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캄캄한 6월?
등록 : 2001-05-22 00:00 수정 :
사진/ 남부 이과수 폭포 옆 이타이푸 발전소. 정부는 전력난 위기가 표면에 드러난 올해 5월 들어서야 전력운반시설 건설을 지시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력난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매일 일정시간 전기공급을 중단한다는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5월 초에 전력난 이야기가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까지만 해도 전기요금 인상이나 제한량을 초과하는 소비자에 대한 벌금 정도의 방안이 고려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오는 6월1일부터 국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무차별 단전을 실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6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 혹은 다섯 시간씩 전력공급이 단절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의 전시체제의 비상사태라고 보면 된다. 냉동실에 보관해놓은 음식물이 상하고 응원하는 팀의 축구경기 결승전이 있는 날에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는 정도는 사소한 불편에 지나지 않는다. 한 지역 일대가 단전되면 교차로의 신호등도 따로 켤 수 없다. 단전지역에서는 통행이 특히 많은 대로의 일부 진입로를 막고 교통순경들을 집중배치해서 수신호로 차량통행을 정리하게 된다. 특히 경찰서와 교도소 주위에 경비를 강화해 치안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위급한 인명의 치료를 다루는 장소인 병원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국적으로 출산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을 운영하는 6천여개의 병원 중에서 건물 전체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용량의 자가발전기를 갖춘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국병원협회에서는 지난주 전력공사에 서한을 보내서 모든 병원들이 며칠 전부터 단전시간을 미리 안내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브라질은 항상 “큰 땅덩어리와 풍부한 천연자원밖에 없는” 나라였다. 전력에너지는 언제든지 싸고도 흔했다. 이런 비상사태까지 발생하리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기본적인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력에너지의 대부분인 97%를 수력발전소 생산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 비해 천연가스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쉽게 말해서 비가 안 오면 꼼짝없이 앉아서 굶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다른 직접적인 원인은 전력회사의 민영화가 실시되어온 최근 몇년 사이에 전력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액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초반까지 매년 100억달러에 이르던 투자액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그나마 대부분이 부채를 갚는 데 지불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전력난도 전력회사 민영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부실에서 초래됐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단전을 매일 실시하지는 않으며 하루에 길어야 한 시간 반을 약 3만명 인구 단위로 돌아가며 시행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브라질 남부와 동부에 걸쳐 실시될 단전은 이보다 훨씬 강도높은 차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2년 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페르난두 엔리케 정부는 치명적으로 민심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조치인 단전사태만은 피하기 위해 다른 절전 조치를 부단히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툴리우 바르가스 경영대학에서는 전력공급 제한으로 인해 올해의 국내생산은 지난해의 성장률인 4.5%에 훨씬 못 미치는 2.5%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신설 가능한 100만명의 일자리가 막히고 정부의 세입은 40억달러 감소하며 무역적자는 20억헤알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 부족현상은 이미 97년부터 조짐을 드러냈으며 정부는 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비판한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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