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계/ <다른 사람이 없이 너는 아무 것도 아니다>
1997년 7월에 결성된 ‘인종주의에 반대해 말하고 행동하기’(Dire, faire contre le racisme) 협회는 16살과 26살 사이의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단편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공모를 했다. 일상의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증언들이 담긴 시나리오가 모두 500여편 모였다. 협회는 이 가운데서 문화계 인사들과 감독들이 선정한 12작품을 영화화했다. 이 작품들은 현재 전국 30여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 차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200여회가 상영될 예정이다.
<다른 사람이 없이 너는 아무 것도 아니다>(망고출판사, 2000년)는 시나리오 공모에 출품됐지만 영화화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결코 놓칠 수 없는 20편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생물, 민속, 문화, 사회, 역사,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인종주의의 논리적 기반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고 애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다룬 첫 작품을 시작으로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는 인종적 편견을 다룬 이 책은 프랑스의 어두운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95년 마르세유에서 국민전선(FN)의 지지자가 외국인 이브라힘 알리를 살해한 사건, 르아브르와 파리에서 스킨헤드들이 이마드 부후드와 브라힘 부아함을 익사시킨 사건 등은 프랑스사회에 고조되고 있던 인종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많은 인권단체들이 결성됐고, 극단적인 인종주의적 행동도 표면적으로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상황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인종주의자냐”고 물으면 공공연히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외국인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완강하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에 대해 비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프랑스인이 33%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극히 우려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현재의 좌우 동거정부는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정책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교육분야에서는 인종주의에 반대해 지속적인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르와르 지역에서는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주간을 선포하고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경우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감정은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 이에 참여하는 행동은 극히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12편의 단편영화와 더불어 젊은 세대들이 인종주의적 현실 속에서 느낀 고통과 비애뿐만 아니라 희망과 연대, 변화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세대를 반인종주의를 위한 생각과 행동으로 향하게 하는 충분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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