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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참다운 인간개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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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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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계/ <인간과 개발>

타고난 유머와 번뜩이는 기지로 청중을 사로잡는 달변가였던 탄자니아의 전 대통령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코끼리 두 마리가 정사를 벌인다 해도 짓밟히고 상처받는 것은 역시 풀들이다”라고 갈파함으로써 냉전체제의 붕괴와 세계질서의 새로운 재편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주변부화와 소외는 지속되리라는 것을 예견한 바 있었다. 세계가 빈국과 부국, 빈자와 부자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세계는 하나다”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기만이자 왜곡이다. 니에레레는 인간이 일하고 먹는 권리를 타인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본적 자유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평등한 권리조차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경제개발이나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의(不義)한 질서만을 잉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발은 선이고 저개발, 미개발은 악이라는 사고가 풍미했던 시대에 과연 발전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복무하고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제기함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 니에레레의 일생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3세계 민중의 정신적 지표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 전통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가족애와 형제애를 토대로 탄자니아식 ‘우자마(Ujamaa)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신명을 바친 니에레레의 세계관과 인본주의적 철학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 바로 <인간과 개발>(Binadamu na Maendeleo)이다. 인간본성과 양심 본연의 소리에 호소한 연설들을 모아 출간된 이 책에서 교육, 평화,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 아프리카 각국의 해방투쟁, 진정한 인간개발에서 종교의 역할 등 제반분야에 걸쳐 그의 삶에서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던 정치철학과 신념을 만날 수 있다.

니에레레가 생애에 걸쳐 일관되게 천착한 문제는 바로 평등과 인간존엄성을 구현하는 사회와 참다운 의미에서의 인간개발이었다. 그는 이른바 ‘자유시장의 횡포’에 의해서 세계를 빈자와 부자, 빈국과 부국으로 양극화하는 체제에서 사회구성원간, 국가간 반목과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불의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자고 호소한다.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기여하지 못하는 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탄자니아가 세계 최빈국임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나미비아, 모잠비크 등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의 해방투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아프리카 모든 국가들의 완전한 해방 없이는 탄자니아의 해방도 없다는 니에레레의 믿음 때문이었다. 가난한 탄자니아의 대통령이었던 니에레레의 철학이 억눌린 자들과 핍박받는 자들을 위한 정언적 명령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일관된 신념과 이를 현실 속에 구현시키고자 했던 실천적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에레레는 억압과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으므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참다운 평화는 현존하는 억압구조를 영속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외친다. 정의를 향한 변혁의 중심에 인간을 위치시키는 것이 인간개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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