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축소와 함께 모병제 전환이 화두… 40주년 맞은 시민봉사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1961년 처음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며 도입된 독일의 ‘시민봉사제도’가 지난 4월10일로 4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모두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시민봉사자’로 군복무를 대신해 왔다. 도입 첫해인 1961년 340여명이었던 대체봉사자의 규모도 해를 거듭하며 급증한 결과 93년 이후 한해 평균 13만여명에 이른다. 이는 최근 독일연방군의 연평균 신병채용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시민봉사자’의 약 70%는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일부는 노약자와 장애인 가정으로 출근하여 그들을 돕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이후 활동영역이 확장되어 환경보호 관련 분야의 비중이 증가하였으며, 소수는 독일을 벗어나 미국의 뉴욕 등지에서 노숙자를 돕기도 하고, 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40년 역사의 시민봉사제도가 최근 독일사회를 달구고 있는 징병제 철폐 논의와 함께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냉전 종식과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유럽 확장이 독일 안보정책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하였으며, 또한 지난 16년간 콜 정부가 남긴 기록적인 재정적자로 인한 현 사민-녹색 연정의 ‘긴축재정’은 연방군 개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연방군 개혁위원회’가 건의한 개혁안에 따라, 독일은 연방군의 현대화와 위기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현 34만명의 병력을 2010년까지 25만명 규모로 축소할 계획이다. 현재 연방군은 20만2천명의 직업군인과 13만8천명의 의무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병력의 축소에 따라 요구되는 의무병의 규모는 5만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녹색당, 병역의무 완전폐지 주장
이를 배경으로 징병제 폐지와 모병제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으며, 현재 39개에 달하는 군부대가 폐지, 이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나아가 녹색당은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시민봉사제도를 포함한 병역의무의 완전폐지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기 위해 사민당과 막바지 협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민당의 루돌프 샤핑 국방장관은 징병제 폐지불가 입장을 완강하게 밝히고 있다. 그 이유로 아직은 유럽의 미래 안보상황을 단정하기 어렵고, 일단 징병제가 폐지되고 나면 안보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재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모병제에 따른 군대의 우익화 위험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90년 들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독일의 ‘신나치’에 군대는 유력한 활동 근거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병제가 남성중심주의와 군국주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보수 기민당의 경우, ‘안보론’을 들어 징병제 폐지를 반대하는 쪽과 모병제를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독일연방군의 단계적 축소는 이미 현실적 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징병제 폐지가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10개월인 군복무 기간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징병제의 현실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징병제가 폐지된다면 병역의 대체수단인 시민봉사제도도 사라질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각종 사회봉사단체들은 시민봉사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명의 시민봉사자를 위해 투자되는 돈은 1년에 약 3만2천마르크에 달한다. 이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 정부는 군복무를 대체하는 시민봉사제도 대신에 직업적인 사회봉사자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업자들이 고용된다면 이들에게 지불되는 연간 실업수당인 1만1천마르크를 절약할 수 있고, 이는 9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대체 전문인력 고용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병역의무 대체로 출발하여 ‘참여와 봉사’로 그 의미가 발전된 시민봉사제도의 사회적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비록 의무적인 제도를 통해서일지라도 지난 40년간 이 제도를 거쳐간 수많은 젊은이들과 또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더 많은 시민들로 인해 시민봉사제도는 사회복지국가 독일의 한축을 이루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녹색당은 자율적 사회봉사제도를 도입하여, 성별의 구분없이 모든 젊은이들에게 1년간의 자율적 봉사기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봉사자로 참여하는 이들에게 취업이나 대학진학에 있어 특전을 부여하거나, 연금 조기지급 등의 경제적 보상을 함으로써 참여를 확대시키고자 한다.
시민봉사제도를 직업적 사회봉사제도로
독일에 대체복무가 도입된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독일연방 가족부(minister of family) 장관 베어크만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민봉사제도를 평가했다. “겁쟁이라 비난받았던 병역거부자들은 그들이 정반대의 일을 하였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들의 ‘공공이익’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야만 한다.”
베를린=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사진/ 독일 젊은이들의 훈련소 퇴소식. 시민봉사제도는 병역의무 대체로 출발하여 ‘참여와 봉사’로 그 의미가 발전됐다. ‘시민봉사자’들은 93년 이후 한해 평균 13만여명에 이른다.

사진/ 독일 젊은이들의 훈련소 입소 장면.

사진/ 독일군을 조롱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는 반전주의자 리들. 포스터엔 ‘지나치게 비대한 탱크와 지나치게 작은 뇌’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