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행정법원 판결부터 정부 입법 초안까지 독일이 걸어온 매매춘업 합법화의 길
“매매춘은 여성의 성을 비인간적 방식으로 상업화하며 동시에 상대가 되는 남성의 본능을 자극함으로 이를 착취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매매춘행위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이 요구될 때면 의례적으로 인용되어온 독일 고등법원의 판결내용이다.
그러나 2000년 12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베를린 행정법원이 독일에서 처음으로 “범죄행위와 관련되지 않은 매매춘은 더이상 미풍양속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매매춘의 합법화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어느 매매춘업소 주인의 투쟁
이 판결은 ‘풍기 문란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한 한 카페 여주인의 행정소송에서 비롯됐다. 4년 전부터 펠리시타스(44)는 베를린시 빌머스도어프 지역에서 Pssst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건물 뒤편에 7개의 침실을 마련해 시간단위로 대여해 왔다. 베를린에는 현재 약 300여개의 매매춘업소들이 관청의 묵인 아래 성업중이다. 유독 카페 Pssst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 업소가 관할구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 세상이 다 알아요. 매매춘업소들은 도처에 깔려 있어요. 나도 매매춘업소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거죠?” 카페주인 펠리시타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매매춘업소를 방송에 공개하기도 하고, 토크쇼 등에 출연하여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그는 “매매춘행위의 금지는 여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오히려 매매춘여성들을 범죄화함으로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매매춘이 합법화되면 매매춘여성들에 대한 물리적 제도적 폭력이 줄어들 것이고, 다른 직업과 같이 정상적인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카페 Pssst는 이러한 정상적인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25명의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카페 Pssst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곳에 올 수도 또 갈 수도 있어요. 물론 맘에 들지 않는 손님들은 거절할 수도 있고요.” 바네사의 얘기다. 그는 26살로 이미 결혼한 몸이다. 낮에는 한 제과점의 점원으로 일하며 밤이면 가끔 이곳에 들러 ‘부수입’을 올린다. 나이 30살의 현직 간호사 카트린은 카페 Pssst를 선호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른 곳에서는 손님과 함께 마시는 내 술자리 매상의 일부가 나에게 돌아온다 매상을 올리려고 초저녁부터 만취가 되곤 했다.” 카페 Pssst에서는 그는 더이상 수입을 위해 술을 권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이곳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업장소로 길거리가 아닌 이 카페를 선택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일반적으로 매매춘업에서 나타나는 상납관계나 착취, 폭력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해 온 펠리시타스에게 지난해 5월에 내려진 영업정지 명령은 너무나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파장을 고려하여 먼저 정확히 50개의 각종 단체와 연구소에 윤락을 ‘풍기문란’ 행위로 간주하는가를 물었다. 교회를 중심으로 윤락행위는 풍기문란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개신교 연맹은 이에 매매춘여성의 안전과 인권보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고, 가톨릭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Pssst의 영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노동단체와 여성변호사협회, 훔볼트 법과대학, 뮌스터 법과대학 등은 매매춘업의 합법성을 옹호했다. 뮌스터대학 넬레스 교수는 “매매춘은 풍기문란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강제성’과 ‘범죄 연관성’이 문제이며, 법은 이와 맞서는 것이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연간 7조5천억 규모의 산업
때맞춰 발표된 독일 보사부의 매매춘산업에 대한 보고서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성인남성 5명 중 1명이 ‘정기적’으로 매매춘업소를 찾는다. 매일 120만명의 남성이 하루 밤의 유희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 전역에 40만명의 내외국인 여성들이 매매춘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매매춘산업의 연간 경제규모는 125억마르크(약 7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각 단체들의 의견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독일 국민들 사이에 매매춘을 풍기문란으로 보는 합의된 의견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것은 매매춘에 대한 사회도덕적 가치판단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매매춘은 위의 수치가 얘기하듯 이미 현실태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카페 Pssst의 영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마침내 펠리시타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판결이 내려진 지난해 12월1일 매매춘여성, 단골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이미 승리를 예감하고 작은 호텔에 파티장소까지 마련하였다. 그는 “우리가 옳지 못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며 기염을 토했다. 여성부 장관도 그의 승리를 축하하며 ‘매매춘 합법화 위원회’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였다. 자신을 매매춘여성이라고 기꺼이 이야기하는 펠리시타스는 “자식은 없지만 후대에 남을 무언가를 꼭 이루고 싶어요”라며, 앞으로 정치적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번 판결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매매춘과 관련한 논쟁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매매춘여성들의 단체인 ‘히드라’는 이번 판결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매매춘 합법화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나아가 이를 통해 매매춘여성에게도 실업수당, 연금, 의료보험이 일반 노동자처럼 보장되는 길이 열리기를 희망했다. 지금까지 매매춘여성들은 역설적이게도 납세의 의무는 짊어졌지만 언제나 사회보장제도 밖에 서 있어야 했다.
선거공약으로 매매춘의 합법화를 내걸었던 현 적녹연립정부도 1년 전부터 위원회를 설치, 법률 개정과 후속 작업을 준비해 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판결 직후, 녹색당 법률정책 대변인인 배커는 후속 조처로 형법 개정 의지를 밝혔고, 위원회도 이에 고무되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지난 1월26일에는 매매춘영업과 알선을 금지하는 형법조항 삭제와 매매춘업을 서비스업으로 규정하여 종사자를 사회보장제도에 포함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입법 초안이 연립정부 내에서 결정되었다. 이 법안이 확정되면 매매춘업 종사자들에게도 노동3권의 보장과 정상적인 고용관계라는 기본적인 노동환경이 가능해진다. 노동계약서를 통한 임노동관계는 ‘포주’의 강제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실업수당과 재교육의 보장은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도 용이하게 한다.
위험요소도 존재
그러나 이러한 법률적, 행정적 조처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매매춘의 합법화에 이어 제기되고 있는 ‘공창제도’ 또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업종이라고 말해지는 매매춘업에 대해 국가가 지배권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매매춘산업의 공급과 질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하여 종사자들을 선발하는 기준과 직업교육 방안에 대한 연구까지 현재 진행중이다. 어쩌면 연간 120억마르크 규모의 엄청난 산업에 대한 세금추징 가능성이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판결을 내린 맥리언 판사는 매매춘이 여성의 존엄을 해친다는 과거 판례 근거들은 “국가의 과도한 보호심”이라고 평가하면서, “국가는 매매춘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곳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1월 말 최종 고시된 판결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이 판결에 불복해 빌머스도어프 구청이 항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법률적 논쟁이 더욱 불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민당이 주도하고 있는 빌머스도어프 구청이 항소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카페 Pssst에 대한 임대계약이 오는 2월로 끝나고 건물주는 이의 연장을 거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페리시타스는 베를린 다른 지역에 카페장소를 새로 물색해 놓은 상태다. 그곳에서 그와 관청과의 싸움은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
베를린=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사진/베를린 거리의 한 매매춘업소 입구.(SYGMA)
이 판결은 ‘풍기 문란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한 한 카페 여주인의 행정소송에서 비롯됐다. 4년 전부터 펠리시타스(44)는 베를린시 빌머스도어프 지역에서 Pssst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건물 뒤편에 7개의 침실을 마련해 시간단위로 대여해 왔다. 베를린에는 현재 약 300여개의 매매춘업소들이 관청의 묵인 아래 성업중이다. 유독 카페 Pssst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 업소가 관할구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 세상이 다 알아요. 매매춘업소들은 도처에 깔려 있어요. 나도 매매춘업소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거죠?” 카페주인 펠리시타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매매춘업소를 방송에 공개하기도 하고, 토크쇼 등에 출연하여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그는 “매매춘행위의 금지는 여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오히려 매매춘여성들을 범죄화함으로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매매춘이 합법화되면 매매춘여성들에 대한 물리적 제도적 폭력이 줄어들 것이고, 다른 직업과 같이 정상적인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카페 Pssst는 이러한 정상적인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25명의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카페 Pssst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곳에 올 수도 또 갈 수도 있어요. 물론 맘에 들지 않는 손님들은 거절할 수도 있고요.” 바네사의 얘기다. 그는 26살로 이미 결혼한 몸이다. 낮에는 한 제과점의 점원으로 일하며 밤이면 가끔 이곳에 들러 ‘부수입’을 올린다. 나이 30살의 현직 간호사 카트린은 카페 Pssst를 선호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른 곳에서는 손님과 함께 마시는 내 술자리 매상의 일부가 나에게 돌아온다 매상을 올리려고 초저녁부터 만취가 되곤 했다.” 카페 Pssst에서는 그는 더이상 수입을 위해 술을 권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이곳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업장소로 길거리가 아닌 이 카페를 선택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일반적으로 매매춘업에서 나타나는 상납관계나 착취, 폭력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해 온 펠리시타스에게 지난해 5월에 내려진 영업정지 명령은 너무나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파장을 고려하여 먼저 정확히 50개의 각종 단체와 연구소에 윤락을 ‘풍기문란’ 행위로 간주하는가를 물었다. 교회를 중심으로 윤락행위는 풍기문란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개신교 연맹은 이에 매매춘여성의 안전과 인권보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고, 가톨릭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Pssst의 영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노동단체와 여성변호사협회, 훔볼트 법과대학, 뮌스터 법과대학 등은 매매춘업의 합법성을 옹호했다. 뮌스터대학 넬레스 교수는 “매매춘은 풍기문란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강제성’과 ‘범죄 연관성’이 문제이며, 법은 이와 맞서는 것이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연간 7조5천억 규모의 산업

사진/매매춘 합법화 논란을 촉발시킨 펠리시타스.

사진/부업으로 매매춘을 하고 있는 30살의 간호사 카트린. 그는 더 이상 수입을 위해 술을 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카페 Pssst를 옹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