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러시아 매춘여성들을 대하는 정책에서 배울 점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러시아어 여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있었다. 교수라는 특권적 직업을 가지는 만큼 그 여선생은 한국 생활에 대한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 계속 하소연했다. 택시를 탈 때 불편한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한국어를 못하는 여선생이 행여나 일부 정직하지 못한 기사들에게 요금 등을 속는 것이 아닌가 물어봤더니 그것은 전혀 아니었다.
교사·의사들까지 ‘매춘 원정’
오히려 그 여선생은 서울 택시 기사를 여느 모스크바의 기사보다 훨씬 더 신뢰했다. 문제는, 고객과의 대화를 즐기는 기사들이 외국인에게 통상 물어보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와 “우리나라에서 뭘 하느냐”는 것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러시아에서 왔다”는 대답을 하기만 하면, 기사가 보통 “아, 이제 다 알았다”는 표정으로 직업을 아예 묻지 않거나 확인하는 듯 이태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그 여선생이 늘어놓은 불평의 주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매춘행위와 무관했던 그 여선생이 출신 국가와 성별만으로 일반적으로 ‘윤락녀’로 오인되는 것은 서울 생활의 가장 고민스러운 점이었다. 세계와 성에 대한 서울 주민들의 편견을 꼬집을 만도 하지만, 러시아 매춘여성들이 또 그만큼 흔하고 가시적인 존재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노르웨이도 한국만큼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루터교의 금욕주의·근엄주의의 영향으로, 음주·흡연마저도 죄악시하는 노르웨이사회에서야말로 ‘러시아 매춘여성’의 현상이 아예 없거나 한국보다 덜할 것이라고 애당초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기대와 상당히 엇갈렸다. 현상 자체는 한국과 별로 다를 바 없지만, 다른 것은 당국의 대책뿐이었다. 필자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오슬로 중심부의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성 상품으로 팔려는 러시아·벨로루시 공화국·우크라이나 여성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슬로보다도 러시아 매춘여성들이 가장 많은 것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노르웨이 북부다. 러시아말도 꽤나 통하는 그 지역으로 인접 물만스크지역 출신의 여성들이 전용버스를 타고 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보통 그들의 노르웨이 ‘원정’은 다목적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매우 비싼데다 구입하기도 너무 어려운 술과 담배를 밀수해 비밀리에 판매하기도 하고, 며칠 동안 매춘행위도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관람도 즐기고 견학을 상당히 많이 하기도 한다. 후자는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매춘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겠지만, 노르웨이 원정에 나서는 물만스크시(市) 여성의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교사, 의사, 군 장교 부인 등 유식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많은 경우, 아이와 실직자·생계곤란자 남편을 먹여주어야 하는 그들에게 노르웨이행 전용버스를 타게 하는 주된 원인은 ‘가정 생계’다. 연간 노르웨이를 찾는 러시아 계통 성 노동자의 총수는 잘 알기 어려우나, 수천명에 이른다는 것은 언론의 대략적 추산이다. 숫자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여태까지 루터교의 도덕과 여권(女權) 신장을 ‘민족적 자랑’으로 삼았던 노르웨이사회에, 러시아 매춘여성에 대한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그리고 경제적 우열에 의한 성적 착취의 현상이 단순한 매매춘행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노르웨이사회를 경악케 만드는 요소다. 노르웨이 국내에서 결혼 상대자를 구할 확률이 거의 없는, 남성 알코올 중독자·패륜아·폭력 범죄 전과자 등이 국제적 중매 회사들을 통해서 ‘선진국’ 사람과의 결혼과 ‘선진국’의 영주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러시아 여성에게 장가드는 것은, 최근의 다반사이다. ‘선진국의 영주권’을 손에 쥐게는 되지만, 불평등한 결혼에 따르는 일체의 모욕과 멸시, 일방적 인내 그리고 드물게는 폭력과 착취의 가능성까지 그 대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인터걸
상품화된 러시아 여성들의 성문제는,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그리고 나아가 서구 전체의 ‘골칫거리’다. 1년에 서구에서 매매춘에 종사하는 옛소련지역 출신 여성의 숫자는, 거의 50만명에 이른다. 그중에서 상당수(약 30∼50%)가 한국에서처럼 강요되는 ‘빚’과 그에 의한 준(準)노예 신분, 과도한 착취, 상습적 폭력에 시달린다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 노르웨이의 조금 특수한 경우에는, 러시아 계통 ‘성 근로자’의 대부분이 ‘전업자’(專業者)가 아닌 ‘비(非)전문 계절 노동자’인 만큼, 그리고 경찰 부정부패의 문제가 전혀 없고 파악력과 단속이 철저한 만큼 완전 노예화·반인륜적 대우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1년 이상의 체류 허가증이 없는 외국인은 은행 계좌도 열 수 없는, 그리고 불법체류자가 파악되는 대로 당장 본국 추방 수속이 시작되는 엄격한 노르웨이에서는, 준(準)노예화된 외국 성 근로자가 오랫동안 불법체류·불법노동을 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일부 외국 성 근로자들이 조직 범죄와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주’들에게 의존해 그들에게 경제적 착취와 간헐적인 폭력을 당해야 하는 것은, 기타 서구국가, 그리고 한국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비록 한국과 같은 노골적인 인신매매의 색채는 보이지 않는다 해도, 경제적인 우열에 따르는 성 상품화와 성 착취가 성행한다는 사실은 노르웨이의 기독교적·사회주의적 가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여학생과 의사·교사들을 서구나 노르웨이의 ‘성 시장’에 내모는 주요 ‘송출 요인’이 무엇인가? 직접적인 경제적 동기는 보통 아이의 분유와 약도 못 살 정도의 생계 곤란이지만, 사회적·심리적 원인들은 훨씬 더 복잡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진정한 의미의 여성 해방과 성 의식의 현대화를 가져다주지 못한 스탈린식의 ‘현실 사회주의’의 결함들이다. 산업화의 경제적인 필요성에 따라 대다수의 여성들이 남성과 같이 노동력으로 동원되기는 했지만,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보안 기관, 공산당 간부층, 군, 군수산업체 등은 제정러시아의 전례대로, ‘남성들만의 클럽’이었다. 말로는 ‘우리 러시아의 전통적 미풍양속인 가정적 가치’를 내세워, 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각본대로 이혼녀와 미혼모를 도덕적으로 질타했던 ‘사회주의 국가’가, 실제로는 미모의 일부 여성들을 국가적 외화 획득의 도구로 인식했고 1970년대부터 성행했던 호텔 주변의 ‘인터걸’(외국인을 상대하는 매춘녀)들을 KGB의 관리하에 두기도 했다.
실제로 국가적 인정도 받고 내핍의 사회에서 희귀한 서양 물자도 구할 수 있었던 ‘인터걸’이 대도시 여성들의 희망 직업 중 하나였다는 것은, 그 당시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름뿐인 사회주의 아래에서 내면화돼버린 ‘남성 지배하의 출세 도구로서의 성’의 이데올로기는, 현재와 같은 육체 상품화의 경향에 크게 기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물론, 국가 권력도 지식도 종교도 다 돈으로 매매되는 상품이 돼버린 현재 옛소련지역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여성 육체의 상품화를 부채질한다. 그러나 과거의 여성 예속화 이데올로기와 현재의 약탈적 자본주의의 이중적인 압박 아래서 자신의 몸을 팔게 된 옛소련의 여성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비극을 이용해서 ‘염가 양질’의 ‘성 상품’을 노리는 일부 노르웨이 남성들을 이해하기는 훨씬 더 힘들다. 루터교의 금욕주의가 60∼70년대의 ‘성 혁명’의 과정에서 상당히 약화되었다 해도, 절대적인 성 평등과 성 상품화의 배격을 골자로 삼는 사회민주주의의 윤리 강령을 어떻게 이토록 쉽게 저버릴 수 있었을까? 신자본주의로 인해서 심화해가는 핵심부와 준(準)주변부·주변부간의 격차가 저임금지역에 대한 ‘성적 착취’의 증가로 나타나는 최근 경향이, 역시 노르웨이를 똑같이 휩쓴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결론이다. 세계적 궁핍 속에서도 보기 드문 풍요를 누리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그 경제적 우월성에 의해 오히려 얼마나 자만심과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운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 매춘녀 신변보호’도 검토중
그러나 이같은 상태가 전통적인 스칸디나비아 윤리관을 어느 정도 위협하는지를 재빨리 인식해, 신속하고 강경한 대책을 내놓은 현지 당국의 반응도 괄목할 만하다. 최근 스웨덴 국회에 통과된 신법에 따르면, 여성에게 ‘성 상품’을 매매한 남성은 중벌(거금 벌금과 수년의 형량)에 처해져야 한다. 물론, 법정에서 단순한 성 관계가 아닌 ‘매매’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이 법의 현실적 적용은 거의 전적으로 매춘녀와 경찰간의 협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통적으로 준법 이념이 강한 스칸디나비아에서 남성의 매매춘(즉, 경제력에 의한 성 착취)을 드디어 처벌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매춘녀- 특히 저임금 외국지역 출신의 매춘녀- 를, 스칸디나비아 당국들이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경제적 관계와 왜곡된 성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 본다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의 발안으로, 유럽공동체(EC) 차원에서도 ‘포주’들의 적발과 처벌에 협조하여 법정에서의 증언을 제공한 외국 매춘녀들에게는, 현지의 영주권과 경찰 신변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외국 매춘녀가 설사 본국으로 추방됐다 해도, 그녀에 대한 차후 배려와 재활(再活)지원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도덕적 의무’라는 시각은 지배적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만 해도 스웨덴 당국으로부터 이와 같은 지원을 받고 있는 매춘녀 경력의 여성들은 300명이나 된다. 그리고 인신매매를 감행하는 유령 인력 송출 업체를 폐업·조사·입건하도록 옛소련지역 국가에 압력을 넣는 것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외교적 급선무 중 하나다. 비록 불법적인, 그리고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약자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이와 같은 국제 매매춘 정책을, 현재 러시아 매춘녀 문제에 크게 당면해 있는 한국 당국도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사진/러시아의 매춘 여성들. 노르웨이에서 이들의 매춘문제는 한국과 별로 다를 바가 없지만 당국의 대책은 크게 차이가 난다.(SYGMA)

사진/러시아 매춘녀 입국 단속을 위해 노르웨이·러시아 국경 여권검사소에 직접 출장을 나온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 총장.
노르웨이도 한국만큼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루터교의 금욕주의·근엄주의의 영향으로, 음주·흡연마저도 죄악시하는 노르웨이사회에서야말로 ‘러시아 매춘여성’의 현상이 아예 없거나 한국보다 덜할 것이라고 애당초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기대와 상당히 엇갈렸다. 현상 자체는 한국과 별로 다를 바 없지만, 다른 것은 당국의 대책뿐이었다. 필자에게는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오슬로 중심부의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성 상품으로 팔려는 러시아·벨로루시 공화국·우크라이나 여성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슬로보다도 러시아 매춘여성들이 가장 많은 것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노르웨이 북부다. 러시아말도 꽤나 통하는 그 지역으로 인접 물만스크지역 출신의 여성들이 전용버스를 타고 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보통 그들의 노르웨이 ‘원정’은 다목적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매우 비싼데다 구입하기도 너무 어려운 술과 담배를 밀수해 비밀리에 판매하기도 하고, 며칠 동안 매춘행위도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관람도 즐기고 견학을 상당히 많이 하기도 한다. 후자는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매춘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겠지만, 노르웨이 원정에 나서는 물만스크시(市) 여성의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교사, 의사, 군 장교 부인 등 유식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많은 경우, 아이와 실직자·생계곤란자 남편을 먹여주어야 하는 그들에게 노르웨이행 전용버스를 타게 하는 주된 원인은 ‘가정 생계’다. 연간 노르웨이를 찾는 러시아 계통 성 노동자의 총수는 잘 알기 어려우나, 수천명에 이른다는 것은 언론의 대략적 추산이다. 숫자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여태까지 루터교의 도덕과 여권(女權) 신장을 ‘민족적 자랑’으로 삼았던 노르웨이사회에, 러시아 매춘여성에 대한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그리고 경제적 우열에 의한 성적 착취의 현상이 단순한 매매춘행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노르웨이사회를 경악케 만드는 요소다. 노르웨이 국내에서 결혼 상대자를 구할 확률이 거의 없는, 남성 알코올 중독자·패륜아·폭력 범죄 전과자 등이 국제적 중매 회사들을 통해서 ‘선진국’ 사람과의 결혼과 ‘선진국’의 영주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러시아 여성에게 장가드는 것은, 최근의 다반사이다. ‘선진국의 영주권’을 손에 쥐게는 되지만, 불평등한 결혼에 따르는 일체의 모욕과 멸시, 일방적 인내 그리고 드물게는 폭력과 착취의 가능성까지 그 대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인터걸

사진/노르웨이 매춘녀의 뒷모습. 오슬로에서 영업하는 약 3천여명 중 대다수는 ‘개인 사업자’로 세무서·경찰청에 등록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