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에 신난 인종주의 전도사 한슨… 프리먼 비판에 일단 꼬리는 내렸으나
금발의 한 여인이 장내로 들어서자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낸다. 연단에 선 여인의 입에선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이 격렬한 톤으로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정치권은 물론 원주민과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 발언에 청중들은 거의 맹목적인 환호로 응답한다.
지난 2월15일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퀸즐랜드주에서 개최된 ‘단일국가당’(One Nation Party)의 정책 선포식의 한 장면이다. 지난 연방총선을 기점으로 세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로 유명무실해진 한 인종주의 정당이 당당히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자리이기도 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고양된 분위기의 중심에 한 여인이 있었다. 바로 폴린 한슨이다.
생선가게 주인에서 극우정치인으로
한슨은 90년대 중반 시골 생선튀김가게 주인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국회로 입성한 뒤 “까만 머리의 아시아인들로 온 국토가 뒤덮일 지경”, “원주민들의 조상들은 식인종” 같은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일련의 발언으로 엄청난 대중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쟁의 와중에서 차츰 극우 보수층과 시골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지던 한슨은 급기야 인종주의 정강정책을 표방한 단일국가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98년 퀸즐랜드주 총선에서 무려 23%대의 위협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일국가당은 기존 정치권의 치밀한 견제와 반인종주의 여론의 역풍을 뚫지 못하고 같은 해 연방총선에서 한슨이 낙선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몰락하던 단일국가당이 최근 서오스트레일리아주와 퀸즐랜드주 총선을 거치면서 시골지역의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유당의 세제개혁 부작용과 노동당의 유권자 등록부정 의혹 때문에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단일국가당이 제도권으로 재진입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부활하고 있는 단일국가당을 이끄는 한슨이 대중의 시선을 끄는 방식은 여전하다. 첫 번째 타깃은 역시 가장 만만한 원주민이었다. 어느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한슨은 “정부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원주민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건 막대한 금전적 보상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200년이 넘게 고통받은 역사와 뭉개진 종족적 자존감을 회복하고 진정한 흑백화해를 위한 첫 단계가 정부의 사과라고 누차 강조해온 원주민들의 대의를 모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때 한슨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사람이 캐시 프리먼이다. 프리먼은 시드니올림픽 여자 400m에서 우승해 일약 국가적 영웅의 반열에 오른 원주민 육상선수다. 개막식 성화의 점화자이기도 한 프리먼은 원주민에겐 숙명 같았던 무력과 열등의 사슬을 끊고 인간승리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로 원주민, 백인 할 것 없이 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프리먼은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활한 단일국가당의 한슨은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면서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관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흑백화해를 위해 달린다’라고 고백한 바 있는 프리먼이 이제 트랙을 벗어나 한슨 같은 인종주의자들의 망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프리먼 은퇴하면 정치권 들썩? 원주민 출신에다 ‘자랑스런 오스트레일리아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프리먼의 정치적 잠재가치는 무한대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성급한 이는 벌써부터 프리먼이 원주민 최초의 연방총리가 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같은 잠재력을 두려워했을까? 한슨이 꼬리를 내렸다. 프리먼에게 다시 반박하기는커녕 원주민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골지역 유권자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인 총기소유제한법 폐지를 위한 억지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프리먼이 조만간 트랙을 떠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언젠가 이뤄질 그의 은퇴는 오스트레일리아 정가로선 범상치 않는 사건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한슨과 단일국가당의 정치적 장래는 내년 초에 있을 연방총선 성적표를 봐야 알겠지만 골수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인종주의 정치의 맥이 완전히 단절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엔 한슨이 먼저 꼬리를 내렸지만 ‘프리먼 vs 한슨’의 대결은 이제 막 서막이 올랐을 뿐인 것 같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사진/최근 총선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폴린 한슨(왼쪽).그러나 육상영웅 프리먼(오른쪽)의 비판에 직면했다. (SYGMA)
한슨은 90년대 중반 시골 생선튀김가게 주인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국회로 입성한 뒤 “까만 머리의 아시아인들로 온 국토가 뒤덮일 지경”, “원주민들의 조상들은 식인종” 같은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일련의 발언으로 엄청난 대중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쟁의 와중에서 차츰 극우 보수층과 시골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지던 한슨은 급기야 인종주의 정강정책을 표방한 단일국가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98년 퀸즐랜드주 총선에서 무려 23%대의 위협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일국가당은 기존 정치권의 치밀한 견제와 반인종주의 여론의 역풍을 뚫지 못하고 같은 해 연방총선에서 한슨이 낙선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몰락하던 단일국가당이 최근 서오스트레일리아주와 퀸즐랜드주 총선을 거치면서 시골지역의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유당의 세제개혁 부작용과 노동당의 유권자 등록부정 의혹 때문에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단일국가당이 제도권으로 재진입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부활하고 있는 단일국가당을 이끄는 한슨이 대중의 시선을 끄는 방식은 여전하다. 첫 번째 타깃은 역시 가장 만만한 원주민이었다. 어느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한슨은 “정부에 대해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원주민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건 막대한 금전적 보상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200년이 넘게 고통받은 역사와 뭉개진 종족적 자존감을 회복하고 진정한 흑백화해를 위한 첫 단계가 정부의 사과라고 누차 강조해온 원주민들의 대의를 모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때 한슨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사람이 캐시 프리먼이다. 프리먼은 시드니올림픽 여자 400m에서 우승해 일약 국가적 영웅의 반열에 오른 원주민 육상선수다. 개막식 성화의 점화자이기도 한 프리먼은 원주민에겐 숙명 같았던 무력과 열등의 사슬을 끊고 인간승리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로 원주민, 백인 할 것 없이 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프리먼은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활한 단일국가당의 한슨은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면서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관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흑백화해를 위해 달린다’라고 고백한 바 있는 프리먼이 이제 트랙을 벗어나 한슨 같은 인종주의자들의 망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프리먼 은퇴하면 정치권 들썩? 원주민 출신에다 ‘자랑스런 오스트레일리아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프리먼의 정치적 잠재가치는 무한대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성급한 이는 벌써부터 프리먼이 원주민 최초의 연방총리가 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같은 잠재력을 두려워했을까? 한슨이 꼬리를 내렸다. 프리먼에게 다시 반박하기는커녕 원주민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골지역 유권자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인 총기소유제한법 폐지를 위한 억지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프리먼이 조만간 트랙을 떠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언젠가 이뤄질 그의 은퇴는 오스트레일리아 정가로선 범상치 않는 사건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한슨과 단일국가당의 정치적 장래는 내년 초에 있을 연방총선 성적표를 봐야 알겠지만 골수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인종주의 정치의 맥이 완전히 단절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엔 한슨이 먼저 꼬리를 내렸지만 ‘프리먼 vs 한슨’의 대결은 이제 막 서막이 올랐을 뿐인 것 같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