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 패배에 상처 입은 그들, 하노버 경기장을 가득 메울지도
▣ 베를린=강정수 전문위원 jskang@zedat.fu-berlin.de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뒤, 승자와 패자 그리고 한국 축구팬들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낸 감동스런 광경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월드컵과 관련된 곱지 못한 측면과 부작용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유럽 마지막 예선전이 지난해 11월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 3위를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서 새로운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터키와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사라져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던 유럽의 작은 국가 스위스 간의 극적인 일전이었다. 이미 나흘 전인 12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위스가 터키를 2 대 0으로 물리친 터라, 월드컵 본선행 마지막 티켓은 이미 스위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이스탄불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터키인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터키가 스위스를 4 대 2로 격파했다. 이와 함께 터키, 스위스는 공히 1승1패를 기록하고, 골 득실차도 동일하게 됐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0점으로 패한 터키는 3점차 이상으로 스위스를 이길 경우에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5만 터키 관중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성난 관중의 거친 야유 소리가 드높아지고, 스위스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축구장을 빠져나갔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터키 선수들과 경기장 질서요원들에게 구타당하는 스위스 선수들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유럽 안방으로 여과 없이 전달됐다. 터키 축구위원회에서는 스위스 선수가 먼저 축구장을 빠져나가는 터키 선수를 발길질했다고 주장했지만, 경기장 복도에서 질서요원에게 구타을 당하고 화장실에서 몰매를 맞았다는 스위스 선수들의 주장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사태는 스위스 선수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같은 날 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터키에 대한 강한 제재를 예고했다. 스위스 출신인 블라터 회장의 발언은 터키 언론을 자극했다. 이번 사건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는 여론의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지만, 약 300만 명의 터키인이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먼저 터키 축구팬들의 ‘울트라 민족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이베이(eBay)에서는 빨간 스위스 국가대표 축구팀 티셔츠 위에 크게 ‘4:2’라고 쓰인 티셔츠가 급조되어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갔고, 이는 4 대 2 패배에 가슴 아파하는 독일 거주 터키인들을 자극했다. 오는 6월23일 독일 하노버에서는 한국과 스위스전이 열린다. 16강 진출을 놓고 벌이는 한판 결전이다. 인구 50만 명의 아담한 도시 하노버 거리에는 한국에서 날아든 붉은 악마들을 맞을 터키인들로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에서 한국인들은 한국을 이긴 터키 선수들에게 뜨거운 우애와 환호를 보였다. 이후 재독 터키인들은 야채 가게, 케밥집 등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연신 “Korean!”를 외치며 과일이나 야채를 덤으로 주고, 케밥을 주문하면 곱배기로 서비스하기도 했다. 축구 경기 하나가 서로를 미워하고 자극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서로가 한 발짝 다가서 친구가 되는 우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어쩌면 6월23일 하노버 축구장은 붉은 악마과 함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한국인에게 감동받은, 혹은 스위스에 상처 입은(?) 터키인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16일 2006 월드컵 유럽예선 스위스-터키 경기 뒤 불미스런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 EPA)
같은 날 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터키에 대한 강한 제재를 예고했다. 스위스 출신인 블라터 회장의 발언은 터키 언론을 자극했다. 이번 사건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는 여론의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지만, 약 300만 명의 터키인이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먼저 터키 축구팬들의 ‘울트라 민족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이베이(eBay)에서는 빨간 스위스 국가대표 축구팀 티셔츠 위에 크게 ‘4:2’라고 쓰인 티셔츠가 급조되어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갔고, 이는 4 대 2 패배에 가슴 아파하는 독일 거주 터키인들을 자극했다. 오는 6월23일 독일 하노버에서는 한국과 스위스전이 열린다. 16강 진출을 놓고 벌이는 한판 결전이다. 인구 50만 명의 아담한 도시 하노버 거리에는 한국에서 날아든 붉은 악마들을 맞을 터키인들로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에서 한국인들은 한국을 이긴 터키 선수들에게 뜨거운 우애와 환호를 보였다. 이후 재독 터키인들은 야채 가게, 케밥집 등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연신 “Korean!”를 외치며 과일이나 야채를 덤으로 주고, 케밥을 주문하면 곱배기로 서비스하기도 했다. 축구 경기 하나가 서로를 미워하고 자극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서로가 한 발짝 다가서 친구가 되는 우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어쩌면 6월23일 하노버 축구장은 붉은 악마과 함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한국인에게 감동받은, 혹은 스위스에 상처 입은(?) 터키인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