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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마피아, 창살 안에서 미소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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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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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무장하고 폭동 일으키는 브라질 죄수조직… 살인적인 정원 초과와 예산 부족이 주원인

사진/카란지루 교도소에서 시작된 폭동은 재소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하며 삽시간에 브라질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폭동이 진압된 뒤 진압경찰의 명령에 의해 알몸으로 누워있는 카란지루의 재소자들.(AFP 연합)
지난 2월18일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죄수 폭동은 감옥이라는 가려진 장막 속에서 자라난 범죄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공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2만8천여명의 죄수가 동조한 이번 폭동을 일으킨 주범은 상파울루주 교도소 내부의 수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세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일본부’(PCC)라는 조직이었다.

교도소 밖도 지배한다

사진/브라진 감옥의 최대 문제점은 살인적인 정원초과 사태이다. 재소자의 30%가 맨 땅바닥에서 잔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교도소인 상파울루시 카란지루 교도소에서 일요일 정오에 발생한 폭동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조직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19개 도시의 28개 교도소로 번져나갔다. 교도소 직원이나 같은 재소자들뿐만 아니라 일요일이라서 면회를 와 있던 재소자 가족 등 1만명이 인질로 억류돼 사태가 진압될 때까지 하룻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군대와 경찰의 투입으로 폭동은 하루 만에 진압됐으나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재소자들이 인질로 붙잡아 위협용으로 사살한 같은 동료 재소자들이었다. 지난 1992년 역시 카란지루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진압에 나선 군경이 무차별 사격으로 111명의 재소자를 사살한 사건에 비춰보면 비교적 ‘적은’ 인명피해를 내고 마무리지어진 셈이다.


브라질에서 교도소 내 폭동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조해 한꺼번에 여러 교도소를 장악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 폭동 세력은 자신들이 원한다면 단숨에 교도소 행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조직력, 인원, 무기, 통신매체를 갖고 있음을 온 세상에 알린 셈이었다.

이번에 폭동을 일으킨 제일본부는 상파울루주 전체에 걸쳐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일종의 마피아 같은 재소자 조직이다. 교도소 내의 마약 및 무기 판매, 휴대전화 반입 등 재소자간 거래를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도소 외부에서도 납치, 은행강도, 현금수송차량 습격 등의 사건을 배후 조종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상파울루주 경찰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에 발생한 큰 규모의 강도사건의 배후에는 대부분 제일본부의 조직원들이 무기와 정보, 차량을 제공했으며 조직에서는 그 대가로 강탈 수입의 30%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본부의 조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송사리’ 파렴치범은 안 되고 반드시 강력범 경력이 있어야 하며 조직의 좌우명은 “자유와 정의, 평화를 위해 싸운다”이다. 조직의 배반자는 물론 협조하지 않는 자는 당연히 죽음으로 처단한다. 카란지루 교도소의 경우 교도소 내 감방 자리 배치, 휴대전화 임대, 가족 면회시 안전 보장에서부터 무기와 마약 거래가 모두 이들 손 안에서 이루어지며, 재소자의 탈출이나 다른 교도소로의 이감을 성사시키는 데 한건당 5천∼5만헤알까지 받아내고 있다.

교도소 당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제일본부 조직을 해체시키려 시도했고 폭동 발생 바로 전주에는 조직의 우두머리격인 5명을 내륙지방의 다른 교도소로 이감시켰다. 이번 폭동은 이들을 다시 카란지루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일으킨 것이었다. 교도소 행정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두목의 이감에 항의해 폭동을 일으킨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브라질사회의 반응은 “진작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였다. 브라질의 감옥 구조가 더이상 어찌해볼 수 없이 문제가 쌓인 폭발 직전의 상태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피아란 원래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음지에서 세력을 휘두르는 조직이다.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가장 철저한 통제력을 행사해야 하는 곳인 교도소 내부에서 마피아가 이만큼의 세력을 키웠다는 것은 최악의 감옥 실태를 설명해주고 있다.

재소자의 30%, 맨 땅바닥에서 잔다

사진/가난한 수감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을 겪고 있는 동안 부유한 수감자들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안락한 감방에서 여가를 즐긴다.
교도소가 공권력의 통제력을 벗어난 데는 살인적인 정원 초과 상태와 예산 부족이라는 원인이 있다. 브라질 전국의 교도소 수용 능력은 17만명이지만 현재 수감된 인원은 23만명에 이른다. 상파울루주의 유치장에는 1만5천명 수용 시설에 3만여명의 미결수가 갇혀 있다. 죄수 1인당 평균 30평방cm의 공간이 주어진다. 대부분의 경찰서 유치장에는 휴지도 비누도, 수인복도 없고 30%가 맨 땅바닥에서 잔다. 카란지루 교도소 안에서 살해당할 위험은 세계에서 가장 범죄발생률이 높은 그 어떤 도시보다 열배는 높다. 지난해 상파울루의 감옥에서는 한달에 평균 2번의 폭동이 일어났고 매일 1건 이상의 탈출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감옥 시스템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20억달러의 예산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정부가 교도소 행정에 책정한 예산은 7천만달러였고 그중에서도 3분의 2만이 실행됐다.

부족한 인력과 낮은 임금으로 인해 교도소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일부는 교도소 내 범죄 조직에 기생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수용인원 7200명의 카란지루에서 2천명 가량이 휴대전화를 자기 소유로 갖고 있거나, 수감인끼리 임대해서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폭동을 이렇게 대규모로 빠르게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휴대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법무부 당국은 휴대전화를 감옥 안에 들여오는 통로는 바로 교도소 직원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대전화 하나를 들여보내주고 교도소 직원이 챙기는 커미션은 보통 300달러 정도로 이는 평균 직원 월급의 75%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물론 교도소 당국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아무 효력도 없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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