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계/ <여성의 시간>
38년까지 여성은 은행계좌를 가질 수 없었으며 65년까지도 남편의 동의없이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이는 180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가족, 노동, 정치적 권리 등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여성의 권리’에 관한 역사와 규정을 훑어보면 여성의 지위가 현재의 수준으로나마 개선된 것이 근래의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치, 사회, 경제, 가족생활 등 모든 수준에서 남녀 불평등 구조가 자리잡고 있던 프랑스사회에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겨우 68년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괄목할 만한 진보를 보이면서 나타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가사와 육아노동 분담문제는 현실적으로 대중적 논쟁의 주제가 돼본 적이 없다. 사회학자인 도미니크 메데가 <여성의 시간>(플라마리옹 출판사·2001년, 부제: 역할의 새로운 분담을 위하여)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이 논쟁의 기수로 나섰다.
저자는 62년 25∼49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이 41.5%이던 것이 오늘날 80%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남성보다 2배나 많은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기초해 가사, 육아노동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전문화 현상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맞벌이 부부인 경우 똑같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남성의 각성을 촉구하는 관념적인 방식을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녀가 노동시장과 가족생활에 균형있는 참여를 하는 것은 사회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여성의 경제참여를 감소시키는 커다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육아문제를 꼽고 있다. 20∼49살의 무자녀 여성의 71.6%가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반면 6살 미만의 아이를 둔 여성은 51.6%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지난 94년 개정된, 교육을 위한 가족수당(APE)의 혜택자에 관한 규정을 보면 두명의 자녀를 가진 여성이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할 경우 출산하기 전 10년 동안 2년의 취업경력만 있으면 한달에 3천프랑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그 결과 94년 이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임금, 시간 등 모든 면에서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 아래서 일하기를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럽의 다른 나라, 특히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경험을 들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93년 이래 남성도 한달간의 유급육아휴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현재 50%의 남성이 1년에 35일 이상 이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고용인이 노동시간을 선택하고 회사쪽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가사와 육아노동 분담문제는 노동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저자는 기업에 고용인의 사생활을 고려, 참작하는 경영의 실천을 고무하고 나섰다. 사회, 경제제도의 개선 속에서 의식변화를 촉구하고 남녀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유토피아적으로 들리기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여성운동가들의 지난한 투쟁이 낳은 성과물들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사실 가사와 육아노동 분담문제는 노동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저자는 기업에 고용인의 사생활을 고려, 참작하는 경영의 실천을 고무하고 나섰다. 사회, 경제제도의 개선 속에서 의식변화를 촉구하고 남녀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유토피아적으로 들리기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여성운동가들의 지난한 투쟁이 낳은 성과물들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