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전형적인 소비축제, 월드컵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
▣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peacekorea@free.f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여기 월드컵 결승전 입장권을 몇 장 가지고 있는 독신 남성이 있다. 당연히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어느 날 그는 직장 상사의 사무실에서 평면 텔레비전을 보게 된다. 그는 입장권을 상사의 사무실에 두고는 그 텔레비전을 집으로 가져와 결승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 현재 프랑스 텔레비전에서(어쩌면 세계 도처에서) 방송되고 있는 한 한국 기업의 텔레비전 광고 내용이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 표현을 곰곰이 되씹어보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차별적이다. 뭐랄까? 프랑스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샹젤리제’라고 떠들어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엄청난 자본이 오가는 국제행사, 월드컵이 언제부턴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인의 축제’가 돼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1904년 7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해 발족됐다. 세계 평화와 협력을 외치며 유엔(1945)이나 그 전신인 국제연맹(1920)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일이다. 창설 100년이 지난 2005년 현재 FIFA 회원국은 206개 나라를 헤아리며, 유엔 회원국 191개를 웃돌고 있다. 한국도 유엔보다 FIFA(1947)에 더 일찍 가입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전세계를 통틀어 (연인원으로 따져) 288억 명의 시청자가 텔레비전을 통해 월드컵을 봤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월드컵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가진 유일무이한 스포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텔레비전 중계권만으로도 11.7억유로를 벌어들이게 되며, 광고 수입이 30억유로를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자본이 불투명하게 오가는 FIFA의 자금 상황을 4년여 동안 취재한 영국 언론인 제닝스는 이렇게 적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축구의 자금을 관리하는 이들은 20명이다. 막강한 FIFA 집행부 위원들은 매년 몇천만달러를 암암리에 관리하는데 그중 상당액이 현금이다. …세금도 안 내는 월급을 받는 그들의 수장인 조제프 블라터는 그의 전임자가 그랬듯이 가족적 연대감, 비밀, 권력, 돈의 맛을 알고 있으며 어떤 장애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FIFA의 다양한 부정부패를 언급한 이 책은 지난 5월 초 영국에서 출간된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지만, 월드컵 주최국인 독일만은 예외라는 소식이다. “축구는 세계화 시대, 취미생활의 시대에 지구 전체에 가장 널리 퍼져 있다. 어떤 상품이 30억 명을 헤아리는 소비자층에 팔리겠는가? 코카콜라도 못해내는 일이다. 동양과 미국이 곁들여지면 30억은 50억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공의 경제’는 팽창하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 축구계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월드컵 자화자찬론이다. 어쩐지 인간의 머리가 축구를 소비하는 ‘공’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들린다. 월드컵 소비의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남자들의 축제, 월드컵 기간에 횡행하는 매매춘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경기 입장권보다 매매춘 여성을 구하기가 더 쉬울 것이란 소식이 개막 전부터 나돌았다. 독일에선 지난 2002년 매매춘을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독일 12개 도시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축구팬은 3600만여 명에 이르며, 월드컵 기간에 동원될 ‘섹스 서비스 인원’은 4만여 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 유럽에선 ‘성매매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증오를 감춘 통합의 모습으로, 세계 시민들이 함께하는 월드컵은 한 달여 동안 다양한 환상을 곁들이고 문제는 감추면서 우리에게 축제를 약속하고 있다. 국경 없는 상업, 부정부패, 폭력, 국가의 이름 뒤에 숨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 어쩌면 월드컵에는 ‘세계인의 축제’보다 ‘세계화의 전형적인 소비 축제’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것 같다.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여기 월드컵 결승전 입장권을 몇 장 가지고 있는 독신 남성이 있다. 당연히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어느 날 그는 직장 상사의 사무실에서 평면 텔레비전을 보게 된다. 그는 입장권을 상사의 사무실에 두고는 그 텔레비전을 집으로 가져와 결승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 현재 프랑스 텔레비전에서(어쩌면 세계 도처에서) 방송되고 있는 한 한국 기업의 텔레비전 광고 내용이다.
‘월드컵 매매춘 반대!’ 독일 월드컵 기간 동안 동원된 ‘섹스 서비스 인원’은 무려 4만여 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 표현을 곰곰이 되씹어보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차별적이다. 뭐랄까? 프랑스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샹젤리제’라고 떠들어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엄청난 자본이 오가는 국제행사, 월드컵이 언제부턴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인의 축제’가 돼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1904년 7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해 발족됐다. 세계 평화와 협력을 외치며 유엔(1945)이나 그 전신인 국제연맹(1920)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일이다. 창설 100년이 지난 2005년 현재 FIFA 회원국은 206개 나라를 헤아리며, 유엔 회원국 191개를 웃돌고 있다. 한국도 유엔보다 FIFA(1947)에 더 일찍 가입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전세계를 통틀어 (연인원으로 따져) 288억 명의 시청자가 텔레비전을 통해 월드컵을 봤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월드컵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가진 유일무이한 스포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텔레비전 중계권만으로도 11.7억유로를 벌어들이게 되며, 광고 수입이 30억유로를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자본이 불투명하게 오가는 FIFA의 자금 상황을 4년여 동안 취재한 영국 언론인 제닝스는 이렇게 적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축구의 자금을 관리하는 이들은 20명이다. 막강한 FIFA 집행부 위원들은 매년 몇천만달러를 암암리에 관리하는데 그중 상당액이 현금이다. …세금도 안 내는 월급을 받는 그들의 수장인 조제프 블라터는 그의 전임자가 그랬듯이 가족적 연대감, 비밀, 권력, 돈의 맛을 알고 있으며 어떤 장애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FIFA의 다양한 부정부패를 언급한 이 책은 지난 5월 초 영국에서 출간된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지만, 월드컵 주최국인 독일만은 예외라는 소식이다. “축구는 세계화 시대, 취미생활의 시대에 지구 전체에 가장 널리 퍼져 있다. 어떤 상품이 30억 명을 헤아리는 소비자층에 팔리겠는가? 코카콜라도 못해내는 일이다. 동양과 미국이 곁들여지면 30억은 50억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공의 경제’는 팽창하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 축구계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월드컵 자화자찬론이다. 어쩐지 인간의 머리가 축구를 소비하는 ‘공’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들린다. 월드컵 소비의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남자들의 축제, 월드컵 기간에 횡행하는 매매춘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경기 입장권보다 매매춘 여성을 구하기가 더 쉬울 것이란 소식이 개막 전부터 나돌았다. 독일에선 지난 2002년 매매춘을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독일 12개 도시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축구팬은 3600만여 명에 이르며, 월드컵 기간에 동원될 ‘섹스 서비스 인원’은 4만여 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 유럽에선 ‘성매매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증오를 감춘 통합의 모습으로, 세계 시민들이 함께하는 월드컵은 한 달여 동안 다양한 환상을 곁들이고 문제는 감추면서 우리에게 축제를 약속하고 있다. 국경 없는 상업, 부정부패, 폭력, 국가의 이름 뒤에 숨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 어쩌면 월드컵에는 ‘세계인의 축제’보다 ‘세계화의 전형적인 소비 축제’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