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나간 식당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풀어 키운 고기를 먹는 그 맛… 돌아오는 길에 별들이 각양각색의 빛을 쏟아내며 우리를 들뜨게 한다
▣ 사진·글 구혜경 방송작가·세원, 윤재 엄마 hk21bh@hanmail.net
처음 식당에 들어섰을 때부터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영업하는 가게인데, 곧 들어오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들어오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바깥이 어두워지도록 깜깜절벽이다.
불 없어도 입으로 다 들어간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끌고 현지인들이 가는 바비큐집을 찾아간 휴일 저녁이었다. 나름대로 이곳에선 유명한 집이라 테이블도 20개쯤 되는 큰 식당인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이네들은 불평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 얼굴도 까맣고 불도 없는, 내게는 아주 낯선 경험인데 이런 것쯤은 다반사라는 듯 태연하게 서로 정겹게 얘기 나누며 먹고 마신다. 둘러보니 고기 굽는 곳엔 양초 두 개가 켜져 있다. 점원이 우리 테이블에 촛불 하나를 갖다준다. 전기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는 우리가 딱해 보이는지, 음중구(외국인을 일컫는 스와힐리어)라고 봐주는지… 드디어 구운 쇠고기가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살코기는 물론 위장, 혀, 천엽(되새김질하는 위의 한 부분)까지 쇠고기 풀코스다. 이곳 닭은 풀어놓고 키워 살이 별로 없다고 해서 닭고기도 넉넉하게 두 마리를 시켰다. 양념을 전혀 하지 않고 불에만 구웠는데, 서울에서 먹던 양념치킨이나 프라이드치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기 그대로의 맛만으로도 훌륭하다.
불빛 없는 곳에서의 식사. 불빛이 없으니 우리도 마치 원시인 같다. 더듬더듬 고기를 집어들고 촛불 아래 비춰보고 먹는다. 아이들도 손으로 고기를 주섬주섬 먹는다. 금방 입 주변이 시커멓게 되는 것이 딱 아프리카 아이들이다. 불 없어도 입으로 다 들어간다며 모두 한바탕 웃었다. 전기는 없지만 손님들을 위해 밴드가 나와서 노래한다.
“탄자니아 탄자니아 나쿠펜다 콰모요워때 인치양구 탄자니아 지나라코 니 타모 사나.” (Tanzania, Tanzania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My country Tanzania, your name is so sweet)
밥을 먹던 사람들도 따라서 흥얼거린다. 순간 전기가 없어도 즐겁게 먹고 사는 이네들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네들의 여유가 한없이 부러웠다. 전기 없다고 불 안 들어온다고 먹을 것 못 먹는 것 아니잖아, 그냥 즐기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인터넷이 한번 다운됐을 때 마치 난리가 난 듯 요란스러웠는데, 이들에게 전기가 없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일상적인 일인 듯하다. 오히려 한국은 전기가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면 정말이냐고 묻는다. 한순간도 전기 없이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지만. 전기 없어도 행복한 이네들, 위험하지만 않다면 어떠랴.
쇠고기 1kg에 닭 두 마리. 어른 둘과 아이 넷이 실컷 먹었는데 1만6천원. 물 먹인 소인지, 항생제 맞은 소인지 걱정하지 않고 방목해 기른 쇠고기를 실컷 먹었다. 단순하게도 나는 이런 것에 행복해한다.
식당 간판이 없어서 이름을 물어보니, 뒤쪽에 서 있는 큰 아보카도 나무를 가리키며 ‘아보카도 나무 앞집’이라고 가르쳐준다. 히야. 오래전에 본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짓던 이름처럼 아보카도 나무 앞에 가게가 있으니 식당 이름도 ‘아보카도 나무 앞집’이 적확하다.
먹긴 잘 먹었는데 집에 가는 길이 고민이다. 익숙한 길이 아니거나 길을 알기 전에 어두운 밤길에 나서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가로등도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중앙선도 그 어느 것도 여기엔 없기 때문이다. 밤에는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의지해 가야 한다. 하지만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덕을 볼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고 불빛도 희미하다. 그나마 자가발전 시스템을 갖춘 돈 많은 외국인들 집에서나 흘러나오는 불빛이다. 게다가 피부가 검고 옷조차 짙은 색이면 앞에 사람이 가고 있는지 쉽게 분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운전을 하려면 최소한 5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나 보다.
잊지 말아라, 너희 가슴 속에 빛나라
전기가 없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쁨은 많은 별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별이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빛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떤 별은 노란빛으로 혹은 주황빛으로, 또 어떤 별은 붉거나 초록빛이 난다. 왜일까? 천문학적 지식이 짧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서울에선 볼 수 없었던 별이며, 1999년 유성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서울 근교, 별이 그나마 잘 보인다는 곳에서 밤새 바라본 별도 이렇게 각양각색의 빛을 내진 않았다.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별빛마저도 가릴 기세다. 아마도 불빛이 없기 때문에 더욱 잘 보이리라.
일찍 밤이 찾아오고 저녁 시간이 짧은 이곳에서 저녁 산책을 나가면 아이들에게 꼭 저 별들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잊지 말자고, 너희 가슴속에 꼭 빛나길 바란다고, 지금 본 저 별들이 훗날 너희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또한 나에게도. 아, 빛나는 저 별은 영원한 나의 별.
처음으로 아이들을 끌고 현지인들이 가는 바비큐집을 찾아간 휴일 저녁이었다. 나름대로 이곳에선 유명한 집이라 테이블도 20개쯤 되는 큰 식당인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이네들은 불평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 얼굴도 까맣고 불도 없는, 내게는 아주 낯선 경험인데 이런 것쯤은 다반사라는 듯 태연하게 서로 정겹게 얘기 나누며 먹고 마신다. 둘러보니 고기 굽는 곳엔 양초 두 개가 켜져 있다. 점원이 우리 테이블에 촛불 하나를 갖다준다. 전기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는 우리가 딱해 보이는지, 음중구(외국인을 일컫는 스와힐리어)라고 봐주는지… 드디어 구운 쇠고기가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살코기는 물론 위장, 혀, 천엽(되새김질하는 위의 한 부분)까지 쇠고기 풀코스다. 이곳 닭은 풀어놓고 키워 살이 별로 없다고 해서 닭고기도 넉넉하게 두 마리를 시켰다. 양념을 전혀 하지 않고 불에만 구웠는데, 서울에서 먹던 양념치킨이나 프라이드치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기 그대로의 맛만으로도 훌륭하다.

바나나 잎으로 지붕을 씌운 레스토랑 ‘아보카도 나무 앞집’. 뒤쪽에는 큰 아보카도 나무가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