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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죄없는 죄인된 지 몇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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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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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대로 집어넣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진 오스트레일리아 난민수용소

사진/난민수용소는 오스트레일리아사회의 '아킬레스 건'이다. 석방을 요구하는 우메라 수용소의 아이들.
오스트레일리아는 사회복지와 인간존중이라는 가치가 지배적인 사회다. 그런 오스트레일리아에 ‘지옥굴’(Hell Hole)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면 참 의아한 일이 아닐까?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분명히 지옥굴이 있으니, 바로 난민수용소다.

난민 수용소를 처음 지옥굴에 빗댄 사람은 맬컴 프레이저 전 연방총리다. 지난해 11월30일 ‘국제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메달을 수여 받은 그는 남오스트레일리아주에 위치한 ‘우메라 수용소’를 서슴지 않고 지옥굴이라고 표현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아동 성추행’ 의혹까지


최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는 북부 해안지대로 불법 상륙하는 보트 피플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동과 남아시아의 분쟁지역 출신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난민으로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 무작정 보트에서 내린다. 인도네시아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아 이의 단속을 둘러싸고 양국간에 외교적 마찰까지 빚어지고 있다.

불법 입국하는 난민 신청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바람에 연방정부는 여러 곳에 난민 수용소를 급조할 수밖에 없었고 우메라도 그중 하나다. 수용소는 이민부의 난민 심사기간 동안 난민 희망자들을 임시로 거주토록 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신청자의 급증으로 심사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 장기화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1차 심사에서 거절되어 재심, 법정소송까지 가면 이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 무려 2년이 넘도록 수용소 생활을 하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우메라 수용소를 비롯해 최근 2∼3년 사이에 급조된 수용소들은 사막 등 격리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각종 편의시설이 미비하고, 관리를 맡고 있는 민간용역회사가 비용과 인력절감을 위해 교도소같은 운영방식을 채택해 난민 희망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곪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집단 탈주극, 난동, 의문사, 단식투쟁, 자살소동 등이 이따금씩 벌어져 신문 사회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우메라 수용소의 전직 간호사가 언론에 “12살 난 사내아이가 담배 등을 대가로 어른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교정회사는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벌금을 물까봐 묵인했다”는 충격적인 양심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종교단체와 인권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난민수용소의 실태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막 가운데에 세워진 철조망 수용소. 텔레비전도 학교도 놀이터도 없는 삭막한 곳에서 취학연령의 아이들이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이 넘도록 생활한다. 분쟁지역 출신 난민 희망자들은 대개 정신적 불안정을 겪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수용소 내의 분위기도 살벌하다. 거기다 경비원들은 교도소의 간수처럼 사람들을 다룬다. 아이들이 성장하기에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난민 수용소의 불안요소는 아동 성추행 의혹 뿐만이 아니다. 사설 교정회사의 과도한 폭력사용, 열악한 의료지원체계 등은 대표적인 불안요소로 꼽힌다. 이는 지난해 6월부터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집단 소요사태에서 소요가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문제점들이다. 집단소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아동 성착취 의혹을 조사할 때와는 판이하게 매우 강경하다. 소요진압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개정을 통해 주동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추방 대상국 설득이 유일한 방법?

지난 1월말 정부에 의해 제안된 수용소법 개정안의 골자는 소요 주동자는 난민 심사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추방하고, 위험인물에 대해 진정제 등 약물투입을 허용하며, 경비원들에게 경찰과 같은 수색권을 부여하는 것 등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이민문제 대변인 콘 사이어카는 “나치 집단 수용소에서 자행된 화학약물 실험 투여라는 끔찍한 망령을 되살리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문제의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법원의 판결 없이 시민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할 수 없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적인 형법원리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 원칙은 외국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수감은 전적으로 이민부 장관의 행정처분에 맡겨져 있다. 실정법상 다른 방도가 없긴 하지만, 2∼3년씩 아무런 죄 없이 수감한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며 수감에 따른 국가재정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로선 추방 대상국 정부를 설득해 해당 외국인들의 신병을 인도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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