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동물들이 사는 셀루스 자연보호구 속으로
텐트 때문에 강물 마르자 썩은물 먹고 쓰러지는 목마른 영양의 운명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지구상에서 가장 동물이 많은 국립공원을 가진 나라는 탄자니아다. 그러면 탄자니아에서 가장 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분명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라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지역인 탄자니아 남부의 셀루스 자연보호구이다. 텐트 옆으로 11t 트럭만한 코끼리가
세렝게티의 3배 정도 크기인 셀루스 자연보호구는 수천 년 동안 동물만이 살아온 고귀한 땅이다. 셀루스를 중앙으로 가르며 흐르는 루피지강은 모든 동물의 젖줄 역할을 한다. 거대한 규모에 울창한 숲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어 도시에서 가는 길을 만들기 어렵다.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정치 수도인 도도마로 가는 한 줄의 기찻길도 셀루스를 가로지르지 못했고, 거대한 산림 산업도시인 이링가도 셀루스를 허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도로를 놓는 것은 포기했지만, 이들의 욕심은 이곳에 비행기로 갈 수 있도록 작은 활주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다니는 사파리가 아니라 보트를 타고 강에서 땅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보트 사파리’를 만들었다. 보트 사파리에선 루피지강을 따라 아름다운 ‘텐트 로지’가 지어진다.
출발하기 전, 큰아이 지호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 공항에 코끼리가 있냐는 둥 밤새 코뿔소가 우리 집을 무너뜨리면 어떡하냐는 둥 고민했다. 하지만 동물의 왕국인 탄자니아에도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구(인위적 울타리는 없지만 자연적으로 경계선이 있다) 안에 대부분의 동물들이 살고 있고 사람들 사는 곳과 구획이 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셀루스에 도착해 루피지강의 아름다운 석양과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하고 텐트 속에서 피곤한 몸을 눕혔다. 그런데 우리가 자고 있는 텐트 옆으로 11t 트럭만 한 거대한 코끼리가 다가와 텐트 바로 옆의 나무를 부러뜨리며 먹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처음엔 놀라서 꼼짝도 할 수 없었지만 이 멋진 광경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피곤한지 아이들은 코를 골며 잤고, 코끼리는 늘 하는 것처럼 유유히 나무를 먹더니 3시간 정도 뒤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텐트 주변을 보니 온통 코끼리 똥으로 가득하다. 한 무더기가 어찌나 큰지 커다란 호박만 하다. 똥 속에 질긴 나무의 섬유질이 그대로 보인다. 로지 사람들에게 밤새 코끼리 다녀간 이야기를 하자 코끼리는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데 16~17살 즈음에 수코끼리는 무리에서 쫓겨난단다.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라는데, 밤에 이 로지를 방문하는 코끼리는 무리에서 얼마 전 쫓겨난 수코끼리라는 것이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는 자주 와서 나무를 먹고 간다고 했다.
사람들의 손길은 동물들만 수천 년 살아온 셀루스의 젖줄 루피지강을 따라 아름다운 텐트를 만들었지만, 그 ‘인위적인’ 힘에 의해 강둑이 서서히 무너졌다.
강이 점점 넓어지고 강바닥이 얕아지는 한편 이상기온으로 비마저 내리지 않게 되자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그 물이 썩어들어가 물빛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오물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하지만 육식동물들의 눈치를 보며 물을 먹고 살아야 하는 임팔라(솟과의 아프리카 영양)는 깨끗한 물을 먹기보다는 육식동물이 오지 않는 구석진 곳의 더러운 물을 택한다. 임팔라는 그런 물을 먹고 토하면서도 갈증을 이기지 못해 또다시 마시고는 육식동물의 공격도 잊은 채 그늘에 누워버렸다.
물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이들
하루 종일 부지런히 차를 움직여 구석구석 돌아보는데 어디건 강바닥이 말라붙어 있다. 5월부터 11월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어디건 뜨거운 모래만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다. 그동안 딱 3번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고 했다. 지구 적도 즈음의 열대 기후는 참으로 뜨겁다. 한낮의 열기는 무엇이라도 달굴 수 있다는 듯이 푹푹 뿜어대는데 물 없는 동물은 어찌 견딜까? 힘센 코끼리들이 바오바브나무 기둥을 뜯어먹은 흔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힘없는 사슴들은 무엇으로 갈증을 잊을까? 동물이 죽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오나 가나 물의 중요함을 배운다.
아이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힘들어하는 임팔라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어떻게 해야 임팔라가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지 몇 번이나 물었다. “자연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조금씩 아껴쓰면 언젠가 임팔라도 다시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겠지.”
아루샤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에서 이 닦을 때 물 틀어놓지 말고 꼭 컵에 받아서 닦아라, 세수할 때는 세면기에 물을 받아서 쓰라고 아무리 잔소리해도 듣지 않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기들끼리 “야! 네가 물을 그냥 버리지 않으면 나중에 임팔라가 더러운 물을 안 먹고도 살 수 있어”라며 서로 야단치고 컵에 물을 받아 이를 닦는다. 요즈음 우리는 밤마다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잔다. 비야 내려라! 저들에게 생명의 단물을 제발 내려주어라.
텐트 때문에 강물 마르자 썩은물 먹고 쓰러지는 목마른 영양의 운명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지구상에서 가장 동물이 많은 국립공원을 가진 나라는 탄자니아다. 그러면 탄자니아에서 가장 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분명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라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지역인 탄자니아 남부의 셀루스 자연보호구이다. 텐트 옆으로 11t 트럭만한 코끼리가
세렝게티의 3배 정도 크기인 셀루스 자연보호구는 수천 년 동안 동물만이 살아온 고귀한 땅이다. 셀루스를 중앙으로 가르며 흐르는 루피지강은 모든 동물의 젖줄 역할을 한다. 거대한 규모에 울창한 숲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어 도시에서 가는 길을 만들기 어렵다.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정치 수도인 도도마로 가는 한 줄의 기찻길도 셀루스를 가로지르지 못했고, 거대한 산림 산업도시인 이링가도 셀루스를 허물지 못했다. 사람들은 도로를 놓는 것은 포기했지만, 이들의 욕심은 이곳에 비행기로 갈 수 있도록 작은 활주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다니는 사파리가 아니라 보트를 타고 강에서 땅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보트 사파리’를 만들었다. 보트 사파리에선 루피지강을 따라 아름다운 ‘텐트 로지’가 지어진다.

(사진/ 김정미)

(사진/ 김정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