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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장에서 공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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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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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계/ <공익학(公益學)의 권유>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가속화돼가는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는 움직임 역시 ‘세계화’돼가면서 이른바 NGO 혹은 NPO와 같은 용어들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던 그 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122개 국가 사람들이 참여해 이를 반대하는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에 편승해 쾌속질주를 하던 ‘시장원리’에 근거한 ‘자본’의 논리는 이제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시애틀 시위 이후 이같은 ‘시장원리’에 반대하는 실천은 다양해졌지만, 이를 차분히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일은 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환경윤리론, 난민론, NPO론 등이 이제 막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정비단계에 들어갔지만, 이들 개개의 영역과 과제들을 하나의 학문적 체계로 종합해내고 있진 못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이를 종합,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 고마쓰 류지의 <공익학의 권유>(公益學のすすめ, 게이오대학출판회)이다.

이 책은 먼저 ‘공익학’이란 새로운 학문 개념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시장원리 중심 다시 말해서, ‘물질-상품’ 혹은 ‘돈-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과 ‘마음’의 논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바로 ‘공익학’의 기본 출발점이란 것이다. ‘국익과 관익’에서 ‘민익과 공익’으로의 변환을 추구하되, 이를 ‘일상’ 속에서 체현해내는 학문이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같은 원칙은 또한 각 세부 부문에 관한 논의에서 재확인된다. 환경, 의료, 사회복지, 그리고 대학, 과학기술, 노동조합, 기업의 여러 부문 속에서 ‘공익’의 개념이 어떻게 실현돼야 하는지에 대해 그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천적 관점들을 기술해 놓고 있다.

특히 그는 환경, 의료, 사회복지 부문에서의 ‘공익’에 대해 언급하면서, 더이상 ‘공해-시장’원리가 아닌 ‘공익’의 원리로, ‘사회정책’에서 ‘사회복지’로의 변환이 필요한데, 이는 곧 ‘경제적 인식’에서 ‘인간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공익성이 강한 공익단체가 아닌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과 같은 중간법인, 심지어 기업에 있어서도 ‘공익’의 문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 “공공요금 및 여러 수수료, 상품가격, 기업의 과도한 영리활동 등”을 억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개개인보다 노동조합이 더 잘할 수 있는 ‘공익’ 실천의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기업의 공익활동이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한 만큼, 기업의 ‘시장원리’는 ‘공익원리’와 조화돼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같은 그의 생각은 지난해 5월 ‘일본 공익학회’의 창립과, 공익학을 주요 골간으로 한 ‘도호쿠공익문과대학’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학회도 개최되었다. 주제는 ‘기업과 공익’. 기업에서의 다양한 사례연구가 집중적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시장원리’와 ‘공익원리’라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새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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