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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하이드파크의 아주 특별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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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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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진 하이드 파크의 기증의자.(최예용 기자)
런던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둘러보는 시민공원이 하이드파크다. 영국 서민들의 영원한 벗으로 기억되는 다이애나비를 기념하는 놀이터와 그가 살던 켄싱턴궁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공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벤치들을 가만히 보면 아주 재미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누군가가 기증한 것들이다. 의자 등받이에 갖가지 기증자들의 사연이 적혀 있다.

영원한 젊음을-게란디 찰스(forever young), 절친했던 친구를 기억하며-하레이(a great companion), 이 정원을 즐겨 찾은 랄프(enjoyed this gardens 1913∼99), 1974년에 돌아간 긴드 토머스를 위해(Gwynndd Thomas died June 14th 1974), 이곳을 사랑했고 늘 새들을 돌보았던 케빈을 기억하며(in memory of Kevin Wynne who loved and cared for the Birds here), 밥 로버트슨을 위해, 가족들이(Bub Robertson from his family), 이 공원을 즐겨 찾은 검은 랩래더를 새롭게 기억하며(in memory fo New, a black Labrador who loved this park, 인근을 지나던 이에게 물으니 랩래더는 개종류란다), 헤럴드 잉그렘과의 사랑스러웠던 시간을 기억하며, 그가 사랑했던 그를 기억하는 이들로부터(In loving memory of Harold Ingram, He enriched the lives from who knew him 1918∼96), 캘리포니아의 와체트 가족으로부터(Presented Hyde Park by the Wtchett family of California), 사랑하는 돈 스테어의 50살 생일을 축하하며 당신의 가족으로부터(Donation in celebration of Don Stair’s 50th Birthday with Love from your family), 엘리엔 블라트를 위해 사랑하는 남편 헤럴드(For Elaine Blatt from Harold Her adoring Husband, July 9th 1999).

이들 다양한 사연들을 읽고 있노라면 이들의 기증의식이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으로 따져서 사실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그가 즐겨 찾고 애용하는 공원 한편에 의자 하나 기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돌아간 이를 기억하며 기증한 경우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이드파크에만 기증의자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영국 전역 어느 곳을 가든지 이런 유의 기증의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도 가장 기부와 기증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영국인들의 기증문화는 민간환경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가 꽃을 피운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웬만한 유적지나 관광지역 그리고 환경생태지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는 영국의 독특한 민간조직으로 기부금을 모아 환경보호는 물론이고 전통문화의 보전을 통해 교육의 장으로서 활용하는 데에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강 시민공원에 시민들이 기증한 벤치와 나무들이 놓이고 심어진다면 한결 보기좋을 것이다.

런던=최예용 통신원 choiyeyo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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