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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들어가면 오래 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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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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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율 낮아져도 재소자 줄지 않는 미국의 감옥… 교묘한 ‘감금의 인종주의화’가 문제

미국인이라면 20명 중 한명은 일생에 한번 감옥에 가게 된다. 하필 미국인 중에서도 흑인이라면? 그때는 좀더 운이 나쁘다. 4명 중 한명은 사는 동안 한번은 감옥에 갔다온다(물론, 실제로는 ‘상습범’의 존재 때문에 확률이 낮아지지만).

지금 현재도 인구 130명당 한명꼴로 연방교도소든, 주립교도소든 지방유치장이든간에 ‘감금’되어 있다. 지난해 미국의 감옥인구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서구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일 뿐만 아니라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감옥인구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감옥인구를 감안하면 미국의 실업률은 신경제의 자랑과는 달리 서유럽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다.

사회복지 감축과 처벌의 강화


사진/감옥기업이 운영하는 미국의 한 감옥.(GAMMA)
불과 한 세대 전인 1970년에는 전체 감옥인구가 겨우 25만명에 불과했다. 30년 만에 8배가 늘었고 앞으로도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재소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수용할 시설도 늘어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23곳의 감옥이 신설됐다(흥미롭게도 감옥 건설비용은 교육관련 예산항목에서 지출되는데 같은 기간 동안 대학교는 단 한곳만이 신설됐다). 재소자의 증가는 범죄의 증가를 떼어놓고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70, 80년대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던 범죄율은 90년대 초반을 고비로 급격히 하향하기 시작해서 살인, 폭력, 강도 등 5대 주요 범죄는 자그마치 60% 이상 감소했다. 범죄는 줄어드는데 수감자는 늘어난다? “들어가면 오래 붙잡아둔다”는 것이 이 질문의 대답이다.

7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채택한 방식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처벌의 강화였다. 80년대 레이건·부시 행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의 사상자가 바로 오늘날의 미국 감옥을 이루고 있는 인구집단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같은 대규모 감금은 사회복지정책의 후퇴와 맥을 함께한다. 80년대 레이거노믹스가 “빈자를 살리기 위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호를 앞세우며 뉴딜 시대 이후 확대돼온 사회복지를 감축한 이래 빈민층의 사회적 동요에 대한 해결책은 형사정책의 관점에서 수립돼왔다. 사회적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불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손쉬운 분리감금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 감옥체제는 인구집단에 대한 감시 및 관리를 손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감옥에 있는 200만명의 인구 이외에도 미국에는 보석 및 가석방 등을 통해 당국의 관리체제하에 들어 있는 300만명의 집단이 존재한다. 모두 500만명의 인구가, 즉 거의 인구 50명당 1명꼴로 당국의 직접적인 관리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싼 마약에 높은 형량?

사진/노역하고 있는 미국의 재소가들. 이들의 발에는 탈주를 막기 위해 쇠사슬이 채워져 있다.(SYGMA)
지난 84년 미의회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의무선고 형량제를 입법화했다. 범죄의 종류에 따라서 법관에게 참작의 여지를 주지 않고 무조건 일정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이었다. 지난 90년대 중반 입법화된 캘리포니아의 3진아웃제(3회 이상의 중범죄 범법의 경우 무조건 종신형에 처하는 것)는 이같은 흐름의 극단이었다. 이 입법은 엄청난 수의 장기수형자들을 양산해냈다. 그러나 이 의무선고 형량제는 그다지 공평하다고 볼 수 없다.

가장 많은 범죄자를 생산하고 있는 마약관련 범죄의 경우 흑인이 주로 애용하는 크랙은 5g 이상만을 소지해도 25년의 형량이 부과된다. 그러나 백인이 즐겨 흡입하는 코카인은 같은 형량을 얻기 위해서는 500g이 필요하다. 즉 100배의 형량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마약은 서로 이름만 다를 뿐이지 사실상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크랙은 코카인에 베킹소다를 배합해서 양을 늘리고 싸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약효는 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건강에는 불순물이 많은 크랙이 훨씬 나쁘긴 하다). 돈 없는 흑인들은 싼 마약을 찾지만 싼 마약에는 비싼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같은 5g을 소지하고 있을 때 흑인이 출소하기까지는 25년이 걸리지만 백인이라면 5년을 넘기지 않는다. 거기다 가석방에서도 백인이 훨씬 유리하다. 수감된 흑인들 중에 70% 이상이 마약관련 범죄로 형을 살고 있기 때문에 전체 수감자의 60%를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당연해 보인다. 한마디로 흑인들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훨씬 장기형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균형은 기묘한 사회적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대도시에 살고 있고, 따라서 단속이 훨씬 쉬울 뿐만이 아니라 일단 검거 뒤에도 확실하게 중형이 보장되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마약 및 관련범죄에 가장 표본적인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그런 식으로 이뤄질수록 경찰의 단속 또한 이 집단에 집중된다. 일종의 범죄의 인종주의화가 이뤄지고 이는 감금의 인종주의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미 법무부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미국에서 마약을 가장 많이 상용하는 대표적인 계층은 교외에 살고 있는 중산층의 백인 남자이다. 그러나 이들 인구집단이 전체 수감자들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안팎에 불과하다. 범죄의 인종주의화는 현실을 은폐하며 또다른 차별을 만들어내고 인종분리를 강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감옥에 갇혀 있는 절대 다수의 인구가 사회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율이 급강하한 현재에도 처벌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결국 범죄율과 감금비율이 따로 노는 현실이 벌어지는 것이다.

감옥, 빠지면 나오기 힘든 수렁

사진/'감금의 인종주의화'로 백인과 흑인 등 소수인종들간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마약을 피우는 현장에서 검거된 흑인들.(SYGMA)
또다른 요인은 감옥인구를 조절하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인 가석방이나 대체처벌(실형 대신 봉사형이나 재교육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가석방 요건이 대폭 강화된데다 설사 요건이 되더라도 심사위원회를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뉴욕주의 경우 요건을 채운 신청자 중에 단지 1%만이 실제로 가석방된다. 사회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옥산업계나 교도행정의 이해가 가석방을 달가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들어가기는 하는데 나오지는 못한다. 설혹 가석방되더라도 감옥으로 되돌아가지 않기는 쉽지 않다. 전적으로 가석방 관리요원의 손에 재수감여부가 달려 있는데다 가석방 뒤 지켜야 하는 요건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교통위반과 같은 사소한 일만으로도 다시 감옥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한국의 보안관찰법보다도 훨씬 요건이 까다롭다). 대체로 가석방되는 숫자의 30%는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재수감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뉴욕=이공순 통신원 ksl21@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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