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징롄 증시 비판으로 중국 경제학계 논란 가열… 정부도 증시규범화 통해 국영기업 개혁 모색
“중국 증시는 도박장 같고, 대단히 비규범적”이라는 우징롄(吳敬璉,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의 지적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들에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는 비난에서부터 “이번 기회에 증시를 좀더 규범화해야 한다”는 찬성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언론들도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증권시장 주간>은 우 연구원에게 정식으로 그 발언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언론들이 우 연구원의 지적을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의 논평을 보도하자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이 발행하는 <중국경제시보>는 우 연구원의 발언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의 기고와 인터뷰를 잇따라 싣고 있다. 논쟁의 시발과 내용, 그 함의를 짚어보자.
지난해 말 경제전문지 <재경>은 중국의 상당수 펀드 회사들이 사전에 예정된 가격, 수량, 시간에 내부거래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자오위강(趙瑜鋼) 감찰원의 ‘펀드 흑막’이라는 조사보고서를 폭로한 바 있다(제334호 참조). 이 보도가 나간 뒤 중국의 펀드회사들은 ‘엄정 성명’이라는 글을 발표하고 <재경>에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증시는 도박장이다”
우 연구원은 당시 언론계의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경제학자들이 여러 이유를 대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나섰다. 그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증시는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해 그는 중앙텔레비전이 선정한 10명의 ‘중국 경제계 인물’ 가운데 최고 득점자로 선정되어 “경제학자로서 다수의 이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연초 중국 중앙텔레비전의 <경제 30분> <대화> 등의 프로그램 인터뷰에 연이어 출연한 그는 “중국 증시는 시작부터 규범적이지 못했고, 만약 이렇게 지속된다면 투자자의 투자 장소가 될 수 없다”, “주가가 기형적으로 높고, 상당수의 주식은 투자 가치가 없다”, “주식 시장에서 위법 활동이 많다”, “중국의 증시는 도박장과 같다”는 일련의 비판을 쏟아놓았다.
이에 대해 리이닝(勵以寧) 등 중국의 잘 알려진 5명의 경제학계 인사들은 지난 2월11일 긴급간담회를 갖고 우 연구원의 지적을 ‘중국 증시를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중국 증시 발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반시장적 발언”, “증시 부정은 주식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학계, 기업계, 정치계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는 “상당수의 상장회사들이 효율성이 낮고, 장부와는 달리 적자 상태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는가? 여기에는 거품이 들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 선생의 판단은 맞다”라며 중국 주가의 거품 문제에 주목한다.
우징롄을 지지하는 중국 경제학자들은 60∼80배에 달하는 중국의 주가 수익률(주식 발행가와 세금을 제한 후의 주식 이윤의 비율)은 자본의 수익 능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내부거래 시장조작 등과 결합된 비정상인 것이라는 점을 들어 증시를 규범화해서 그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리이닝 등 비판자들은 “증권 시장에는 장기 투자가 있는 반면, 단기 투기도 있어 투자와 투기가 병존한다. 우리나라 증권 시장의 문제점을 들추기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점에 대해서는 역사와 발전의 각도에서 바라보아야지 갑자기 약을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증시를 압박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라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화 개혁과 국영기업의 주식제 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온 개혁파 인사들 사이의 이런 논쟁을 지켜보는 한 관전자의 말이 주목을 끈다. “시대가 이미 변했다. 이제 더이상 경제학자에게 ‘중국’ 혹은 ‘인민’의 이름으로 말하길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경제학자가 서로 다른 이익 집단의 대변인이 되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유명 경제학자들 사이의 논쟁과 이를 둘러싼 변호들이 전개되는 동안 중국 증시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증시를 감독해야 할 당국의 입장은 어떠한가? 지난해 <재경> 잡지가 ‘펀드 흑막’이라는 보고서를 폭로했을 때 중국증권감독회(증감회)는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르게 신속하고 선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조우샤오촨(周小川) 증감회 주석은 최근 ‘중국 발전 포럼 2001년’ 토론회에서 “회계준칙을 국제적인 규범에 맞추겠다”, “법규를 강화하고, 내부거래와 시장조작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량딩방(梁定邦) 증감회 수석 고문도 지난 2월15일 ‘현재 증권 시장 핫 이슈 보고회’에서 “관리를 엄하게 하면 죽고, 너무 느슨하게 하면 혼란하게 된다고 증시 감독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의 감독은 일관성이 부족해 시장 적응이 힘들고, 단기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면서 일관된 감독제도 확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증감회 당국의 감독 관리 강화 입장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감회는 경영 성과가 나쁜 회사들에 대해서는 증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초 <중국경제시보>가 보도한 란조우(蘭州)시의 대형 증권 브로커 사기 사건에 대해 정부와 증감회는 현지에 엄격히 조사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고, 란조우시 공안국은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의 현지 언론들은 “중국 증시에 겨울이 오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금융영역 관리·감독 강화
증감회의 발빠른 대응은 중국 지도부의 의지와 맥이 닿고 있다. 주룽지 총리는 지난 1월15일 ‘전국 은행·증권·보험 업무 좌담회’에서 “WTO 가입을 눈앞에 두고 경제구조의 전략적 조정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 분야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현재 금융 영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올해 금융 업무 중점은 감독과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의 금융분야 관리·감독 강화방침은 아시아 각국에 금융위기가 급습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이번 증시 관리·감독 강화방침은 국영기업 개혁 방향과 관련된 것이어서 더 복잡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 1999년 중국 공산당은 주식제를 ‘공유제의 다양한 실현 형태’의 한 가지로 공식화해 대중형 국유기업 개혁의 유일한 대안으로 삼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국영기업을 주식제로 전환시켜 효율성과 경쟁성 있는 기업으로 환골탈태시키려 하고 있고, 그 방편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증시의 규범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5일 홍콩에서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우징롄의 발언은 증시의 규범화가 몰고 올 파장을 짐작게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상당수의 상장회사는 정부가 지배주주로 돼 있다. 이는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시키는 데 불리하고, 중소 주주들의 이익에도 불리하며, 기업 관리감독에도 불리하다. 국유 주식을 감소시켜 주주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우징롄의 발언에서 나타나듯이 증시 관리 감독 방침 이면에는 국유기업의 소유권 변동이라는 큰 뜻이 담겨 있다.
베이징=장영석 통신원 yschang@public3.bta.net.cn
‘우 시장’과 ‘리 주식’
우징롄과 리이닝은 중국의 현 지도부에 싱크 탱크 역할을 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다. 우징롄은 중국 국무원의 싱크 탱크들이 모여 있는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80년대부터 시장경제를 강조해 ‘우 시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80년대 말부터 국유기업을 현대기업 제도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정책 대안을 제시했고, 1993년에는 중국공산당의 정식 방침으로 채택되었다. 리이닝은 베이징대 교수이자 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학자이자 정치가이다. 그는 80년대 중반 국유기업의 주식제로의 전환을 강조해 ‘리 주식’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80년대 중반 중국공산당이 국유기업의 주식제 전환 실험을 실시한 것은 그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에는 증권법을 기초하기도 했다.

사진/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객장.중국 경제학계에서 주가의 거품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SYGMA)

사진/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시세판.(SYGMA)

사진/일부 펀드들의 주가조작문제가 시끄럽다. “중국 증시는 도박장같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우징롄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