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킬리만자로?
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사진/만년설을 이고 있는 킬리만자로산 전경. 만년설이 녹으면 생태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아프리카가 그 어느 대륙보다 질병, 기아 및 빈곤의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자연재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질병도 창궐하여 공중보건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모잠비크의 홍수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아프리카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비교적 고온다습한 저지에 주로 서식하는 말라리아 모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어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고지대에서도 말라리아로 인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봉우리가 눈에 덮여 있어 항상 신비감과 끊임없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온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으로 20년 내에 자취를 감출 것 같다. 지난 2월 미국의 톰슨 교수는 킬리만자로 산정의 빙원이 지난 12년간 3분의 1가량 해빙되어 사라졌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앞으로 20년 내에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은 결국 신화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912년 킬리만자로산의 빙원에 관한 상세한 기록이 시작된 이후 빙원의 82% 정도가 사라진 점을 들어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이 사라지는 것은 신화의 사라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식수, 관개용수의 부족, 관광자원의 고갈,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문제를 수반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해발 5895m로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은 산자락에 위치한 암보셀리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수원역할을 하며 해빙된 물은 상수원, 농업용 관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관광자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주변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과 생태계를 유지해주는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년설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케냐의 서차보국립공원에 위치한 ‘음지마스프링스’의 수원을 이루고 있고 이 물은 주변지역 주민들의 상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산 주변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차가족이 커피농업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도 킬리만자로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풍부한 용수 덕분이었다. 결국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방식의 급격한 변화와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톰슨 교수의 이러한 전망에 대해 탄자니아의 천연자원 및 관광부 장관인 자키아 메그지는 톰슨 교수의 이론은 기후학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지질학적 고찰이기 때문에 예상대로 이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탄자니아 정부는 매년 킬리만자로산을 찾아오는 2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공원입장료와 등정료로 70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어 만년설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반가울 까닭이 없다.
헤밍웨이는 1936년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을 출간했고 이를 토대로 20세기 폭스사는 1952년 에바 가드너와 그레고리 펙을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헤밍웨이의 기록이 지질학적 사료로 남을 것인지 신화를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만년설에 다다를 때까지 지니고 다니는 지침서로 남을 것인지 그 귀추가 자뭇 주목된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