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계/ 〈Catatan Pinggir〉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처음 한동안 미친 듯이 역사학 관련책을 사들인 적이 있다. 책 구하기가 하나의 중요한 일거리인 인도네시아에서 쓸 만한 책이 보이면 일단 구입해야 한다. 언어는 문화다. 문화와 사람을 읽지 못하면 언어는 아무런 깊이를 더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길거리 책판매대에서 우연히 집어든 는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이다. 번역을 하자면 귀퉁이에 끄적거려놓은 메모쯤이 되겠다. 인도네시아 유력주간지 <템포>의 편집장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구나완 모하하드의 칼럼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이 ‘메모’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템포>라는 주간지를 조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수카르노 정권의 언론탄압에 반대의 기치를 들었던 사람들이 수하르토 정권 초기인 1971년 객관적이고 편향성을 배제한 독립언론을 지향하며 <템포>를 창간했다. 그러나 역시 독재정권이었던 수하르토 아래서 <템포>는 반골적 기질을 드러내며 1984년에 2개월 정간, 1994년에는 폐간조치되었다가 1998년 개혁의 바람 속에서 복간하게 된다. 는 1981년부터 <템포>의 맨 뒤쪽 페이지에 실리기 시작한 여분의 장이었다. 강성인 <템포>의 목소리와는 달리 이 메모는 한발 떨어져 전체를 조망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놓치기 쉬운 핵심적인 문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 목소리는 낮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들어보는 것이다.
는 생활 주변의 작은 이야기나 읊조림으로 말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철학과 문화와 사상, 그리고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다. 그 주제에 대한 한계도 없으며, 이야기방식의 한계도 없다. 마치 귀퉁이에 끄적거려놓은 메모처럼 편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아무 의미없는 말장난이 아니다. 그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담론이 빛나고 그 시대와 이 땅의 의식이 반영되고 있다. 때로 우리는 전문성, 효율성이라는 토끼를 좇느라 정작 좇음의 기본적인 의문은 생각하지 않으며 살고 있지 않는가? 얼마나 잘 뛰고 있느냐가 아니라 왜 뛰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는가? 지금 구나완의 글쓰기를 답습해볼 필요가 있다. 를 읽을 때, 그 책에 무엇이 담겨 있으며,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를 말하기보다 왜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한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주류의 논쟁을 벗어난 귀퉁이에서, 그러나 예리하게 빛나는 섬광을 보여주고 있다.
자카르타=김소연 통신원 yewon98@cbn.net.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