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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피운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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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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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울루 라라의 <나는 담배 피운다, 그래서 어쩔래?>.
“담배를 끊는 것은 아주 쉽다. 내 경우만 봐도 한 100번은 끊어봤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담배를 끊기는 왜 이렇게 힘드는 걸까? 흡연자라면 누구나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했다가 다시 식후의 담배 한 모금에 대한 충동, 술자리에서의 흡연 욕구를 이기지 못해 손들고만 적이 한두번이 아닐 것이다. 몇번 이런 결단과 포기를 거듭하고 나면 슬그머니 화가 난다. 한번 살고 가는 인생인데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그렇게까지 참아야 하나? 내 몸에 나쁜 담배, 손해볼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굳이 끊으라고 주위에서 구박하고 눈총을 줘야 하나?

흡연의 권리도 일종의 인권이라면서 존중해달라고 외로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담배 피운다, 그래서 어쩔래?>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브라질의 변호사 파울루 라라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흡연자에 대한 사회의 압력과 갖은 박해는 다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위선적이고 편집증적인 수작에 불과하다고 몰아붙이면서, “미국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보여서 따라하려 드는 줏대없는 브라질 중산층들이 흡연자들을 못살게 군다”고 주장한다.

브라질은 흡연자에 대한 톨레랑스가 꽤 많은 곳이었다. 쇼핑센터와 지하철, 공연장 같은 공공장소나 사무실 안에서의 금연이 규정으로 일반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당시 상파울루시는 식당에서의 흡연을 금한다는 시행령을 내려 큰 논란을 일으켰다. 저녁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에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쳐 식탁에 재떨이가 있는지, 재떨이에 꽁초가 있는지를 뒤지고 다녔다. 시민들은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식당업주들은 매상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시당국은 모든 식당에서 흡연석과 금연석을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한발 양보했다. 지금도 시의회에는 공중장소에서의 금연과 관련한 법안 80여개가 상정돼 있다.

브라질은 세계 1위의 담배수출국으로, 한해에 담배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약 10억달러. 연간 담배생산량은 약 50만t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 다음으로 많고 소비량은 10만t에 이른다.


담배 한갑의 소비자 가격에는 75%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라라 변호사는 정부가 담배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였으면 그 돈을 공중보건 시스템에 투자해야지 금연 캠페인 따위로 흡연자를 피해자가 아닌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연장소고 뭐고 신경 안 쓴다. 정 못피우게 하면 화장실 가서 피운다. 친구 집에 가서는 절대로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물어보는 적 없다. 무조건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하면 집주인은 할 수 없이 재떨이를 가져다 준다.”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제제 브란다웅의 태도는 라라 변호사보다 한층 더 과격하다. 이에 비해 여배우 나이르 벨로는 좀더 부드럽게 흡연 습관을 옹호한다. “한번 피우게 되면 끊기가 어려우니까 젊은이들에게는 아예 시작을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열두살 때 처음으로 피워 본 담배 한 모금의 맛은 다시는 멀리할 수 없도록 반해버리기에 충분했다”는 그의 말은 담배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건지 그 반대인지 애매모호하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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