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줄어들자 학비전액납부생들을 위해 각종 선심 쓰는 오스트레일리아 대학들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대학들이 상업적 이해 때문에 학문적 원칙과 기준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문제의 보고서는 지난 1월 초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상업화’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1천명가량의 현직 교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대학들이 재정확보를 위해 과락수준을 대폭 낮추거나 낙제를 면할 수 있도록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한번 낙제한 과목을 재수강하면 무조건 학점을 준다거나, 심지어는 강의내용과 난이도를 고등학교 수준으로 낮춰 수강생 모두가 패스할 수 있도록 미리 손을 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학당국의 유무형의 압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적 특혜가 ‘특정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데 있다.
출석 안 해도 통과?
‘특정 학생들’은 누구를 말하는가? 쉽게 말해 대학 입장에서 ‘돈이 되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흔히 ‘학비전액 납부생’(full-fee paying students)이라고 불린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반 대학생들은 교육분담금(HECS)이라는 명목으로 1년에 3천∼5천달러 정도의 학비를 낸다. 이마저도 대부분 졸업 뒤 소득세와 함께 장기분할상환한다. 당장 대학재정에 기여하는 측면은 미미한 셈이다. 대조적으로 유학생이 대부분인 학비전액 납부생은 일반학생의 3배가 넘는 학비를 그것도 일시불로 지불한다. 2년 전부터는 외국인이 아닌 현지학생도 학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이면 성적이 모자라도 명문대 인기학과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즉, 유학생을 포함한 학비전액 납부생들은 대학입시에서부터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재정적자를 이유로 연방정부의 대학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려온 대학들이 ‘돈이 되는 학생’ 유치에 혈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학비전액 납부새의 비율은 점점 증가 추세이며, 오는 2003년에는 전체의 23%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돈이 되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수학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아시아권 유학생들의 영어능력에 대한 불신은 이미 학계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토플이나 IELTS 같은 영어능력 테스트의 실효성이 의심받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이런 테스트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학생들도 쉽게 입학허가를 받는 실정이다. 논리적인 에세이나 토론은 고사하고 교수와의 신상상담도 두려워할 정도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의 소유자들이 버젓이 대학생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드러난 특별한(?) 성적평가 기준은 이런 학생들이라도 재정확보를 위해 계속 붙잡아야만 하는 대학의 고육책을 잘 보여준다. 성적평가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월16일 노동당의 킴 카 상원의원이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명문대를 상대로 유학생의 성적을 상향 조작하는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이 제시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킴 카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수도 있으나 이를 위해선 대학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명문대가 밀집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여러 대학에서도 성적 평가 관련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기말시험 결과가 아예 성적평가에 누락된 경우를 비롯해, 심지어는 출석률 제로의 학생에게도 일괄적으로 학점이 주어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교육을 망친다 대학총장협회는 성적평가 의혹의 대부분이 단순한 행정착오일 뿐이라고 극구 해명하고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교육이 이제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식자층을 중심으로 높다. 외국 특히 아시아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위한 우호적인 인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교육수출 정책의 근본 목적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야당인 노동당과 민주당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학교육을 총체적인 난국으로 몰아넣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당국도 적극적인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 없이는 유학생을 비롯한 학비전액 납부생 유치를 위한 대학간의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각종 특혜시비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사진/뉴사우스웨일스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SYGMA)
90년대 중반부터 재정적자를 이유로 연방정부의 대학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려온 대학들이 ‘돈이 되는 학생’ 유치에 혈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학비전액 납부새의 비율은 점점 증가 추세이며, 오는 2003년에는 전체의 23%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돈이 되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수학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아시아권 유학생들의 영어능력에 대한 불신은 이미 학계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토플이나 IELTS 같은 영어능력 테스트의 실효성이 의심받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이런 테스트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학생들도 쉽게 입학허가를 받는 실정이다. 논리적인 에세이나 토론은 고사하고 교수와의 신상상담도 두려워할 정도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의 소유자들이 버젓이 대학생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드러난 특별한(?) 성적평가 기준은 이런 학생들이라도 재정확보를 위해 계속 붙잡아야만 하는 대학의 고육책을 잘 보여준다. 성적평가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월16일 노동당의 킴 카 상원의원이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명문대를 상대로 유학생의 성적을 상향 조작하는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이 제시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킴 카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수도 있으나 이를 위해선 대학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명문대가 밀집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여러 대학에서도 성적 평가 관련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기말시험 결과가 아예 성적평가에 누락된 경우를 비롯해, 심지어는 출석률 제로의 학생에게도 일괄적으로 학점이 주어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교육을 망친다 대학총장협회는 성적평가 의혹의 대부분이 단순한 행정착오일 뿐이라고 극구 해명하고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교육이 이제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식자층을 중심으로 높다. 외국 특히 아시아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위한 우호적인 인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교육수출 정책의 근본 목적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야당인 노동당과 민주당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학교육을 총체적인 난국으로 몰아넣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당국도 적극적인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 없이는 유학생을 비롯한 학비전액 납부생 유치를 위한 대학간의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각종 특혜시비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