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미리 보는 세계질서

360
등록 : 2001-05-22 00:00 수정 :

크게 작게

책으로 보는 세계/ <21세기 세계질서>

최근 국제정세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각종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때마침 이번에 나온 모스크바의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아나톨리 우트킨 교수의 <21세기 세계질서>(모스크바 펴냄·2001년)는 현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을 제공하는 지침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저서는 저자의 오랜 정치학 연구를 종합한 역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이 저서가 지난 연구들과 다른 점은 예전에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에 치중했던 반면 이번에는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신국제질서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트킨 교수의 분류에 의하면, 21세기는 종말론적인 미국 중심의 일극화, 양극화, 다극화 및 6∼7개 문명권의 공존이라는 4개 유형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것이다. 우선 미국 중심의 일극화된 세계질서모형은 가능성이 빈약한데 그것은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도전자군’들의 연합이 곳곳에 산재하는 까닭이다.

비교적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극화질서 혹은 문명공존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다극화질서의 헤게모니 공유국으로 등장할 수 있는 나라들로 우트킨 교수는 중국, 독일,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 질서의 특징은 장기간 평화시기와 갈등시기가 혼재할 수 있고 자기 세력권 안에서 좀더 효율적인 헤게모니 관리를 위한 각 국가간의 적절한 파트너 찾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트킨 교수의 논의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점은 아시아 변수의 강조이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역사는 잊혀져 있던 장소들에서 마무리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 장소가 바로 아시아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아시아의 경제적 거인의 위치를 굳혀온 한국이 다극화질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트킨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심지어 가장 회의적인 시각의 전문가들에게도 한반도의 통일은 성취”될 것이며, 이 경우 미군의 한국 주둔은 전혀 불필요하게 되고 그 세력은 일본 혹은 대만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일본은 독자적으로 미국의 군사기지 혹은 화약고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을 회피함과 동시에 날개달린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인도와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모색한다고 진단한다.

세계질서가 문명공존 시나리오에 따라 형성되는 경우에도 아시아권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취급되고 있는데, 특히 문명접경지역의 지역분쟁 가능성을 얘기했던 헌팅턴의 진단과는 상이하게 우트킨 교수는 영국 미래학자 피르손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2006년 전면전쟁’ 시나리오 또한 물리칠 수 없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가설에 의하면 전쟁은 2002년 말경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응징으로 시작되어 북한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한국을 침공함으로써 세계전의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