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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에스트라다가 벌벌 떤 여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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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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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도청과 압박을 뚫고 끝내 은닉재산을 추적·폭로한 PCIJ 4명의 여기자

그이들은 ‘불알 찬 여성’ 또는 ‘펜을 든 여전사’로 불렸다.

셰이라 콜로넬, 이본 셰추아, 루즈 림반, 비니아 다팅귀누, 이 자랑스런 이름들이 바로 필리핀부정폭로언론센터(PCIJ)의 여걸들로, 지난 1월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부패를 고발해 결국 그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언론인들이다.

현재 국내외의 양심적인 시민들로부터 끈기와 용기의 상징으로 큰 찬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추적 보도는 에스트라다 탄핵을 맡았던 검사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하면서 ‘피플파워2’ 그 빛나는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 7월 셰이라 콜로넬 대표가 이끄는 부정·부패 조사기자팀은 에스트라다가 은닉한 재산을 여러 달 동안 추적하며 공들여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기록들을 보도했다. 당시 그 기사들은 에스트라다가 여러 명의 여인들에게 호화별장을 사주거나 지어주면서 한편으로는 회사까지 만들어준 상황들을 상세히 기록한 충격적인 폭로였다.


엄청난 양으로 온 스팸메일들

사진/필리핀부정폭로언론센터의 웹사이트.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부패를 고발하고 그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 사건은 공식적인 필리핀 언론사에서 최고 권력자의 결점을 폭로하는 최초의 값진 특종으로 기록되었다. ‘1년에 오직 5만달러를 번다는 한 대통령이 어떻게 한건에 수백만달러가 넘는 재산들을 구입할 수 있었는가? 그 폭발하는 의문에 대해서’라는 제목이 붙은 PCIJ의 기사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이 PCIJ는 지난해 초부터 에스트라다의 집들이나 위장사업체라는 소문이 나도는 것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에스트라다가 지닌 유령회사의 법인 자료들과 자산과 부채 계산서 같은 것들은 제쳐두고, 이 기자들은 변호사, 은행가, 실내장식가를 비롯해서 에스트라다를 알고 있거나 그의 가족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일에 엄청난 시간을 투입했다.

이 호리호리하고 자그마한 여기자들은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왕위를 칭송했던 다모클레스를 왕좌에 앉히고 대신 머리카락 하나에 칼을 매달아 머리 위에 걸어두었다는 데서 유래한 신변에 따라다니는 위험)을 인 채 밤을 세우며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

그러자 즉각 이 기자들의 집과 사무실 전화는 도청당하기 시작했고 컴퓨터는 경찰 특수부의 수작으로 보이는 바이러스 침투로 망가졌다. “조심하라.” 에스트라다 진영의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위협해왔고, PCIJ의 주된 활동공간인 넷에는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백지편지가 끝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에스트라다를 타격 목표로 삼았던 건 아니었다.

“대통령궁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수많은 편집자들을 압박했지만, 초기만 해도 PCIJ의 넷 보도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폭발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탓이다.” 필리핀언론인보호위원회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도박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며 에스트라다의 술친구이자 도박친구인 루이스 차빗 싱손이 폭로하면서부터, 신문과 방송들이 다투어 PCIJ가 조사한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보도함으로써 PCIJ의 여기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된 셈이다.

“PCIJ가 폭로한 대통령의 뇌물 수수와 부패 관련 기사가 있었기에 초기부터 탄핵을 거론할 수 있었다.” 하원에서 최초로 에스트라다 탄핵에 서명했던 헤헤르손 알바레즈의 말처럼 결국 이 기자들의 추적보도가 필리핀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든 동력이 되었음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다. 다시 말해 PCIJ의 고발기사들은 의심없이 순진하던 시민들에게 대중적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PCIJ의 선구적인 노력들은 매번 ‘충격적인 뉴스’를 통해 필리핀사회를 ‘경악’시켜왔다. 이 사회적 경악을 시민들은 값진 ‘특종’으로 불러주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1993년 부정을 저질렀던 대법원 판사가 PCIJ의 직격탄을 맞고 쫓겨난 것을 비롯해 1989년 창립 때부터 이들이 들이댄 반부패·반부정의 매서운 칼날은 필리핀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에스트라다의 도둑질은 차원이 다르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마음껏 대통령직책과 시민을 유린한 경우다.” 셰이라의 거침없는 말이 이어진다. “잡아야지. 모조리 잡아야지. 시민의 돈을 훔쳐먹는 놈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베스트셀러가 드문 필리핀에서 요즘 서점마다 불티나게 팔리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PCIJ의 여걸들이 쓴 <에스트라다 수사>라는 책이다. 이미 PCIJ의 넷상에서 특종을 때린 기사들을 묶은 바로 그 화제의 책이다. PCIJ는 에스트라다를 쫓아낸 ‘피플파워2’를 통해 ‘넷’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특종 이상으로 기쁜 일이라고 자평하면서 새로운 칼을 갈고 있다.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타임스> 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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