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암살당한 알리는 불멸의 가치”

347
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인터뷰/ 카릴 아부 아라페(예루살렘 <알쿠드스>의 시사만화가)

-당신이 시사만화가로서 성공한 배경을 스스로 생각해본 적 있나.

=내 개인의 능력보다는 1986년 암살당한 시사만화가 나지 알리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 탓이다. 레바논의 난민촌에서 반정부(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당국을 비롯한 모든 정부) 입장을 강하게 표현하면서 레바논과 쿠웨이트 신문들에 기고했던 그의 만화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면, 그의 죽음으로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제2의 나지 알리를 기대했던 것이고….

-시사만화가의 길을 택한 이유는.

=1957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내가 자라면서 장난삼아 그림을 그리던 그 시절은 나지 알리가 떠오르던 때였다. 말하자면 자연스레 나지 알리가 지닌 불멸의 가치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이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할 때 익혔던 ‘선 긋기’가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머쓱한 웃음)

-팔레스타인의 시사만화가로서 어려움이 컸을 텐데.


=기자인 당신과 같았겠지? 영자신문 <알파즐>에서 출발해서 하이파의 공산주의 신문 <알 이티하드>에 기고하면서 시사만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이스라엘 감옥에 14달 정도 갇혔고… 뭐 그런 이야기들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닌 똑같은 이야기들. 그뒤에 형이 이스라엘군에게 총 맞아 죽는 걸 보았다. 대개 우리가 지닌 이런 일상적인 비극들이 만화가의 오기를 만들었다고 보면 될까?

-당신 만화를 스스로 비평해 본다면.

=대개의 아랍만화들이 지나친 대화를 강조한다. 그게 싫어서 나는 ‘상징’을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신체언어’로 ‘구강언어’를 대신해 보려고 애써왔다. 게다가 주로 심각한 정치적 사안을 늘 주제로 삼았던 탓에 ‘익살’보다는 ‘빈정거림’이 심한 못된 만화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이러니 좀 어렵지? 내 만화들이 가슴을 이용하는 독자들보다는 머리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더 읽힌다고 한다. 가슴쪽으로도 가닿을 수 있어야 진정한 성취라고 본다.

-펜을 놓았다던데.

=만화를 그만두었다는 뜻은 아니고, 요즘도 예루살렘에서 발행하는 <알쿠드스>에 매일 흑백만화를 올리고 있다. 최근 펜 대신 컴퓨터로 작업방식을 전환했는데 컬러쪽으로도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