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다음은 개?
등록 : 2001-02-28 00:00 수정 :
지난 여름 취임과 동시에 깨끗한 부쿠레슈티를 만들기 위해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피아의 자금줄이었던 불법가건물 상점을 모조리 제거해 많은 지지를 받았던 트라이안 버세스쿠 부쿠레슈티 시장이 이번에는 ‘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루마니아에는 현재 약 200만여 마리의 주인 없는 개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그중 10%인 20여만 마리가 수도인 부쿠레슈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루마니아에 이렇게 많은 주인 없는 개들이 생겨난 것은 80년대 중반 공산정권이 노동자들의 이주를 위해 정책적으로 대량의 아파트를 건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반 주택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한두 마리 정도의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아파트로 강제이주되면서 이들이 기르던 개들이 모두 거리로 버려진 것이다. 또한 유난히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루마니아 사람들의 방관도 현재의 떠돌이 개 문제에 일조했다.
문제는 개들이 방치되면서 숫자가 늘어났고, 십여 마리씩 떼지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만 약 2만명 이상이 개에게 물렸고, 광견병 백신 등과 같은 치료비용에만도 수십만달러가 소요되었다. 특히, 물린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은데 아이들의 경우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쿠레슈티에서 조깅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바로 떠돌이 개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거리를 돌아다닐 때 입을 벌리면 공기중의 개의 배설물이 들어가므로 입을 꾹 다물고 걸어다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이다.
버세스쿠는 부쿠레슈티가 ‘개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다음과 같은 조처를 발표했다. 먼저 2∼3년 내로 자연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늙은 개들과 병든 개들은 안락사시킨다. 그리고 나머지 개들은 모두 거세시켜 점차적으로 그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부쿠레슈티의 개 보호소에는 약 1천여 마리 정도밖에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들을 다시 거리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당분간은 여전히 시민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처를 수행하게 될 보건부의 리비우 하르부즈 박사는 부쿠레슈티의 떠돌이 개들을 검사한 결과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42개 이상의 심각한 병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하고 시민들이 개 처리안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이러한 처리안이 알려지자 부쿠레슈티에 있는 약 30여개의 동물애호협회에서는 즉각 안락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이들도 개 문제의 심각성에는 동감을 표시하면서 거세작업은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시민의 80% 정도가 개를 안락사시키는 데는 반대했지만, 개 문제의 해결이 더이상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세스쿠 시장은 시민들과 동물애호협회의 반대를 어느 정도 짐작한 듯,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거세한 개를 입양하도록 하는 특별 조처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만약 입양한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이 일어나면 그 개를 즉각 안락사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떠한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이 처리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 버세스쿠 시장의 각오이다.
부쿠레슈티=황정남 통신원
jungna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