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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광우병보다 무서운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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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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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에 발끈한 브라질… 문제는 광우병이 아니라 경비행기?

사진/그동안 세계 경비행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캐나다가 브라질에 의해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것은 ‘보복성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SYGMA)
2월 첫주 들어서 캐나다 정부는 브라질산 쇠고기가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브라질쪽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이다. 카르도주 대통령은 “보름 안에 캐나다는 입장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으로 응수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캐나다 음악도 듣지 않겠다”

브라질 국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리아의 대학생들은 캐나다 대사에게 선물로 주겠다면서 대사관 앞으로 소 한 마리를 끌고 가서 시위를 벌였다. 상파울루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모여 캐나다산 상품을 보이콧한다면서 캐나다 위스키를 쓰레기통에 부어버렸고, 한 라디오 방송사는 캐나다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일체 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서는 모처럼 여당과 야당이 똘똘 뭉쳐서 상원과 하원에 상정돼 있던, 캐나다와 관련된 모든 협력 사안의 처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는 현재로서는 브라질에게 있어 최대의, 그리고 유일한 적국이 돼버린 느낌이다.


광우병 신드롬은 축산업계와 외식산업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의 농업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각국 환경부와 농업부에서는 감염된 소들을 도살하고 동물성 사료를 폐기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육류 수출국인 브라질 같은 나라의 경우 “광우병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한번 듣는 것으로도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광우병 지도에 브라질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캐나다가 브라질에서 사들이는 쇠고기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지난해 브라질의 쇠고기 총수출액 5억달러 중에서 캐나다는 5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을 뿐이다. 문제는 미국과 멕시코가 회원으로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는 한 회원국이 소비자 보건에 위협이 된다는 문제로 수입을 중단하면 이를 함께 보이콧하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산 쇠고기의 대미 수출액은 연간 1억달러에 달한다.

브라질과 캐나다 사이의 교역량을 보면 무역전쟁에서 손해볼 나라는 캐나다라는 게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캐나다의 브라질에 대한 연간 수출액은 11억달러인 데 비해 브라질의 대캐나다 수출은 5억6500만달러이다. 또한 캐나다의 기업들은 지난 98년 이래 브라질의 국영사업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통신 분야 등에 많이 진출해 있다. 브라질 정부에서는 이미 이들 캐나다 기업체들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캐나다 정부는 왜 이런 광우병 감염 우려를 들고 나와 브라질을 공격하는 것일까? 쇠고기 수입 금지 조처 뒤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브라질의 경비행기 시장 잠식에 대한 보복성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신차린 브라질에 큰 타격 될 수도

브라질의 ‘엠브라에르’라는 회사는 그동안 세계 경비행기 산업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던 캐나다를 위협하며 이 분야에서 계속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민영화된 지 7년 만인 지난해에 경비행기 157대를 수출해 캐나다의 ‘봄바르디에르’를 앞질렀다. 특히 엠브라에르의 비행기는 캐나다산보다 2t이 가벼울 뿐만 아니라, 값도 싸고 연료 및 운항 비용도 싸게 먹힌다. 캐나다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무역기구에 브라질의 경비행기 산업이 불공정한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제소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에서는 브라질 정부의 지원금 액수로 인정된 9억달러어치의 캐나다 상품을 수입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캐나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엠브라에르에서 이때까지 수출한 모든 비행기의 판매 계약에 대해 손해액 계산을 소급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처는 캐나다 농업부에서 결정한 것도 아니고 바로 그동안 엠브라에르와 봄바르디에르의 분쟁을 지휘했던 통상부에서 나왔다.

브라질은 최근 몇년 사이에 십수년간의 고인플레에서 벗어나 수출산업을 한창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전문 통상가들과 국제법 전문가로 무장한, 세계시장의 무역분쟁에서 닳고 닳은 백전노장인 캐나다가 수출 산업을 공격한다면, 브라질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쇠고기를 둘러싼 캐나다와 브라질간의 무역분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주목된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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