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브라질 흑인, 출구없는 빈곤
등록 : 2000-08-02 00:00 수정 :
(사진/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노숙하며 살아가는 거리의 아이들. 브라질의 빈부격차는 중요한 사회문제 중의 하나다)
브라질 사회의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사실은 각종 연구와 통계를 통해 여러 번 입증된 바 있다. 특히 흑인들의 경우 저소득층에 속하는 인구 비율이 백인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브라질 흑인들의 지위는 이전에 비해 꾸준히 향상돼왔다. 경제기획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중산층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2년 이래 10% 증가했다. 그전까지 흑인들 중에서 중산층 생활을 누리는 경우는 소수의 연예인과 운동선수에 불과했다. 노키아 휴대폰이나 하겐다스 아이스크림 같은 중산층 대상 상품광고에 흑인 모델이 등장하게 된 것도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 리우 데 자네이루 연방대학 경제학과에서 발표한 한 연구 자료는 아무리 지위가 향상됐다 하더라도 브라질 일부 지역 흑인들의 삶의 질은 아프리카에서도 저개발지역으로 꼽히는 가봉이나 알제리와 거의 같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사용하는 생활수준 측정 지수(IHD)를 적용한 이 연구는 브라질의 흑인들이 수입과 학력, 유아 사망률, 평균 수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가장 가난한 주 중 하나인 북부 마라냥주의 경우 흑인들의 월수입은 백인의 평균 230헤알(16만원)보다 현저히 적은 96헤알(6만7천원)에 불과하다. 브라질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남동부에 거주하는 흑인 가족의 평균 월수입은 212헤알로 백인(463헤알)의 절반 정도이다. 또 브라질 백인 남성의 평균 수명이 69살임에 비해 흑인은 62살, 백인의 문맹률이 8%인 데 반해 흑인은 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생활수준 지수 순위에서 브라질은 전세계 중 74위에 올라 있는데 백인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순위가 48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같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백인과 흑인이 취업 자리를 놓고 경쟁할 때 백인이 선택될 확률이 30%가 높다는 연구 조사도 있다. 선택권을 가진 이의 인종적 편견이 아직 만만치 않은데다가 백인의 경우 안정된 중산층 가정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인구의 거의 절반(45%)을 차지하는 흑인들이 관리직에서는 겨우 1%만을 점유하고 있다는 현실은 아직도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나아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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