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던 그 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 모인 운동가들은 무엇을 외쳤나
1월의 마지막주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주장을 펴는 두개의 그룹이 다른 장소에서 각각 5일간의 회합을 가져 전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북반구의 유럽대륙 중에서도 선진국의 상징과도 같은 스위스의 스키 관광도시 다보스에서는 눈내리는 영하의 날씨 속에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경제포럼에는 각국의 정부 대표를 비롯한 경제전문가, 은행가, 기업가들이 모여 올해의 세계경제 전망을 논했다.
한편 지구 반대쪽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122개국을 대표하는 1만여명의 참석자가 모여 제1회 세계사회포럼을 개최했다. 이 대회에 모인 전세계 각국의 노조·농민운동가, 시민단체 대표, 여성·환경운동가, 정치인들은 현재 자본의 세계화 추세가 저개발국과 선진국과의 불평등과 소득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 경향과 자본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을 온 세계에 알리고 관심을 주목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1999년에 프랑스에서 맥도널드 식당을 습격해 유명해진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는 이번에는 브라질 무토지 농민운동의 거물급 지도자인 조앙 페드루 스테딜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회사인 몬산토의 농장을 습격해서 옥수수와 콩을 짓밟아 뭉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2천여명의 학생과 남미 각국에서 모인 500여명의 인디안 참가단이 만난 야영장의 ‘카니발 축제 분위기’를 걱정한 포르투 알레그레 시정부에서는 콘돔 1만개를 준비해 배포하는 자상한 배려를 보였다. 관심을 끈 인물 중에는 지난 1986년부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현재의 12월력이 아니라 자연계 순환에 기초한 13월력을 써야 한다는 운동을 펴고 있는 멕시코인 오스카 티나제로도 있었다. 대회 개최당일, 포르투 알레그레 시가를 뒤덮은 시위 행렬에는 콜롬비아의 60년대 반군 게릴라 출신 운동가들과 무정부주의자와 펑크족이 뒤섞여 계란과 토마토를 맥도널드 가게에 던지고 미국 국기를 불태우며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또다른 세계의 건설은 가능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회가 열리기 직전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발전과 저발전> 등의 저서를 통해 선진국의 부의 성장은 저개발국의 희생을 한축으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종속경제 이론을 주창한 바 있던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 대회를 개최한 올리비아 두트라 리우그란데도술 주지사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이번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200만달러나 되는 많은 주예산을 쓸 필요가 있었느냐고 대통령이 힐책하자 주지사는 “연방정부 예산은 지금 브라질 발견 500주년 행사와 페트루브라스의 회사명 변경(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를 뜻함), 대통령의 외유(아시아 순방) 비용을 대느라 어려운 줄은 알고 있지요”라고 반격했다고 한다. 브라질의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한 지식인,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번 대회가 단순히 성조기를 불태우고 깃발을 나부끼며 시위행진을 벌이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이번 사회포럼을 탄생시킨 주역 중 한명인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상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포르투 알레그레 대회는 결코 반(反)다보스 포럼이 아니며 세계화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 투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 세계화로 인한 경제성장의 결과와 산물이 모든 나라와 세계인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의 힘이 결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극복하려면…
포르투 알레그레 포럼에서는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경제가 심화시킬 불평등 문제의 해결책으로 몇 가지의 대안을 채택, 제안했다. 이중에서 특히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주창한 국제금융거래세의 제정, 제3세계 국가채무의 면제, 국제인권운동 기구의 창설, 무기·유전자조작 농산물·핵폐기물 등의 무역에 대한 세계기구의 감시와 제한과 같은 제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세계 인구를 100명이라고 잡을 때 이중에 63명이 아시아인, 13명이 아프리카인, 10명이 유럽인, 9명이 남미인이고 단지 5명이 북미인이다. 이중에서 5명의 북미인이 전세계 재화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100명 중 80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70명이 문맹자이며 50명은 먹을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한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소비하는 단백질, 물, 석유, 전기는 동남아 국가의 마을 하나 전체의 소비량과 맞먹는다. 인구 7억7300만명이 사는 사하라 남부지역에는 미국의 뉴욕시보다 적은 전화선이 깔려 있다.
다보스와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포럼은 이러한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이 문제를 이해하는 시각에는 큰 간격이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의 세계사회포럼에서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 개방이 빈곤국가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에 저개발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자국시장보호 정책을 취해야한다고 본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에서 시장개방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자국 생산품의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역설한다.
실업 문제에서도 세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다보스쪽에서는 학교 교육과 사회에서의 재교육 기회를 통해 노동력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비숙련 노동 실업자를 위해서는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포르투 알레그레쪽에서는 정부는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인을 해고시키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다국적기업의 합병은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정부는 독점의 형성을 방지하는 데만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해, 정부는 세금을 더 부가하고 ‘고용 창출의 의무’와 같은 제한을 대기업에 가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자본 세계화 추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은 제3세계 나라들뿐이 아니다. 이번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에는 많은 선진국 노조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국의 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이 있는 개발도상국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회사의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선진국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고객과 주식투자자들의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러나 포르투 알레그레 포럼의 주장에는 무리한 점도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 사회포럼에서 그토록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국내 산업의 보호 정책 등은 바로 과거에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은 원인이자 배경이었다. 국제금융거래세의 제정이 투기성 국제금융자본의 횡포로부터 개발도상국의 국가경제를 보호할 것이라는 이론도 근사하기는 하지만 초강력 세계기구가 등장한다면 모를까 실현 가능성은 매우 의심스럽다. 바로 세계사회포럼이 열린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한해 동안 306억달러의 외국자본 투자를 유치해 올해의 경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는 낙관이 지배적이다. 포르투 알레그레가 위치한 리우그란데도술주(州)는 브라질에서 역사적으로 항상 소득 수준이 높고 교육 및 사회환경의 질이 우수한 지역으로 시장개방과 외국자본 유치로 인한 경제성장의 이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곳이다.
포르투 알레그레 포럼의 주장이 모두에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제 세계는 너무나 좁아져서 남들보다 지나치게 풍족한 나라와 극단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나란히 한 시대를 살아가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도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지적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다짐하면서 좀더 인간적인 얼굴을 한 세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오늘날 세계는 역사적으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롭게 열린 질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 현실이 어떠한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다. 포르투 알레그레 대회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묻자 한 개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역사는 그것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의미를 알려주지 않는다.” 세계화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사진/세계화에 반대하는 122개국의 대표자들이 참석한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 시민운동연대의 새 차원을 열 것인가.(SYGMA)
1999년에 프랑스에서 맥도널드 식당을 습격해 유명해진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는 이번에는 브라질 무토지 농민운동의 거물급 지도자인 조앙 페드루 스테딜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회사인 몬산토의 농장을 습격해서 옥수수와 콩을 짓밟아 뭉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2천여명의 학생과 남미 각국에서 모인 500여명의 인디안 참가단이 만난 야영장의 ‘카니발 축제 분위기’를 걱정한 포르투 알레그레 시정부에서는 콘돔 1만개를 준비해 배포하는 자상한 배려를 보였다. 관심을 끈 인물 중에는 지난 1986년부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현재의 12월력이 아니라 자연계 순환에 기초한 13월력을 써야 한다는 운동을 펴고 있는 멕시코인 오스카 티나제로도 있었다. 대회 개최당일, 포르투 알레그레 시가를 뒤덮은 시위 행렬에는 콜롬비아의 60년대 반군 게릴라 출신 운동가들과 무정부주의자와 펑크족이 뒤섞여 계란과 토마토를 맥도널드 가게에 던지고 미국 국기를 불태우며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또다른 세계의 건설은 가능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회가 열리기 직전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발전과 저발전> 등의 저서를 통해 선진국의 부의 성장은 저개발국의 희생을 한축으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종속경제 이론을 주창한 바 있던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 대회를 개최한 올리비아 두트라 리우그란데도술 주지사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이번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200만달러나 되는 많은 주예산을 쓸 필요가 있었느냐고 대통령이 힐책하자 주지사는 “연방정부 예산은 지금 브라질 발견 500주년 행사와 페트루브라스의 회사명 변경(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를 뜻함), 대통령의 외유(아시아 순방) 비용을 대느라 어려운 줄은 알고 있지요”라고 반격했다고 한다. 브라질의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한 지식인,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번 대회가 단순히 성조기를 불태우고 깃발을 나부끼며 시위행진을 벌이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이번 사회포럼을 탄생시킨 주역 중 한명인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상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포르투 알레그레 대회는 결코 반(反)다보스 포럼이 아니며 세계화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 투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 세계화로 인한 경제성장의 결과와 산물이 모든 나라와 세계인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의 힘이 결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극복하려면…

사진/다보스 포럼도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루지만 해결방법은 세계사회 포럼과는 매우 다르다. 다보스 포럼에 반대하는 시위대.(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