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반대시위 조직한 재독 미술가 백기영씨… 인터넷 통해 한국인 예술가들의 연대 도모
지난 5월5일 독일 서북부에 위치한 뒤셀도르프에서는 800여명이 모여 증가하는 독일 극우파에 대한 저항의 몸짓을 담아내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앞서 4월1일 발생한 15살 한인 2세 소녀에 대한 극우파의 테러가 발단이 되었고, 이에 맞춰 꾸려진 대책위와 ‘베를린 리포트’(www.berlinreport.com)라는 시사 웹진이 시위를 조직해 나갔다. ‘한 하늘, 한 땅, 한 인류’라는 제목 아래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독일 내 소수민족으로서의 한인에 대한 자각과 타 소수민족에게 가해진 인권침해에 침묵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의 내용 또한 담고 있었다.
소녀의 아픔을 담은 풍선
특히 시위에 참여한 4명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이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미화씨는 동양인의 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푸른 눈을 상징하기 위해 파란색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나는 파란색으로 보지 않습니다”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이현정씨는 슬라이드 작업을 통해 언어나 겉모습에 상관없는 인간의 동질성을 표현했고, 변웅필씨는 절제된 드로잉작업으로 선입견이 배제된 대상의 순수함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한편 시위대의 뒤편에서는, 부당한 폭력으로 인한 소녀의 아픔과 독일 극우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100개의 풍선이 하늘높이 날려졌다. 풍선이 하늘을 떠돌다 떨어질 때 매달려 있는 편지가 그 누군가에 의해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작업의 주인공 백기영씨는 “편지에 공감한다면 나의 주소로 이를 다시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라며 더불어 사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회복을 호소하고 있다.
백기영씨는 2000년 4월부터 독일 내 흩어져 지내온 한국인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독일 현대미술 여행’(members.tripod.com/k.peik/)이라는 작은 연대의 장을 인터넷상에 만들었다. 이는 ‘메일 매거진’으로 출발하여, 현재 필진 11명과 66명의 회원을 가진 월간 웹진으로 성장했다. 독일 내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과 자료를 모아내는 작업뿐만 아니라 독일 내 주요 전시소개와 나아가 최근 진행되는 미술계 쟁점들까지 담아내고 있다. 사실 독일 도서관에서 한국 미술관련 서적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독일 내 한국 미술가들의 전시는 일회성을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일 현대미술 여행’이 추진하고 있는 자료수집과 정리는 소중한 작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백기영씨는 이번 ‘인터넷 연대’를 시작한 동기가 서로의 ‘배움’을 나누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배워서 남 주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사실 이 말 속에는 ‘배워서 남 안 준다’는 사고가 숨어 있습니다. 즉 배운다는 것은 오로지 자기에게만 득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악착같이 명문대학을 목표로 공부해야 했고 명문대학을 나온 이들은 많은 경우, 정말 배워서 남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는 ‘나눔’을 위한 노력이 미술가들이 시위에 참여한 중요한 동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미술계 반성하는 워크숍 개최
백씨의 노력을 계기로 지난 3월에는 최초로 독일 내 한국인 미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워크숍도 진행되었다. 인터넷에 토론하던 이들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자료집 발간과 토론회를 통해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에 대한 좀더 체계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한국인 예술가들의 과거 작품활동에 대한 편협성이 논의되는 한편, 소박한 소망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잘못된 미술행정과 부조리로 인해 파괴되어가고 있음에도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한국미술계에 대한 반성 등이 이어졌다. 한국미술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백씨는 좀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독일에 법인단체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백씨와 한국인 예술가들의 노력이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를린=글·사진 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사진/ 지난 5월5일 치러진 극우파 반대시위. 이날 4명의 한국인 예술가들의 작업도 선보였다.

사진/ 극우파 폭력을 규탄하는 풍선을 들고 있는 백기영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