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I 2001 보고서에 드러난 지구촌 빈부격차… 선진국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어
지구촌의 빈곤과 부의 불평등 분배는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세계은행은 최근 지구상의 만성적인 가난을 퇴치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잃은 어린이들, 사회적 차별과 억압, 그리고 에이즈의 공포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구하자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개발지수(World Development Index) 2001’이란 이름의 이 보고서는 현재 지구촌 인구 60억명 가운데 12억명이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어렵사리 살아가는 절대빈곤 상태에 머물고 있고, 1억1300만명의 어린이들이(특히 소녀들이) 가난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해마다 5살 이하 1억명의 어린이들이 대부분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50만명의 가난한 나라 여성들이 임신중 또는 출산 때 쉽게 예방 또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간다고 밝혔다.
미국, 알량한 0.1% 지원
지구촌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은행의 WDI 2001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하루 60달러를 버는 반면, 5분의 3(61개국)은 겨우 하루에 2달러를 번다. 특히 아프리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만성적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선진국들이 일치협력해 이들 아프리카 빈국들이 만성적인 가난에서 탈출하는 걸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위스(3만8380달러)이고, 그 다음이 노르웨이(3만3470달러), 덴마크(3만2050달러), 일본(3만2030달러), 미국(3만1910달러), 스웨덴(2만6750달러), 독일(2만5620달러) 순이다.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니콜라스 스턴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는 부유한 국가들의 빈곤국가 지원금을 국내총생산(GDP)의 0.7%대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현재 평균은 0.24%). 그럴 경우 연간 1천억달러 이상을 빈곤국들을 돕는 데 추가로 투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이 세계은행의 GDP 0.7% 지원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노르웨이와 덴마크는 1% 수준). 미국은 국민총생산(GNP)의 단지 0.1%를 가난한 나라를 돕는 데 쓰고 있을 뿐이다. WDI 2001 보고서는 선진국의 1인당 소득으로 환산한 실제 기부액은 94년의 71달러에서 99년 64달러로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빈곤국가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만만치 않았다. 비판자들은 세계은행과 IMF는 빈곤국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의존도만 높일 뿐이며 개발이란 이름으로 환경파괴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WDI 2001 보고서가 발표되던 날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 앞에서는 수백명의 시위자들이 모여들어 “제3세계 빈곤국가들이 지고 있는 채무를 완전히 탕감하라”고 요구했다. “이것저것 꼬리가 달린 조건부 상환이 아닌, 말 그대로 기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봄 세계은행이 국제통화기금과 연석회의를 가졌을 때 수천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크게 충돌한 사실을 떠올리면, 올해의 시위는 조용히 끝난 셈이다.
‘절대빈곤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인된 개념은 5인가족이 1인당 하루 평균 1달러쯤을 벌어 한달 소득이 150달러에 이르는 수준을 말한다(1인당 연평균 365 달러). 이 기준에도 못 미치면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연평균 소득 365∼730달러 사이는 빈곤층이다. 지구촌의 저개발국들, 듣기좋게 말해 개발도상국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처참할 정도로 낮다. 대부분 절대빈곤, 아니면 빈곤선상에서 허덕인다. 에티오피아가 100달러로 가장 낮고, 부룬디(120달러), 10년 내전에 시달려온 시에라리온(130달러), 말라위(180달러), 니제르(190달러), 에리트레아(200달러) 등이 지구상의 빈국들로 꼽힌다. 한결같이 주로 아프리카에 몰려 있고 내전을 거쳤거나 치르고 있는 나라들이다. 아시아의 빈국은 네팔(220달러), 캄보디아(260달러), 방글라데시(370달러), 인도(440달러), 파키스탄(470달러) 등이다(한국은 8490달러).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밀레니엄 정상회담에서는 지구촌의 절대빈곤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다짐한 바 있다. 또한 2005년까지 초등학교에 소녀들이 소년들과 같은 수준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며, 1990년에서 2015년까지 유아 사망률을 3분의 2까지, 임산부 사망률을 4분의 3까지 줄인다고 결의했다. WDI 2001 보고서에서 보이듯,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 빈민이 90년대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1990년의 29%에서 98년 23%로 6%포인트(1억명)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중국의 경제발전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은 지난 90년 하루 1달러 벌이로 먹고살던 빈민들 가운데 2억명이 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났다(99년 1인당 평균소득 780달러). 그러나 세계은행의 WDI 2001 보고서에서 중국을 빼면, 하루 1달러로 고단한 삶을 꾸려가는 빈민 숫자는 1987년 8억8천만명에서 11년 뒤(1998년) 9억6100만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개발도상국에 높은 관세까지 매겨
중국인의 삶이 크게 향상된 반면,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유아사망률, 임산부사망률 등 여러 지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에이즈 감염으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더 짙게 아프리카 대륙을 덮고 있는 상황이다(도표 참조).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70%가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희망의 싹을 조금씩 틔우고 있는 곳들도 있다. 모잠비크, 우간다, 적도기네아 등은 최근 GDP 성장률에서 7% 이상을 보여왔다. 수단도 성장률이 5% 이상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러하듯, 독재권력과 여기에 기생하는 일부 특권층이 외국자본과 손잡고 일으킨 경제성장에서 비롯된 이같은 지표상의 성장은 절대빈곤층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세계은행쪽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금융 지원 덕에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 성장률이 선진국의 그것보다 높다고 WDI 2001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지만, 절대액수에서 비교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이를테면 1인당 연평균 소득이 200달러에서 50% 늘어봤자, 절대액수는 겨우 50달러 늘어난 데 지나지 않는다.
특기할 사실은 세계은행의 한 고위간부가 WDI 2001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설정, 개발도상국들에 매기는 관세가 한해 1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실토했다는 점이다. 이런 관세장벽을 두고도 입만 열면 글로벌 경제를 말하기는 낯이 간지러울 듯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요구되는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이 다른 부자나라들과는 달리 세계은행이 제시한 GDP 총액의 0.7% 기부안을 따르겠다는 서명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hotmail.com

사진/ 대부분의 아프리카 민중들은 절대빈곤에 허덕인다. 굶어죽은 소말리아 난민의 시체.(GAMMA)

사진/ 구호물자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소말리아 난민들.(GAMMA)

사진/ 수단의 한 난민촌. 빈부격차가 심해짐에도 선진국들의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