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인권활동가 룩샨 페르난도
-그래도 전쟁이 끝난 건 기뻐할 만한 일 아닌가. =민간인 피해가 너무 컸다. 이에 대한 보상 등 적절한 대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저항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수 신할리즈족이 타밀족을 포함한 소수인종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쟁이 끝났다고 축제를 벌이는 이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겠나. 전쟁에서 이긴 쪽이 진 쪽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관건이다. -타밀호랑이가 패배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라자팍세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세적으로 타밀호랑이 뿌리 뽑기에 나섰다. 민간인 피해가 커진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인도 등의 지원도 정부군의 승리에 기여했다. 타밀호랑이 진영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최근 몇 년 새 신할리즈족은 물론 무슬림과 타밀족에게까지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타밀호랑이에 비교적 우호적이던 이들도 하나둘 등을 돌렸다. -교전을 피해 나온 난민들에 대한 우려도 큰데.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은 약 2만5천 명이 아직도 교전 지역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긴급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모두 조만간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게다. 유엔 공식 추정으로만 올 들어 21만9천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마련한 ‘난민캠프’에 사실상 구금돼 있다. ‘테러 용의자’를 가려낸다면서 난민 전체에게 집단 처벌을 가하고 있다. 가족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신적 충격에 물도, 식량도, 의약품도 절대 부족한 상태다. 무기수도 면회가 가능한데, 이들 난민은 접견조차 못하게 한다. 상황이 위중하다. -소수인종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헌을 말하는 이들도 있던데.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아직도 ‘테러 혐의자’로 갇혀 있는 이들이 최소 몇천 명이다. 이들에게 혐의가 있다면 기소해 재판을 받게 하던가, 그렇지 않다면 석방해야 한다. 정부는 ‘화해’를 말하지만, 이런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니까. 정부나 군부는 물론 일반 신할리즈족 사이에서도 당장 타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따돌림, 괴롭힘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근본적인 것은 타밀족을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뿐이다. 전쟁의 원인은 ‘차별’이었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