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바지 입은 ‘피플파워2’의 필리핀 신세대들, 피플파워 1세대를 놀래키다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플랫폼신발, 네온칠한 손톱, 헐렁헐렁한 힙합바지, 배꼽을 드러낸 윗도리, 물불가리지 않는 태도….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필리핀 도시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양새.
열다섯살 먹은 멜라니 로페즈와 똑같이 차려 입은 ‘악동’들은 도심의 클럽이나 마약기구들로부터 벗어나, 지난 화요일(1월16일) 밤만은 어딘가 좀더 ‘싸늘한’ 곳을 염두에 둔 채, 자신들의 ‘코드’인 무선전화기가 유도하는 전문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요새 젊은 것들 이기적이다” 타박했는데…
“즉시 에드사로 가자.”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에스트라다의 썩은 돈 33억페소를 저장한 은행계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상원의 표결 바로 몇 시간 뒤, 전문을 받은 멜라니와 악동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만명의 자발적인 시민들과 기꺼이 한패가 되기 위해 에드사(EDSA·에피파니오 드 로스 산토스) 거리로 뛰어갔다. 뇌물수수, 독직, 부정·부패로 고발당해 있는 대통령 에스트라다,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정치판의 끄나풀들…. “진실을 은폐한 이 어른이란 놈들이 우리한테 교화를 강요했다니?” 멜라니와 악동들에게 에드사의 화요일 밤은 자신들이 놀기에 참 ‘싸늘한’ 곳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에스트라다는 마카티의 엘리트 비즈니스맨들만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대소롭잖게 말해왔다. 그러나 5일간 계속된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토요일(1월20일) 에스트라다를 쫓아냈던 주력부대는 사실상 7600만명의 인구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깔볼 수 없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었다. “에스트라다가 물러날 때까지 날마다 여기 올 거예요.” 멜라니의 또랑한 외침에 코뚜레를 한 악동들도 연호했다. “에스트라다는 당장 사퇴하라!”, “시민에게 권력을!” 에드사의 ‘피플파워2’에서 과시한 이 아이들의 주목할 만한 힘을 에스트라다의 후임자인 글로리아 아로요 신임대통령도 놓치지 않고 취임사에서 강조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우리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를 약속합니다.” 노련한 ‘거리 의회주의자’이자 사회학자인 카리나 다비드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천박하게 여겨왔다.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 줄기차게 마르코스 독재에 저항하며 끔찍한 경험을 했던 그나 동료 학생운동가들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타박해왔다.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적인 태도, 천박한 차림새 정도를 요즘 아이들의 전형성으로 여겨왔던 게 사실이다.” 에스트라다 정부에서 짧게 주택장관을 역임한 뒤 필리핀대학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다비드는 ‘피플파워2’에서 새롭게 젊은이들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 세대의 편견이었다. 우리와 다른 방식을 지닌 이 X세대, Y세대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와 같아야 할 필요가 없다.” 힙합바지를 걸친 그의 두 아이들도 이번 ‘피플파워2’에서 열심히 싸웠다.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시위 내내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났던 멜라니. “대통령이라면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인물인데….” 기가 차서 뛰어왔다는 변호사가 꿈인 열여덟살짜리 델핀 산체즈. 이 아이들이 바로 ‘피플파워2’의 주인공들이다. 이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런 시위가 싫어요. 법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는 걸 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난 화요일 상원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이 아이들의 희망을 꺾어버리자, 결국 이 아이들은 무서운 힘을 뿜어내며 거리의 투사로 급격히 변신하기 시작했다. MTV 세대들의 잠재된 마력 이번 ‘피플파워2’는 저명인사, 사업가, 노동자, 정치가, 시민단체, 종교인들이 뒤범벅된 극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기회를 얻었다. 에드사의 철야농성 현장은 감동적인 연설과 기도, 농담과 애국적인 노래, 그리고 항의밴드들이 연출하는 신성모독 같은 것들이 잘 결합되면서 기운을 이어나갔다. 여기에는 바로 MTV세대들이 있었고, 그들의 잠재된 마력이 그 기운의 원천을 이루었다. “감각보다는 조직에 치중했던 우리 세대들과 달리, 이 MTV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수백만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동시에 흡수해내는 놀라운 힘을 보였다.” 다비드는 그럼에도 오류를 저지르거나 해체되지 않는 이 아이들 세대에 감탄했다. 확실히 이 아이들 세대는 철지난 전사들이 신주단지처럼 여겼던 논문이나 강령 같은 것보다는 통신기술을 통한 정보의 속도를 가치로 여겼고, 그 속에서 몇 조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분석하고 결말을 도출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피플파워2’. 그곳에는 다른 모든 부문의 사회 구성원들처럼 아이들도 “시민으로서 뭔가를 해야 하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가치를 스스로 분출해내는 장한 풍경이 돋보였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신선한 희망을 배달했다.” 다비드의 ‘피플파워2’에 대한 결론이다. 힐끗힐끗 비치는 햇빛 아래 계엄통치시대를 살았던 다비드와 같은 피플파워1세대들은 그동안 한없이 태양을 만끽하며 살아온 오늘의 아이들이 ‘피플파워2’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타임스> 기자

사진/에스트라다를 쫓아냈던 주력부대는 거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이었다.(SYGMA)
“즉시 에드사로 가자.”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에스트라다의 썩은 돈 33억페소를 저장한 은행계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상원의 표결 바로 몇 시간 뒤, 전문을 받은 멜라니와 악동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만명의 자발적인 시민들과 기꺼이 한패가 되기 위해 에드사(EDSA·에피파니오 드 로스 산토스) 거리로 뛰어갔다. 뇌물수수, 독직, 부정·부패로 고발당해 있는 대통령 에스트라다,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정치판의 끄나풀들…. “진실을 은폐한 이 어른이란 놈들이 우리한테 교화를 강요했다니?” 멜라니와 악동들에게 에드사의 화요일 밤은 자신들이 놀기에 참 ‘싸늘한’ 곳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에스트라다는 마카티의 엘리트 비즈니스맨들만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대소롭잖게 말해왔다. 그러나 5일간 계속된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토요일(1월20일) 에스트라다를 쫓아냈던 주력부대는 사실상 7600만명의 인구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깔볼 수 없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었다. “에스트라다가 물러날 때까지 날마다 여기 올 거예요.” 멜라니의 또랑한 외침에 코뚜레를 한 악동들도 연호했다. “에스트라다는 당장 사퇴하라!”, “시민에게 권력을!” 에드사의 ‘피플파워2’에서 과시한 이 아이들의 주목할 만한 힘을 에스트라다의 후임자인 글로리아 아로요 신임대통령도 놓치지 않고 취임사에서 강조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우리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를 약속합니다.” 노련한 ‘거리 의회주의자’이자 사회학자인 카리나 다비드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천박하게 여겨왔다.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 줄기차게 마르코스 독재에 저항하며 끔찍한 경험을 했던 그나 동료 학생운동가들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타박해왔다.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적인 태도, 천박한 차림새 정도를 요즘 아이들의 전형성으로 여겨왔던 게 사실이다.” 에스트라다 정부에서 짧게 주택장관을 역임한 뒤 필리핀대학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다비드는 ‘피플파워2’에서 새롭게 젊은이들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 세대의 편견이었다. 우리와 다른 방식을 지닌 이 X세대, Y세대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와 같아야 할 필요가 없다.” 힙합바지를 걸친 그의 두 아이들도 이번 ‘피플파워2’에서 열심히 싸웠다.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시위 내내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났던 멜라니. “대통령이라면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인물인데….” 기가 차서 뛰어왔다는 변호사가 꿈인 열여덟살짜리 델핀 산체즈. 이 아이들이 바로 ‘피플파워2’의 주인공들이다. 이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런 시위가 싫어요. 법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는 걸 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지난 화요일 상원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이 아이들의 희망을 꺾어버리자, 결국 이 아이들은 무서운 힘을 뿜어내며 거리의 투사로 급격히 변신하기 시작했다. MTV 세대들의 잠재된 마력 이번 ‘피플파워2’는 저명인사, 사업가, 노동자, 정치가, 시민단체, 종교인들이 뒤범벅된 극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기회를 얻었다. 에드사의 철야농성 현장은 감동적인 연설과 기도, 농담과 애국적인 노래, 그리고 항의밴드들이 연출하는 신성모독 같은 것들이 잘 결합되면서 기운을 이어나갔다. 여기에는 바로 MTV세대들이 있었고, 그들의 잠재된 마력이 그 기운의 원천을 이루었다. “감각보다는 조직에 치중했던 우리 세대들과 달리, 이 MTV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수백만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동시에 흡수해내는 놀라운 힘을 보였다.” 다비드는 그럼에도 오류를 저지르거나 해체되지 않는 이 아이들 세대에 감탄했다. 확실히 이 아이들 세대는 철지난 전사들이 신주단지처럼 여겼던 논문이나 강령 같은 것보다는 통신기술을 통한 정보의 속도를 가치로 여겼고, 그 속에서 몇 조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분석하고 결말을 도출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피플파워2’. 그곳에는 다른 모든 부문의 사회 구성원들처럼 아이들도 “시민으로서 뭔가를 해야 하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가치를 스스로 분출해내는 장한 풍경이 돋보였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신선한 희망을 배달했다.” 다비드의 ‘피플파워2’에 대한 결론이다. 힐끗힐끗 비치는 햇빛 아래 계엄통치시대를 살았던 다비드와 같은 피플파워1세대들은 그동안 한없이 태양을 만끽하며 살아온 오늘의 아이들이 ‘피플파워2’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타임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