, 푸조, 벤츠 등 서구 자동차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진출해 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지역은 군사정권이 벌인 대규모 납치, 고문, 살해공작의 집중적인 대상이었다. 이른바 ‘혁명지구대’라 불린 이 지역의 전투적 노동운동세력과 빈번히 충돌했던 서구 다국적기업이 바로 이들을 궤멸시키려는 군사정권과 이해를 같이했음은 물론이다. 공장시설 내부에 독자적인 고문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바 있는 포드 현지법인의 경우는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현지 경찰관리를 공장감독관으로 받아들인 벤츠 현지법인은 반정부 성향의 노동자들을 불법납치, 고문하는 데 관여한 공장감독관들과 상설협의체를 만들었으며, 이들의 불법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쪽이 당시의 공장감독관들에 대한 자료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과거의 떳떳치 못한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 남미 다국적기업의 치부를 벗겨라 폭압적인 군사정권의 광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76년의 벤츠 현지법인 연말결산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76년 봄 이후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안정과 회사쪽의 적절한 조처들로 인해 올 한해 동안 회사의 영업활동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납치, 고문, 살해한 군사정권의 ‘안정화조처’에 서구 다국적기업 스스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물증들이 속속 드러나는 지금, 이번 검찰수사는 군사정권 시절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서구 다국적기업을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세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morgen@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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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남아 있는 과거자료에 대한 일차적인 검토를 끝낸 검찰당국은 타셀크라우트가 연행된 노동자들의 신원에 대해 사전에 관계당국에 모종의 정보를 제공했으며, 사실상 불법행위를 관계당국과 사전공모한 구체적인 물증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고소장이 처음으로 접수된 이후 골치아픈 사건을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승강이를 벌이던 검찰당국이 최근 수사에 서둘러 착수하게 된 데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과거 남미 군사정권과 서구 다국적기업이 모종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76년 3월24일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아르헨티나 새 군부세력은 73∼76년 시기 동안 반정부세력의 중심으로 성장했던 노동운동세력을 억누르는 데 온힘을 기울였다. 특히 포드, 푸조, 벤츠 등 서구 자동차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진출해 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지역은 군사정권이 벌인 대규모 납치, 고문, 살해공작의 집중적인 대상이었다. 이른바 ‘혁명지구대’라 불린 이 지역의 전투적 노동운동세력과 빈번히 충돌했던 서구 다국적기업이 바로 이들을 궤멸시키려는 군사정권과 이해를 같이했음은 물론이다. 공장시설 내부에 독자적인 고문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바 있는 포드 현지법인의 경우는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현지 경찰관리를 공장감독관으로 받아들인 벤츠 현지법인은 반정부 성향의 노동자들을 불법납치, 고문하는 데 관여한 공장감독관들과 상설협의체를 만들었으며, 이들의 불법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쪽이 당시의 공장감독관들에 대한 자료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과거의 떳떳치 못한 행적과 무관하지 않다. 남미 다국적기업의 치부를 벗겨라 폭압적인 군사정권의 광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76년의 벤츠 현지법인 연말결산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76년 봄 이후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안정과 회사쪽의 적절한 조처들로 인해 올 한해 동안 회사의 영업활동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납치, 고문, 살해한 군사정권의 ‘안정화조처’에 서구 다국적기업 스스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물증들이 속속 드러나는 지금, 이번 검찰수사는 군사정권 시절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서구 다국적기업을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세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morgen@hani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