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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일본, 한여름 밤의 '지진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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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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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예고하는 이즈제도 국지적 지진에 간토 지방 주민들 잠 못 이뤄

(사진/이즈제도의 지진으로 도쿄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1923년 간토 대지진의 악몽이 살아나는 듯하다)
6월 말 미야케지마(三宅島)의 화산 활동을 계기로 시작된 이즈제도(伊豆諸島)의 국지적 지진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20일간 이즈제도에서 일어난 지진 횟수는 2만1200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체감할 수 있는 지진은 5500회를 넘는다고 일본 기상청은 밝히고 있다. 이를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1060건, 한 시간 단위로는 44.2건. 즉 1분20초마다 한건의 지진이 일어나는 셈이다. 사람이 서 있기가 곤란하고 벽의 타일이 떨어지고 창문이 깨지는 진도 6의 지진만 해도 한달 동안 4차례나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이즈제도뿐 아니라, 이곳의 지진이 바로 감지되는 도쿄를 포함한 간토(關東)지방 주민들은 대지진이 오는 징조는 아닌가 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도카이 지진이 지지개 켜고 있다

이즈반도 및 이즈제도 부근은 지진의 주된 원인이 되는 암판(plate)간의 충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이즈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필리핀해 판은 북서쪽으로는 유라시아 판, 북동쪽으로는 북아메리카 판과 부딪치고 있다. 그래서 이 주변의 필리핀해 판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왼쪽 변이 유라시아 판, 오른쪽 변이 북아메리카 판과 만나 해구(海溝)를 이룬다. 필리핀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부딪치는 곳에는 스루가 해구가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지진은 도카이(東海)지방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도카이 지진’이라 불린다. 필리핀해 판이 북아메리카 판 아래로 침식해 들어가는 지점에는 사가미 해구가 있어 미나미칸토(南關東) 지진의 진앙지가 된다. 일년에 3cm씩 북아메리카 판을 침식해 들어가는 필리핀해 판은 도쿄의 지각 아래를 거쳐 도쿄의 북동쪽에 있는 이바라키 남부지방에서 태평양 판과 맞부딪치고 있다. 지진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이바라키 남부지진’이라 부르며, 도쿄의 지각 아래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수도권 직하(直下)지진’이라 부르고 있다. 이바라키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북아메리카 판과 태평양 판의 충돌로 발생하는 지진은 ‘이바라키오키 지진’으로 일컬어진다. 이처럼 이즈반도 주변은 네개의 암판이 각기 충돌하여 다섯 종류의 해구형 거대지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진 위험지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진대들이 서로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에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과거의 지진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하나의 지진은 다른 지진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1854년 일어났던 도카이 지진 1년 뒤에 수도권 직하지진인 에도 지진이 일어났고, 1923년 미나미칸토 지방이 진앙지였던 간토 대지진 전후로 이바라키 남부지진, 이바라키오키 지진이 발생했던 것이 그 대표적 보기다. 진원지의 지진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매그니투드(magnitude) 7 이상의 대지진은 대개 이즈제도의 분화활동에서 시작한 적이 많았다는 것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이즈제도의 국지적 지진을 주시하고 있는 지진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즈제도의 지진으로 바싹 긴장하고 있는 곳은 이미 지진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도카이 지방이다. 1707년과 1854년 지진이 일어난 이 지역은 그 주기가 150년으로 짐작돼, 이미 몇년 전에 정부가 ‘지진 방재대책 강화지역’으로 지정했다. 도카이 지방 가운데 진원지인 스루가 해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시즈오카(靜岡)현의 재난방지계획에 따르면, 도카이 지진이 불거질 경우 현내에서만 사상자 9만4천명, 건물 파괴 45만채의 피해가 예상된다. 오카다 과학기술청 지진조사 연구센터 소장은 “도카이 지진은 조금씩조금씩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임계점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 기능 이전도 고려해야 하나

도쿄도 불안하다. 도쿄지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거대 지진은 미나미칸토 지진과 수도권 직하지진이다. 미나미 칸토지진은 필리핀해 판이 북아메리카 판 밑으로 침식해 들어가면서 그 충돌지점인 미나미칸토 지방을 진앙지로 발생하는 지진으로, 1923년 간토 대지진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에서는 1700년대 초반에 똑같은 형태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어 지진주기는 대체로 약 200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필리핀해 판이 도쿄 지각의 아랫부분에서 북아메리카 판과 충돌하여 일어나는 수도권 직하지진은 이미 단층활동에 들어가 있으며 21세기 초반에 거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진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그러한 위험성을 경고하며 수도 기능 이전을 주장해온 건설성 건축연구소의 이시바시 실장은 “수도권 직하지진은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수도권 직하지진은 항상 이바라키오키 지진이 그 전조로서 나타나는데, 이바라키 앞바다에서 일어난 7월21일의 매그니튜드 6.1의 지진이 그것일지 모른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도카이와 수도권 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도쿄=윤대석 통신원yds7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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