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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강력해진 시위, 강경해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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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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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이후 가장 격렬했던 나폴리의 반글로벌포럼 시위… “손들고 항복하는 소년을 폭행했다”

사진/바리케이드를 쌓고 저항하고 있는 시위대.(GAMMA)
3월17일 오전 9시가 되자 이탈리아 항구도시 나폴리의 최대역인 가리발디역 광장에는 유럽과 이탈리아 전역에서 모인 반세계화시위대들이 속속 전용열차편으로 도착했다. 약 2만명 이상의 반세계화시위대들이 모인 역광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다. 잠시 뒤 시위대는 ‘글로벌포럼’이 열리는 ‘로열팔라스’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쿠르드 난민들로부터 실업자들까지 다양했다.

사파티스타보다 어려운 길을 갔다

‘반글로벌포럼’이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시위대의 선두는 반세계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했고 이를 뒤따른 다양한 그룹들의 시위대들은 각기 다른 구호를 외쳤다.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고, 쿠르드족 난민들은 현재 터키 감옥에 수감된 지도자 오잘란의 석방을 외치기도 했다.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환경보호주의자 등 다양한 그룹들에서 시위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 공중에는 아침 일찍부터 헬기가 계속 시위대 위를 맴돌면서 감시하고 있었고, 헬멧과 진압복, 그리고 심지어 권총으로 완전무장한 경찰들은 글로벌포럼이 열리는 장소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한 채 주로 은행들과 맥도널드 앞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길거리에 늘어선 경찰과 시위대의 긴장된 대치는 결국 물리적 충돌로 치달았다.


진압경찰과 시위대는 20분 정도 곤봉과 각목, 또는 맨주먹으로 육박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위참가자들이 부상했다. 최루탄이 터지자 시위대는 무정부주의자들을 선두로 보도블록을 던지기 시작했다. 보도블록에 맞아 컴퓨터가게의 유리창이 부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행진은 계속되었고 시위대 본대는 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바로 통하는 플레비시토 광장에 도착했다. 한편 이번 싸움을 위해 헬멧, 각목, 화염병으로 무장한 다른 대열은 보르사 광장에 이르러 경찰과 본격적인 전투를 벌였다. 너무 많은 최루탄을 쏘았기 때문에 시내는 완전히 최루탄가스로 뒤덮였다. 약 30분의 ‘전투’가 끝나자 많은 인원이 부상했다.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사람들의 광경이 자주 눈에 띄였다.

시위대들이 흩어지자 경찰들은 곤봉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구타하기 시작했다. 발로 짖이기고 곤봉으로 머리를 타격하는 잔인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반시민들까지 경찰들을 야유했다. 경찰은 기자든 카메라맨이든 가릴 것 없이 구타했다. 심지어는 사복형사 두명을 실수로 구타하기도 했다. 경찰의 폭행으로 부상해 실려간 사람들은 뒤에 경찰이 병원으로 와서 모두 신원을 파악해갔다. 최루가스에 견디다 못한 시위대들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경찰의 체포를 피해 대학 구내로 피신해 들어갔다. 이 때 경찰이 고무총탄을 발사했다고 한 시위참가자는 증언했다. 밤이 되면서 시위대 중 실업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은 은행유리창과 직업보도사무실을 부수기도 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반글로벌포럼시위에 참가했던 그리스 <새좌파그룹> 편집장인 바티케오티스는 그날의 실상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사파티스타 평화행진과 나폴리 시위에 모두 참가했던 비탈리아노 살라 신부는 “사령관 마르코스가 멕시코시티에 도달하기보다 청년들이 플레비시토 광장에 도달하기가 더 힘들었다”고 이날의 격렬했던 시위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인터넷 선전, 특급전용열차 동원까지

사진/시위로 인해 지저분해진 가게를 청소하고 있는 직원들.(GAMMA)
지난 3월17일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의 반글로벌포럼(N0 GLOBAL FORUM) 시위는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완전히 정지시켰던 시애틀 시위 이후 최대 시위로 평가되고 있다. 나폴리 시위는 해가 지나면서 반세계화시위가 그 규모가 커지고 조직면에서 더욱 치밀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나폴리에서 3월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열린 글로벌포럼을 앞두고 경찰은 국제공동전선을 펼치며 시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번 회의에는 이탈리아 총리인 길리아노 아마토, 유럽과 아프리카의 내무부 장관들, 그리고 약 12개의 다국적기업의 총수들을 포함, 전세계에서 8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했다. 이 회의에서는 인터넷통신과 전화통신의 통제와 제도화, 그리고 전자주민증의 세계화에 대한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대회 며칠 전부터 특수진압대원들과 폭발물제거반원들을 파견하여 사전에 진압계획을 철저히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위대규모를 지나치게 작게 잡아 단지 4천명의 진압경찰만을 배치했다. 그래서 17일 아침에 2천명의 진압경찰을 급히 증원했다. 경찰은 이날 글로벌포럼이 열리는 로열팔라스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으며 반경 1km 이내를 모두 진압경찰들과 차량들로 봉쇄했으나 시위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반글로벌네트워크’(No Global Network)에 의해 조직된 이날의 시위는 대규모의 시위참가자들을 동원하기 위해 대회 몇주 전부터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선전을 시작했고, 이탈리아 북쪽의 밀라노와 남쪽의 팔레모에서 전용특급열차를 전세내어 시위대를 신속하게 동원했다. 네트워크쪽은 이곳에 약 3만명의 인원이 모였다고 주장(경찰 추산 1만5천명)하고 있다.

이날의 충돌로 2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시위부상자들이 병원에 가면 체포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무자비한 폭행에 분노한 대회주최쪽과 정치가들, 학부모단체 대표들은 진압경찰들을 고소했다. 학부모단체의 회원은 “내 눈앞에서 경찰이 손을 들고 항복하는 14살 정도의 소년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폭로하며 경찰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경찰쪽에서는 “경찰들이 시위대로부터의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만 대응을 했다”며 폭행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17일 당시 약 10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에만 다섯개의 시위 예정

사진/시위도중 경찰과의 충돌로 200여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강경한 진압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반세계화시위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폴리 시민들은 하루 전부터 모든 상점의 문을 닫았으며, 시위가 있던 날은 집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은 4∼5층 되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서 시위를 구경하면서 시위대에 환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2년 전에 있었던 ‘반마피아범죄총파업’ 등 나폴리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대규모시위를 경험하거나 직접 참여한 적이 있기 때문에 반세계화시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얼마 전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경제위기는 모두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적 개입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 ‘반글로벌네트워크’ 활동가들의 시각이다. 바티케오티스는 “구제금융을 통한 IMF의 정책은 다국적자본의 세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다수의 노동자들을 실업과 빈곤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점을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세계화시위에 결집하는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동구권이 붕괴한 뒤 사회주의혁명의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다국적자본들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횡포를 부리는 데 대한 인류의 최소한의 방어”라는 점이다. 이번 주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반세계화시위를 준비하기 위해 대표자회의에 참가할 예정인 바티케오티스는 “이 회의에 남미나 아프리카대륙, 아시아 등에서도 대표자들이 참가해 앞으로 계속 이어질 반세계화시위에서의 공동연대시위를 계획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세계화시위는 상반기만도 북미대륙과 유럽에서 다섯 차례가 예정돼 있다. 나폴리 시위 이후 큰 규모가 예상되는 시위는 캐나다 퀘벡에서 있을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의에 반대하는 시위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시위단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메이데이(5월1일)에는 전세계적으로 초국적기업들(쉘, 맥도널드, 모산토, 머독스, 네슬레)의 본부철폐시위가 있을 예정이고, 5월19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군사기지 철폐시위, 6월25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반세계은행시위(Anti World Bank) 등이 잇따라 계획돼 있다. 또 7월20일의 제노아 ‘반G8정상회담’ 시위도 대대적으로 준비중이다. 제노아시위는 나폴리시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시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h@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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