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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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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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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전망 불투명한 티바의 이-팔 협상… 부시 정부 뒷짐진 채 강경파 아리엘 샤론 지지도 높아져

사진/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총리 후보(왼쪽)와 에후드 바라크 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선거를 위해 바라크는 팔레스타인과 마라톤 협상에 들어갔으나 샤론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AP연합)

지금 중동은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는 뜨거운 모래바람에다 선거열풍으로 후끈 달아 있다. 정권교체의 바람이다. 오는 2월6일로 예정된 총리선거에서 극우파인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후보가 좌파인 에후드 바라크 노동당 후보를 20%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론은 지난해 9월 말 팔레스타인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 회교사원(유대인들도 마찬가지로 성지로 여기는 신전언덕)을 방문함으로써 지금껏 4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문제의 강성 인물이다. 이변이 없는 한 샤론의 승리는 확실하다. 이변이란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중동평화협상안이 선거일 직전에 타결돼, 표심을 극적으로 끌어당기는 말 그대로 역전극을 가리킨다. 바라크 후보가 사퇴하고, 같은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전 총리(현 지역협력장관)가 샤론 후보에 맞설 경우 이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현재 이집트 휴양도시인 타바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팀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협상의 극적 타결전망은 흐리다.

미국, 팔레스타인보단 이라크다!

지난 1월20일 출범한 미국의 부시 정권은 지금껏 중동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퇴임 막바지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매달렸던 클린턴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클린턴은 재임기간중 중동평화협상에 상당한 시간과 정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93년의 오슬로회담 성사를 비롯한 성과물도 있었으나, 마감처리를 제대로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지난 1월19일 클린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쪽에 보내는 고별 공개서한을 통해 포괄적인 평화협상 노력의 역사적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다.


부시와 그의 외교안보팀은 부시가 클린턴과 같은 역할을 맡지는 않는 걸로 내부적인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부시 정권의 대외총책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지금의 중동평화협상에 미국이 끼어드는 것에 소극적이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 각기 한 차례씩 전화통화를 한 게 전부다. 현재로선 2월6일에 있을 이스라엘 총리선거 결과를 지켜본 다음에 나서겠다는 태도다. 현재 이집트 휴양도시인 타바에서 진행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진행과정을 점검하는 일도 현지 미국대사관에게 맡겼다.

부시 정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보다는 부시 대통령의 부친 재임 시절부터 숙적이었던 이라크 문제에 더 신경쓰는 모습이다. 유럽국가들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대이라크 경제제재에 대해 “이젠 풀 때가 됐다”면서 느슨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부시 정권으로선 부담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때문에 심기가 뒤틀린 아랍국가들도 경제제재에 소극적이다. 이웃 터키만 해도 대이라크 교역이 자국 경제에 갖는 비중을 고려해, 경제제재가 하루빨리 풀리기만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런 나라들을 다독거리는 게 타결 전망이 불투명한 중동평화협상에 시간을 내는 것보다 효율적이란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의 영웅 파월의 역할은?

사진/파월이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의 전임자들이 그러했듯, 양다리 걸치기 외교를 펼 것으로 보인다.(SYGMA)
부시 대통령이 취임 듸 중동쪽에 시간을 낸 것은 이 지역 친미 지도자들과의 전화 상견례 정도다. 파드 국왕과 압둘라 왕세자(사우디아라비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집트), 압둘라 국왕(요르단)과의 의례적인 전화통화다.

미 국무부 안에서 누가 중동정책을 총괄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 아래에서 근동(Near East)담당 차관보로 일해온 에드워드 워커와 중동특사 데니스 로스가 물러나는 빈 자리를 요르단 주재 미국대사 윌리엄 번스가 맡을 예정이지만, 아직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 마틴 인디크는 올 여름에 물러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두고 미국은 낮은 정도의 분쟁(low-intensity conflit)으로 불러왔다. 분명한 것은 발칸이나 아프리카와는 달리 중동지역은 석유를 비롯해 미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지역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평화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내가 백악관을 떠남과 동시에 이 제안은 효력을 잃을 것”이라 거듭 경고해왔다. 부시 정권이 들어설 경우 그들이 좀더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 클린턴의 경고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껏 클린턴 행정부가 중동사태에 지나치게 개입해왔다는 투로 평화적 해결노력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사태의 흐름이 부시 정권을 마냥 손놓게 놔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강경파 아리엘 샤론이 정권을 잡을 경우 지금까지의 낮은 수준의 분쟁은 한 단계 높은 단계로 격화될 게 뻔하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나라 안팎의 압력과 비판이 일어날 것이다. 그럴 경우에도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처럼 중동평화회담 중재자로 적극 나서지 않고, 그 역할을 파월 국무장관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나름의 카리스마를 지닌 파월 국무장관은 아랍지도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걸프전 영웅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파월은 그의 전임자들이 그러했듯, 양다리 걸치기 외교를 펼칠 것이다. 석유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아랍 산유국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 이스라엘과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모습이 될 것이다.

바라크는 파월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절대반대, 예루살렘 성지 주권행사, 유대인 정착촌 80% 현 위치 고수를 밝혔다. 그러나 타바회담에서는 예루살렘을 국제사회의 관할 아래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집트 타바에서의 협상은 선거일을 초읽기에 몰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의 진지한 태도로 얼마간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테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권 범위가 지난해 여름 캠프 데이비드협상 당시 이스라엘이 내걸었던 90%보다 약간 더 늘어났다. 여기서 합의안이 구체화된다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만나 최종타결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 이스라엘 선거 전에 결말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선거 당일 전날 극적인 타결을 끌어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난 96년 양쪽 협상팀은 같은 장소에서 평화협상에 매달리다가 노동당 시몬 페레스가 리쿠드당 베냐민 네타야후에게 패하는 바람에 보따리를 꾸려 떠난 바 있다.

샤론이 이기면 강공책 뻔해

팔레스타인 협상팀은 지난 1월22일 클린턴 행정부가 중동평화협상에서 저지른 실수와 실패를 비판하는 문건을 이메일로 발표했다. 클린턴 중재안이 구조적인 애매함(constructive ambiguity) 때문에 기본적인 쟁점들을 뒤로 미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비판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선, 클린턴 행정부는 지나치게 친이스라엘적이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현지에 갔을 때 만난 팔레스타인 의회의장 아메드 쿠에리는 미국의 이런 태도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미국말고 다른 국제적 협상 중재자를 찾아야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그동안 그는 팔레스타인 협상팀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부시 정권이 친팔레스타인쪽으로 돌아서길 바라기는 더욱 어려운 노릇이다.

아리엘 샤론은 2·6선거에서 이긴다면, “지금까지 맺어진 어떠한 중동평화협상도 인정하지 않고, 국민투표에 부쳐 민의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론은 바라크와는 달리 평화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 밝혀왔다. 점진적으로 장기적인 전망에서 평화협상을 추구해 가겠다는 말이다. 말이야 그렇지만, 뒤집어보면 강공책으로 팔레스타인의 숨통을 죄고 그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팔레스타인들의 고난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강성인물인 샤론이 집권하는 동안 그들의 고달픈 형편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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