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밀레니엄 기획으로 내세운 세계 최대의 식물원 ‘에덴온실’을 돌아보며
“새천년은 영국에서 시작된다”라는 기치 아래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추진한 영국의 밀레니엄 기획시리즈가 실패의 연속이다. 세계의 시간표준으로 인정받는 그리니치천문대 옆자리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개장했던 밀레니엄 돔이 “수십만 관광객이 찾는다”는 정부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런던사람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이 돔은 “비용은 많이 들고 수입은 적다”는 구설에 시달리다 결국 건설 일년 만인 지난해 연말, 실질적인 새천년의 시작도 보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밀레니엄 다리 이야기는 더욱 황당하다. 세계 최초의 신공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다리가 개통 하루 만에 통행시 다리가 크게 흔들리는 안전문제가 생겨 통행이 중단돼 사용여부가 불투명하다. 밀레니엄 돔과 다리는 여당인 노동당의 정책실패의 상징은 물론이고 영국사람들의 구겨진 자존심의 표상으로 남았다.
영국 정부의 또 하나의 밀레니엄 기획물로 ‘에덴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에덴동산(Garden of Eden)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인간과 식물이 어우러진 신세계로 이르는 길”, “지구가 연출해 내는 웅장한 드라마로 살아 있는 것들의 총체”라는 수식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의 실체는 최첨단 기술로 지어지고 운영되는 세계 최대의 그린하우스, 식물원이다. 지난 3월 말 개장한 에덴동산은 왜 인간에게 식물이 필요하고 어떻게 식물을 이용하고 돌볼 것인가를 보여주는 환경교육과 실천의 장으로 21세기 화두인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겠다는 기획의도로 지어졌다.
온실 내 공기무게만 536t
생물종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대표적인 환경문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영국에서만 야생식물 300종, 세계적으로는 4분의 1에 해당하는 식물종이 2050년까지 사라질 운명이다. 물론 원인은 환경오염과 도시화 등으로 인한 서식지의 파괴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기획된 에덴프로젝트는 영국 왕실식물원인 ‘큐가든’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지구상 최대의 식물다양성을 간직한 곳으로 기획되었다. 찰스 황태자가 출범식을 주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에덴온실에는 2010년까지 세계의 모든 식물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만4천여개의 식물종 씨앗을 모을 계획인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까지 약 4천종의 식물들이 모여 있어, 이미 ‘식물천국’으로 불린다. 큐가든 대변인 피터 크레인은 “대부분의 씨앗들이 그냥 보기에 그다지 흥미를 못 끌지 모르지만 이것들 하나하나는 미래식물세대의 모든 유전정보를 간직한 자그마한 경이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총경비 8천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15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이 세계 최대 온실의 규모와 특징을 보자. 전체 50만 평방미터의 부지 위에 모두 8개의 크고 작은 돔으로 이루어졌지만 4개씩 연결되어 크게 왼쪽의 다습열대돔과 오른쪽의 온대돔으로 구분된다. 가장 큰 왼쪽 돔은 길이가 240m, 높이가 55m, 폭은 110m로 넓이가 16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온실 내의 공기무게만 536t이다. 첨단 건축공학으로 건축되어 내부지지대는 전혀 없다. 안내책자는 런던의 명물 런던타워를 그 안에다 담고도 남을 정도이고 이층버스 11대를 쌓아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돔의 크기에 따라 8각형의 패널크기도 달라지는데 다습열대돔의 경우 직경이 11m에 달하고 500개가 넘는 패널로 연결돼 있어 밖에서 보면 거대한 벌집을 연상시킨다. 크기와 넓이 면에서 가장 큰 새집구조의 비계구조물로 기네스북에 두 가지 항목이 들어가 있다. 홍보물에는 이런 이유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린다고 나와 있다.
밀려드는 인파, 초라한 온실내부
그린하우스, 즉 온실이지만 유리 사용은 처음부터 구상에서 제외되었다. 온실 전체 크기를 고려하면 유리는 너무 무겁고 신축성이 없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신에 ETFE가 사용되었다. ETFE는 일종의 첨단 투명플라스틱으로 유리 무게의 100분의 1도 안 되고 유리보다 빛이 더 많이 통과되어 온실에 더없이 좋은 재질이다. 화학적으로는 정전기가 없어 먼지와 새들의 분비물이 빗물에 쉽게 씻겨나간다. 질기고 햇빛에 늘어나거나 하지 않으며 온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수명은 최소 25년이나 된다. 각각의 8각 패널에는 서너겹으로 붙인 ETFE가 두께 2m로 이중으로 설치되어 공기베개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이중창보다 양호한 보온효과를 낸다. 그래서 다습열대돔의 경우 실내온도가 19∼35℃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 밀레니엄 기획의 연속적인 실패로 인한 기대가 커 개장도 전에 건설과정을 보고자 지난해 이미 50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부지가 결정되고 건축이 시작될 즈음인 1997년 10월부터 에덴프로젝트에 필요한 식물을 모으고 기르기 위한 작업이 ‘밀레니엄 씨앗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전체 식물 중 반은 씨앗단계서부터 길러졌고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서 공수되었다. 열대돔에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 서아프리카, 적도부근의 섬 등에서 온 마호가니와 코코아, 커피, 고무나무 등 수목이 돔 한가운데로 흘러내리는 폭포수와 어울리게 심어졌다. 온대돔에는 지중해, 남아프리카, 캘리포니아 등에서 온 식물들이 심어졌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환경을 빌미로 한 상업적 관광상품’이라고 하면 지나친 평가가 될까. 영국 정부는 상업, 과학, 환경 및 교육의 장으로서 훌륭한 모범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상업적 목적이 우선이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이다. 필자가 2시간 남짓 둘러보는 동안, 제대로 갖추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문을 열어 속내용은 기대 밖이다. 런던에서 동남쪽으로 4시간 넘게 달려가 바닷바람 속에 1시간도 넘게 줄을 서서 입장권을 구입해 돔에 들어온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하다. 바로 며칠 전에 런던의 대표적인 식물원인 큐가든에 다녀왔다는 킹스칼리지 지리학과 전산실장 셰티스 박사는 “식물들이 좀더 자란 몇년 뒤에는 그럴듯한 모양을 갖출지 모를까 여느 알려진 식물원보다도 못하고 요란한 선전에 비해 규모도 별로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겉보기에는 독특한 형태의 온실돔이 눈길을 끌지만 초라한 내부의 식물배치도 그렇고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길가의 식물들이 말라비틀어지고 먼지투성이다.
열대식물군이 있는 왼쪽 돔의 경우 폭포수가 있고 습기조절장치가 있어 좀 낫지만 식물수보다 사람수가 더 많아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물론 식물원의 특성상, 그리고 전세계에서 모아온 다양한 식물들이 제대로 자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판매하고 있는 책자에도 이런 설명이 나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온실의 규모가 크다고 할지라도 하루 평균 2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든다면 권장할 만한 곳이 되기 힘들다. 개장 초기인 현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고 주말과 휴가철에 방문객이 더 많아 식물구경이 아니라 사람구경이 되고 만다. 방문자 전원 예약제를 실시하여 돔내 적정 방문인원을 조절하고 식물군마다 전문안내원을 배치하여 필요한 설명을 듣도록 배려하지 않는다면 당초의 취지를 방문자들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새로 지은 집이 외양은 그럴듯하게 잘 만들었으되 정작 실내장식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여기저기서 불러들인 손님들로 집안이 꽉 차 손님들끼리 민망한 그런 형국이었다.
가축 태우는 연기를 맡으며…
어느 정부나 “국제적 규모의 프로젝트”, “세계 최대” 운운하는 이벤트들은 실상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지적한 런던 그리니치 옆의 밀레니엄 돔과 템스강의 밀레니엄 다리 그리고 에덴프로젝트 초대형 바이오돔 모두 현대 첨단기술을 동원한 것들이다. 21세기를 열면서 장밋빛 미래를 그 좋다는 첨단기술로 장식했지만 운영과 기술 모든 면에서 이미 실패했다. 에덴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최종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수많은 방문객이 돌아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환경문제를 21세기 밀레니엄 이벤트로 관광상품화한 극단적 사례가 영국의 에덴프로젝트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많은 보완과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에덴프로젝트가 있는 영국 남동단 서머싯 지방, 콘월(Cornwall)로 향하는 길가의 매캐한 연기는 구제역으로 인한 끔찍한 가축 소각현장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첨단 과학기술로 미래의 식물자원을 전세계에서 끌어모아 환경을 관광상품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예방접종된 가축을 구분하지 못해 육류교역이 어렵다는 이유 즉, 과학의 한계와 경제의 이름으로 수백만의 생명을 버젓이 도살하는 곳이 ‘경제와 환경선진국’ 영국의 오늘이다.
런던=글·사진 최예용 통신원 choiyeyong@yahoo.com

사진/ 다습열대식물원으로 규모가 큰 왼쪽 돔의 전경. 가운데로 작은 폭포수가 흐른다.

사진/ 온대지방의 식물을 식재해놓은 오른쪽 돔. 거의 식물들이 자라지 않은 상태다.

사진/ 에덴프로젝트의 온실 전경. 영국 남동부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