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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거침없는 쾌락, 펑크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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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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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청소년들 노골적인 가사와 몸짓으로 섹스 표현… 춤추며 성행위한다는 소문까지

사진/ 선정적인 동작을 반복하며 펑크댄스를 추고 있는 브라질 젊은이들. 무절제한 섹스와 미혼모 문제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나 근거없는 모함이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SYGMA)
리우데자네이루 변두리의 저소득층 젊은이들이 드나드는 댄스클럽에서 시작된 펑크(funk) 댄스의 열기는 이제 브라질 전국으로 번지고 저녁 시간대의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저속하기 짝이 없는 가사의 노래에 맞춰, 그보다 더 노골적으로 야한 춤 동작을 추며 어린 남녀가 엉켜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이먹은 어른들은 “말세가 따로 없구나”라고 혀를 차게 마련이다. 펑크 댄스의 원조는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지만 요즘 브라질에서 유행하는 펑크는 랩스타일의 댄스뮤직에 가깝다.

브라질 춤, 관능의 역사

브라질 사람들은 항상 관능적인 춤과 음악을 즐겨왔다. 카니발의 삼바 축제는 에로티시즘의 향연 그 자체이고 전통적인 서민들의 사교춤인 포호는 남녀가 몸을 섹시하게 가까이 붙이고 경쾌하게 스텝을 밟는 춤이다. 90년대 초반에 크게 히트를 치고 한국에서는 김완선이 추기도 했던 람바다(사실 김완선이 춤춘 람바다는 브라질의 ‘본토’ 람바다와는 많이 달랐다) 춤에서는 남녀가 허리 아래 부분을 유난히 밀착시키고 다리 사이의 엇갈림을 한껏 강조한다. 그뒤로, 가하파(병이라는 뜻, 병 입구가 엉덩이 밑에 오도록 놓고 닿을 듯 말 듯 흔들어대는 춤), 쎄구라 찬(처음부터 끝까지 히프를 야하게 흔들면 되는 춤), 움비가다(배꼽춤과 유사한 행동을 반복) 등 별의별 춤들이 인기를 얻다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브라질사회에서 펑크 댄스같이 한치의 은유도, 상징도 없이 직접적으로 섹스를 말하고 몸짓으로 보여주는 춤은 처음이다.


노래 가사는 또 여자를 비하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미화하는 내용들이다. “나를 암캐라고 불러줘요. 그럼 나는 와우와우 짖을게”라든가 “한대만 때려갖고는 안 아프지…” 등 노래에서 반복되는 문구들이 보통 이런 수준이다.

펑크가수 출신인 베로니카 코스타(25)는 지난해에 펑크춤을 즐기는 젊은층의 표를 얻어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그의 7살난 아들 조나탄은 사전에도 없는 속어로 “엉덩이 큰 여자가 좋다”면서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리우 주정부가 나서서 TV출연정지를 시켜야 했다.

선정성은 결국 놀이가 된다

급기야는 리우데자네이루시의 보건국장이 펑크 댄스클럽에서 청소년들이 춤추면서 집단으로 성관계까지 하고 그러다가 소녀 2명이 덜컥 “아비 모르는 애”까지 임신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펑크 춤 열기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댄스클럽에서 여자아이들은 속옷도 안 갖춰 입고 남자들 무릎에 앉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는 와중에 실제로 관계까지 하게 된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또래 집단으로부터 이른바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게 된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고 근거없는 모함이라고 펄쩍 뛰는 펑크 옹호론자들도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런 야한 춤들은 처음에는 비난과 개탄의 대상이다가도 어느새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스며들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지나간다는 것이다. 처음의 충격적인 선정성은, 손자 손녀의 생일잔치에서 할머니, 아줌마들이 같이 어울려 추는 가운데 장난스러운 놀이가 되고 만다.

“노래 가사나 춤에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젊은 애들은 자기들이 섹스하고 싶으니까 섹스하고, 임신하고 싶으니까 임신하는 거예요.” 펑크가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한 시민의 대답이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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