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남녀의 적나라한 사생활 보여주는 프랑스 민영방송 <로프트스토리> 논란
2001년 4월26일 저녁 8시50분, 프랑스 전역에서 500만명이 넘는 TV시청자들이 프랑스의 민영방송 로 일제히 채널을 맞추었다. 이 시간대의 시청률 26%를 헤아리는 이 수치는 평소 같은 시간대에 를 즐겨찾는 시청자의 두배를 능가하는 수치였다. 이는 몇주 전부터 를 통해 예고됐던 프로그램 <로프트스토리>(Loftstory) 때문이었다.
‘픽션실화’ 상상력의 저하?
“20∼28살에 속하는 6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가 70일 동안 로프트(프로그램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공간.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저장하는 고미다락) 안에서만 생활하며 진행되는 실제상황을 방영하는 <로프트스토리>가 4월26일부터 시청자 여러분의 안방을 찾게 됩니다.” 이런 내용의 방송예고와 함께, 20∼28살에 속하는 일반인들이면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출연자 선발의 뒷얘기 등이 수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프랑스의 언론들은 매일같이 <로프트스토리>를 운운하고 있다. “프랑스의 TV들이 나날이 상상력이 저하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로프트스토리>와 같은 유의 방송들이 재생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문화부 장관 마담타스카) “증시분석가들은에 끼치는 <로프트스토리>의 영향에 대해 신중을 기한다.”() “<로프트스토리>와 콘돔.”(<르몽드>) “미적으로 완벽한 <로프트스토리>.” (transfert.com)
이렇듯 <로프트스토리>는 시사지, 경제지, 패션지, 온·오프라인을 총망라하며 비판거리가 되는가 하면 질투거리가 되고,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5월9일 현 집권당인 사회당의 모의원은 <로프트스토리> 출연자의 계약조건과 관련, 심의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 4월26일부터 이렇듯 프랑스 전체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 <로프트스토리>는 도대체 어떤 방송일까?
<로프트스토리>는 일명 ‘TV실화’ 혹은 ‘픽션실화’라고 일컫는 장르로,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 방송 속에서 구현되는 현실을 실제로 겪으며 만드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이 장르의 원류는 미국에서도 방영되어 논란를 일으켰던 네덜란드의 〈Big Brother〉에서 찾을 수 있고,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르다.
다양한 섹스신, 나체신
이 픽션실화는 총 3만8천여명의 후보자들 중에서 정신분석학자, 심리학자, 방송관계자 등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그야말로 바늘구멍에 들어갈 만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22명의 후보들 중 11명이 출연하고 나머지는 출연대기상태에서 시작된다. 무대는 이 프로를 위해 특별히 지어진 3억프랑 상당의 로프트로, 출연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거기서 70일간을 보내면서 마지막날까지 성공적으로 커플을 만드는 한쌍에게 로프트를 선사한다. 그 커플은 이후 6개월 동안 그 속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하지만 70일간 단순히 인내심만을 테스트하는 것은 아니다. <로프트스토리>는 그 기간 동안 출연자들이 시청자들 및 동료 출연자들의 투표에 의해 탈락되고 교체되는 냉혹한 게임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코미디언적 자질을 발휘해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아야 함과 동시에, 탈락에 대한 우려로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70일간 11명이 함께 머물다가, 최후의 승리자에게 선물로 낙찰되는 문제의 로프트는 380평방미터의 정원을 구비하고 있으며, 그 자체 면적만도 225평방미터나 되는 현대적인 장식의 거대한 공간이다. 출연자들이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이 거대한 공간은 개인적인 고립보다는 단체적인 협조를 유인하도록 구성돼 있다. 세탁기의 부재, 유일한 욕실, 수영장 등은 출연자들이 여기저기서 마구 부딪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협조작업을 요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 공간엔 비밀이 없어서 26대의 카메라, 50개의 마이크가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설치돼 있고, 침실에까지도 침범한 카메라는 출연자들의 움직임을 24시간 내내 촬영한다.
부르주아 2세, 이민 2세, 인텔리, 게이 등 11명의 출연자들은 현 프랑스사회의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카테고리화해 집결돼 있는 듯하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건 시간문제다. 게다가 로프트에 체류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양한 섹스신을 만들면서 방송내용 진척에 아주 호의적인 참여를 하는 ‘적극성’을 발휘하고 있다.
X와 Y는 풀장에서 뜨거운 키스신을 만드는가 하면, A는 B와 커플형성을 제의하는 야심을 보이고, C는 D를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며 마음보다 육체를 재촉하고, E는 F에게 A를 모욕하며 자신의 자리를 굳히려 하고, G는 코코아를 담은 젖병을 빨며 일상을 논한다. 그런 장면들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X+Y- A+C or B’ 등의, 애매모호한 짝짓기방정식을 풀어보기도 한다.
섹스신, 나체신 등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하룻동안의 주요내용은 텔레비전을 통해 45분 동안 방영되고, 나머지는 케이블TV와 인터넷, 그리고 전화를 통해 방송팬들이 원하는 모든 내용을 배포하고 있다. 결국 이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대중매체를 총동원하여 지나칠 정도로 투명하게 진행되는 방송인데, 특히 인터넷을 통해 뒷얘기를 나누는 팬들의 극성이 폭발적이라 TV에서 여운을 남긴 로프트의 뜨거운 장면들은 인터넷을 통해 불티나게 다운로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탈락후보가 두명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누구를 탈락시키시겠습니까? 여기로 전화를 걸어주세요.” 분당 3프랑이 넘는 유료전화요청광고는 그 효력을 십분발휘하여, 일주일도 넘기지 않아 300만여명의 참여자를 만들었으니, 는 현재 전화수입만도 수백만 프랑을 넘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저녁 6시대에 방영되는 본방송은 자정경에 재방송되고, 저녁 8시에 요약되며 그것도 모자라 목요일마다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의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로프트스토리>에 대한 잡담을 나누는 토크쇼가 진행된다. 쪽의 상업적인 배려는 치밀하다 못해 다소 조잡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조잡함은 를 나날이 살찌우고 있다.
‘로프트스토리 증후군’ 찬반논란
<로프트스토리>가 방영되던 첫날 시청률 26%였던 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39.6%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였다. 그리고 5월5일에는 <로프트스토리> 해당시간대의 광고비가 2배로 뛰었고, 증권시장에서 의 주가는 5%나 상승했다. 이러한 승승장구의 기세에 힘입어, 5월21일부터 프라임타임인 저녁 7시대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제 <로프트스토리>는 주주들의 보물단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스캔들이 있고 섹스가 있고 경쟁이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패배와 승리가 있는, 그러면서도 실화라 어쩐지 자신을 닮은 듯한 출연자들의 안간힘쓰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죈다. <로프트스토리>는 문화상품이기보다는 제작회사 ‘ARP’가 치밀하게 구성한 상업상품임을 한두번 시청하고나면 금방 느끼게 된다. 이 폭발하는 시청률은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TV방송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로프트스토리 현상’에 혐오를 표하는 층의 선두자리는 “상업성에 치중한 방송의 질적인 저하를 우려”하는 프랑스 문화부가 차지한다. 문화부 외에도 사회각계에서는 “TV와 인터넷을 연계하여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상업적인 처사와 방송내용의 비도덕성 및 개인생활침해”를 비난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자존심으로 버텨오던 프랑스의 TV방송이 이번을 계기로 문화성보다는 상업성으로 치닫게 될 것을 우려하는 소리다. 이와관련 ‘텔레푸벨’(Tele-poubelle: 텔레쓰레기통)이라는 비어가 생겨나 마르세이(마르세유???)의 방송사 앞에는 반대하는 시청자들이 들고온 쓰레기통이 쌓이고 있다. <로프트스토리>의 팬들이 방송진척상황에 따라 다양한 팬클럽사이트들을 계속해서 산출하는가 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잇따라 패러디사이트를 선보이거나 아예 보이콧을 외치기도 한다. 어쨌든 찬동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서도 <로프트스토리>는 나날이 유명세를 더하면서 현재 프랑스사회에 ‘로프트스토리 증후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옵세르바테르>의 인터넷사이트가 진행중인 여론조사의 5월11일 정오까지의 결과를 보면 ‘로프트스토리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경찬한다’가 57.2%, ‘혐오한다’가 18.8%, ‘관심없다’가 24.0%이다. 5월11일 현재, 10주간의 여정 중 2주가 막을 내린 <로프트스토리>의 여정은 아직도 길다. 따라서 <로프트스토리>의 상업적인 성공을 논하기도 아직 이른감이 있다. 사실상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일련의 증후군들조차 어쩌면 독감을 앞둔 잔기침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70일간의 <로프트스토리>는 프랑스 방송사와 프랑스의 대중문화현상에서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세계화의 물결,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나날이 세계는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중매체의 맹목적인 상업성 추구는 그런 모습 중 하나다. 남은 8주가 지난 뒤에도 프랑스의 문화적인 자존심이 상업성에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면 구경꾼의 지나친 욕심이거나 시대를 반역하는 일일까.
<로프트 스토리> 공식 웹사이트 http://www.loftstory.fr
파리=이선주/ 자유기고가

사진/ 〈M6〉는 <로프트스토리>의 재방송, 요약방송은 물론 관련 토크쇼까지 내보내고 있다. <로프트스토리>의 진행자.
그리고 그날 이후 프랑스의 언론들은 매일같이 <로프트스토리>를 운운하고 있다. “프랑스의 TV들이 나날이 상상력이 저하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로프트스토리>와 같은 유의 방송들이 재생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문화부 장관 마담타스카) “증시분석가들은

사진/ <로프트스토리>는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출연자를 탈락시키는 냉혹한 게임이다. 한 출연자의 일일 인기도 측정결과.(맨위)출연자들의 로프트 생활 장면. 출연자들간의 적나라한 섹스신과 나체신도 볼 수 있다.

사진/ <로프트스토리> 웹사이트를 통해서 관찰할 수 있는 비디오카메라 설치지도. 카메라를 클릭하면 해당장소의 실시간장면을 볼 수 있다. 연두색 카메라는 클럽 회원에게만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