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2001 ADB 연차총회에 모여든 반세계화시위대는 무엇을 외쳤나
시애틀, 워싱턴, 멜버른, 프라하, 퀘벡, 그리고 지금 호놀룰루….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지난 5월9일부터 11일까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세계화반대시위와 민중포럼은 과거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다시금 연합을 이룬 시민그룹들의 폭넓은 다양성을 볼 수 있었고, 세계화 주도자들이 제기하는 조악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대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반대시위가 벌어진 호놀룰루는 어떤 저항이나 ‘행동주의’(activism)의 역사가 없었던 곳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ADB는 타이의 치앙마이에서 연차총회를 개최했다. 무려 5천여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이 ADB의 파괴적인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모여든 타이 연차총회는 그야말로 ‘재난’이었다. 그래서 ADB는 2001 연차총회를 위한 좀더 ‘조용한’ 곳을 찾았다. 처음에는 시애틀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시애틀 시당국이 난색을 표명하자 대신 하와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조용한 섬 하와이로, 그러나…
하와이는 오랫동안 낙원의 섬이자 국제회의를 개최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알려져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ADB 연차총회는 지역운동가들에게 ‘신화’를 깨는 완벽한 기회가 됐다. 미군에 의해 ‘점령’된 하와이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식민지화됐고, 심각한 환경오염문제에 직면했다. 카나카 마올리(하와이 원주민)의 권리는 보수주의자들은 물론, 미국 정부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당했다.
지역활동가와 국제활동가를 아우르고 있는 ADB감시(ADBwatch)는 연차총회의 개회식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정부가 시위를 저지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지역운동가들의 합법적인 행동은 시위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경찰과 정부당국자는 이미 유명해진 ‘전략’을 따라했다. 그것은 국제적인 선동가들과 특별히 폭력과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참여하는 이른바 ‘블랙 밴드’ 여단에 대해 경고조치를 발동하는 것이다. 그날 거리는 바리케이드와 장애물로 폐쇄됐다. 경찰은 모퉁이에 진을 치고 있었고 익숙한 경찰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과격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공식적인 시위에서 참가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환영의식이 있었다. 대부분의 저항이 그렇듯, 그것은 놀라운 공동체의식이었다. 그곳에는 꼭두각시, 춤, 그리고 음악이 있었다. 그곳에는 위대한 노래가 있었고 참가자들의 정신은 한껏 고양되었다. 시위대가 컨벤션센터에 모였을 때 참가자들의 수는 1500명을 넘었다. 갑자기 노래가 들려왔다. “지노(ADB 총재)나와라, 지노 나와라!”
이것은 ADB 총재 지노에게 준비된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측근들의 경고에도 불구하는 우리는 지노가 시위대를 만나고 진정서를 접수할 것이라는 답변을 얻어냈다. 지노에게 진정서를 제출할 사람으로 내정된 월든 벨로는 “이것은 ADB의 정책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ADB의 상징적인 항복”이라고 말했다.
그 ‘상징적인 항복’이 끝났을 때 우리는 와이키키까지 행진을 계속했다. 참가자들이 “ADB는 BAD(나쁘다)”, “ADB를 폐쇄하라” 등을 외치며 관광지역을 지나가자 관광객이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그동안 수백명의 경찰들은 쳐다만보고 있었다. 이것이 ‘혼란을 초래하는’ 시위대란 말인가? 이것이 정부가 700만달러를 들여 막아야 할 시위대란 말인가?
행진은 해변 가까이 있는 한 공원에서 멈췄다. 여기서 우리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기도소리와 투쟁에 참여한 세계의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들의 연설을 들었다(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ADB의 개발계획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이다).
세계화의 대안을 찾는 민중포럼
하와이의 경제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민중의 광범위한 연합인 ADB감시는 ‘민중포럼’을 조직했다. 그 포럼의 목적은 ADB와 개발프로젝트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투쟁을 조명하고 이것을 하와이 원주민의 투쟁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필리핀, 타이, 라오스를 포함한 아태지역의 많은 나라에서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월든 벨로, 브루스 리치 같은 국제적인 활동가들은 이 모든 투쟁들이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진행중인 반세계화운동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민중포럼은 독단적인 개발 모델의 대안에 대해서도 토론을 진행했다.
민중포럼은 ADB의 프로젝트에 의해 황폐화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었다. 재산권 박탈, 환경·사회 파괴, 부적절한 개발프로젝트들…. 불행히도 그 이야기들은 너무 친숙하다. 참가자들이 그 이야기에 깊이 감동받고 있는 동안 ADB는 민중포럼이 제기한 이슈들을 철저히 거부했다. 삼림파괴를 반대하는 캄보디아 ‘탐푸안 원주민 그룹’의 포이 분 뇩은 “어떻게 ADB가 자금을 댄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결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묵살할 수 있는가?”라고 항의했다.
많은 이슈들이 조명받았지만 두 가지가 계속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는 식량보장문제와 식량문제에 앞서 수출만을 촉진시키려 하는 ADB의 정책이다. ADB는 제한된 수입만을 가지고 있거나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진행시켜왔으나 주민들의 식량보장문제에 그러한 정책들이 입힐 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식량우선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디언 운동가 아누라다 미탈이 다시금 제기했다.
두 번째 이슈는 타이의 클롱 단에 세워지고 있는 하수처리시설이다. ADB가 자금을 지원한 이 프로젝트는 넓은 공업지대에서 배출된 하수를 모아 강에 오염물질을 퇴적시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도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시설은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선 고기잡는 일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주민 대표들은 그 지역이 많은 사람들의 삶은 근거지가 된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ADB는 이 프로젝트를 ‘환경친화적’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대부분의 기반시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환경파괴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양성은 힘이다!
이번 시위를 통해 많은 중요한 흐름들이 명확해졌다. 그 첫째는 반세계화시위에 참여하는 그룹들의 다양성이다. 재미있는 점은 시위대의 비판자들은 그룹의 다양성을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환경그룹, 노동조합, 정당, 종교단체, 인권그룹, 사회정의그룹, 심지어 세계은행 해고노동자들까지 모여 ADB 같은 기관의 개혁을 요구하는 강고한 연대를 구성했다. 나는 그 다양성이 약점이라고 믿을 수 없다.
이 다양성은 사회의 모든 부문의 구성원들이 ADB와 같은 조직의 효과가 빈곤 감소가 아니라 환경·사회 파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들이 다양한 수준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처럼 우리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이것을 “수출은 선이다. 비용은 상관없다”라는, ADB에 의해 제기된 일차원적인 모델과 비교해 보라.
두 번째는 ADB의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의 하수처리시설 프로젝트 같은 특별한 이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비판해야 할 것은 세계경제에서 ADB의 역할, 바로 그것이다.
제임스 아르바니타키스/ AID/WATCH campaign direct aidwatch@mpx.com.au
| 편집자: 1966년에 설립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세계은행을 모델로 해 만든 국제적인 개발은행이다. 설립목적은 ADB에 가입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ADB는 최근 조직의 주요한 목표를 ‘빈곤 감소’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세계화시위대는 공기업의 사유화, 경제의 자유화, 거대한 규모의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천연자원 개발 등 ADB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결과가 뻔하다고 비판한다. 환경 파괴, 공동체의 붕괴, 빈부격차 심화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자체로 실시한 회계감사에서 ADB는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30% 정도만이 지속가능하거나 장기적인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시인했다. 지난 5월9일부터 11일까지 ADB 연차총회가 하와이에서 치러졌다. 이에 맞춰 반세계화시위대가 집결했으나 시애틀이나 프라하같이 격렬한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한층 성숙된 반세계화운동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시위에 직접 참가한 오스트레일리아 NGO 활동가의 글을 싣는다. |

사진/ 하와이의 반ADB 시위에는 꼭두각시, 춤, 그리고 음악이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공동체의식이었다.

사진/ 와이키키까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시위대. 해변의 한 공원에 다다르기까지 어떤 폭력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